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물리치는 방패요 참된 지혜 얻는 도구
성경 독서의 수행은 실제로 초기 수도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영적 열매를 가져다주었다. 첫째, 성경 독서는 죄와 사탄의 유혹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었다.
치프루스(Cyprus)의 주교였던 에피파니우스(Epiphanius)는 성경 독서가 수도자들에게 있어 죄를 피하게 하는 아주 안전한 보호물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단순히 성경을 보기만 해도 죄에 덜 기울어지게 된다고 그는 주장하였다.
수도자들은 성경 독서가 사탄을 물리치고 죄로부터 그들을 지켜주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성경 독서가 언제나 사탄의 방해로부터 완벽히 지켜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독서 중에 가끔 그들도 사탄의 유혹으로부터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어느 날 한 원로가 평소와 같이 자기 방에 앉아서 성경을 읽고 있던 중에 갑자기 사탄에 의해 방해받게 되었다.
그 사탄은 성경에 대한 자신의 지혜가 그 수도자의 지혜보다도 더 위대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와 논쟁하기를 원했다.
이러한 예에도 불구하고 수도자들은 끊임없는 성경 독서가 죄와 사탄을 거슬러 싸울 수 있는 훌륭한 수행 중의 하나라고 보았다.
둘째, 성경 독서는 방황하는 마음과 정신을 고요하게 만드는 치료제이다. 에바그리우스는 「프락티코스」에서 8가지 악덕을 거슬러 싸우는 여러 수행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성경 독서와 밤샘 그리고 기도를 방황하는 정신의 치료제로 제시하고 있다.
셋째, 성경 독서는 온갖 분심 잡념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사막의 교부였던 모세 압바는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온갖 분심과 나쁜 생각들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그러므로 그는 자주 성경을 읽고, 끊임없이 묵상하라고 권고하였다.
넷째, 성경 독서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참된 지혜를 얻게 해준다. 특히 이 부분은 요한 카시아누스의 「담화집」 제14권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참된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고 끊임없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섯째, 소리 내어 읽는 성경 독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며 또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이에 관한 일화가 있다.
아가톤 압바와 다른 늙은 수도승이 아파서 그들의 독방에 누워 있을 때, 다른 한 수도자가 그들에게 창세기의 말씀을 소리 내어 읽어 줌으로써 그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었다.
또한, 소리 내어 읽는 성경 독서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통회의 눈물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한 예로, 어느 날 세라피온 압바가 이집트의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어떤 창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그날 밤 그녀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는 먼저 자신의 의무인 기도를 해야 한다고 그녀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문을 닫고 그녀를 위해서 시편과 사도의 서간을 읽고 끊임없이 기도했다.
문밖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던 그녀는 마침내 그가 자신과 함께 죄를 짓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자기의 영혼을 구원하러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통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결국, 수도자들은 성경 독서를 통해서 정신을 집중하여 사탄을 거슬러 죄를 멀리할 수 있었고, 또한 성경의 참된 지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성경 독서는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허성준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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