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갖고 꾸준히 해야 참된 결실
성경 독서는 여타의 다른 독서와 달리 읽다가 싫증 나면 쉽게 덮어버리거나 물리칠 수 있는 그러한 독서가 아니다.
그것은 「베네딕토 규칙서」가 언급하고 있듯이 영적인 수행으로써 끊임없는 노력과 항구함이 요구된다. 이것 없이는 성경 독서 안에서 참된 결실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초기 사막의 수도승들이 온종일 끊임없이 성경을 읽고 묵상함으로써 성경의 깊은 영적인 의미를 깨달았듯이, 오늘날 성경 독서는 우리에게 이러한 항구함과 인내를 요구한다.
사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에 보면, 이집트의 켈리아 수도승들은 오전 내내 노동하고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독서를 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하루 세 시간 반 정도를 성경 독서에 할애하였다. 어떤 원로는 독방에서 밤낮없이 독서와 노동을 하였다고도 한다.
베네딕토 성인은 그의 규칙서에서 수도승들에게 하루에 최소한 3~4시간을 이러한 수행을 하도록 권고하였다. 그러나 하루에 이렇게 여러 시간 동안 성경 독서를 한다는 것은 솔직히 그들에게도 그리 쉬운 수행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 역시 때로는 따분함, 권태, 그리고 무감각과 같은 느낌을 분명히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항구히 성경 독서의 수행에 정진함으로써 그러한 일시적인 유혹을 극복하고 마침내 말씀의 심오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요한 카시아누스는 「담화집」 제14권에서 이러한 항구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누구든지 성경 독서를 할 때 부지런히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히에로니무스도 바울라의 딸이었던 동정녀 에우스토치움(Eustochium)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하고 있다.
“가능한 한 성경을 많이 읽고 배워라. 잠을 잘 때도 성경을 당신의 손에 든 상태에서 자도록 하라. 그리고 졸음이 오면 성경의 거룩한 페이지가 당신의 머리를 떠받치도록 하라!” 언제나 성경 독서의 수행을 멈추지 말라는 성 히에로니무스의 권고이다.
12세기 시토회의 성 티어리의 윌리암 아빠스는 그의 유명한 「황금 서간」(The Golden Epistle)에서 영적 단계를 3단계로 구분하면서, 성경 독서에 있어 충실성과 항구함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독서와 묵상은 성경 저자의 본래 의도를 이해하게 하며,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가능케 한다.
항구함이 없이는 우리의 영성 생활이란 시작부터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은 마치 농부가 가을의 수확을 위해서 부지런히 그리고 꾸준히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성경 독서는 영적 수행으로써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항구함을 필요로 한다.
만약 우리가 성경 독서를 단순히 의무로 해야 한다면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크나큰 짐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에 대해 마이클 캐시는 우리가 성경 독서 안에서 긍정적인 요소들 즉 우리 일상의 참된 에너지의 원천이고 방향이며, 생명력이라는 측면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때 성경 독서 안에서 때때로 지루함이나 무미건조함이 오게 되더라도 거기에 집착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항구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경 독서를 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항구함은 기도 생활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특별히 성경 독서 안에서 하느님 안에 깊이 뿌리내림을 가능케 한다.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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