성 경 자 료 실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22)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요한 4,29)

dariaofs 2016. 11. 2. 20:36



“직접 만나 보니, 그분은 구원자셨다”



▲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예수는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 그림은 카라치 작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 부분, 1593~1594, 블레라 미술관, 이탈리아 밀라노. 가톨릭 굿뉴스 제공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신약 성경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요한 복음이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요한 복음 4장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로 시작하는, 사마리아인들과 관련된 상당히 긴 이야기를 전합니다(요한 4,1-42).

사마리아 지역에도 복음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갈릴래아로 가시면서 사마리아 지역을 가로질러야 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요한 4,4). 하지만 이미 본 것처럼 당시의 사람들은 이러한 경로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요한 4장의 이야기는 일반적이지 않은 예수님의 행보를 소개합니다.


어떤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지역을 “가로질러 가야만 했다”는 표현에서 단순한 여정의 소개가 아니라 예수님의 의지가 담긴, 곧 사마리아 지역에도 복음이 전해지는 이야기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릅니다. 흔히 사람들은 ‘야곱의 우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구약 성경에서 야곱이 우물을 만들었다는 언급은 찾을 수 없습니다.

우물가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의 한 여인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 둘의 대화는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라는, 십자가 위에서 “목마르다”(요한 19,28)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연상케 하는 표현으로 시작됩니다(요한 4,7).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님의 대화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물, 곧 생명수를 주제로 한 첫 대화에서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직 여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모습입니다.

둘째 대화는 예수님께서 여인의 과거를 맞추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화의 큰 주제는 진실한 예배입니다(요한 4,16-26).


이 대화 안에서 사마리아인들과 유다인들의 특징과 반목이 잘 드러납니다. 여인이 말하는, 자신의 조상들이 예배를 드린 ‘이 산’은 바로 사마리아의 성소(聖所)가 있던 그리짐 산을 가리킵니다.


 진실한 예배는 더 이상 장소적인 의미 안에 머물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예배는 어떤 장소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영과 진리” 안에서 드리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더 이상 하느님은 성소가 있는 곳에 머물러 계신 것이 아니라, 진리가 있는 곳에 함께 계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요한 복음 안에서 진리는 예수님의 활동을 통한 계시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이 진실한 예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대화 끝에 사마리아 여인은 자신의 고을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사람이 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 여인의 이 표현은 질문의 형태로 돼 있지만 ‘그분은 그리스도이시다’는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여인의 행동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을 찾아가 자신들과 함께 머물러 달라고 청하고 예수님은 거기서 이틀을 함께 머물렀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고을 사람들의 신앙고백으로 끝납니다.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이심을 알게 되었소”(요한 4,42).

증언을 강조하는 요한 복음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는 요한 복음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이야기입니다. 요한은 다른 복음서와 비교해서 “증언”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을 알고, 믿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것은 다른 복음서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요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신앙을 다른 이들에게 증언하도록 요청합니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는 한 여인의 변화되는 모습을 통해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냅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던 여인이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를 예언자로 생각하고(요한 4,19) 마침내 그를 메시아로 받아들입니다.


또한, 이 여인은 자신의 믿음을 고을 사람들에게 가서 증언합니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이 여인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결국 그를 세상의 구원자로, 그리스도로 받아들입니다.

<가톨릭대 성신교정 성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