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주신 본래의 마음으로 깨어나기
▲ 그림=하삼두 스테파노 |
토마스 머튼의 신앙 성장 여정은 우리의 영적 성장 여정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처음에 그는 무신론자였으며 종교를 거부하고 자기중심적인 삶, 자기만족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좋은 사람들과 책, 그리고 성령의 인도로 23세에 그리스도인이 된다. 그리고 3년 후, 하느님께서는 그의 하느님을 향한 열정과 고독을 향한 갈망을 채워 주시고자 엄격한 수도생활을 하는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도승으로 불러 주셨다.
나→너→우리→타인으로 의식 성장
머튼은 겟세마니수도원의 종소리를 듣고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고자 사랑의 배움터인 수도회에 입회한다.
그는 전통적인 수도생활을 배우고 익히는 동안 힘겨운 고행을 하면서도 기쁨에 찼으며, 자신은 수도원 밖의 사람들과는 다른 더 영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영웅적 우월주의로 저 높은 하늘에 사는 듯한 머튼을 땅으로 내려오게 하셨다. 루이빌(Louisville)에서의 사람들 사이에서 만난 예수 그리스도의 체험을 통해 머튼은 이제 평범한 한 명의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위한 사회운동가가 되어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나누는 일에 헌신하였다. 동시에 그는 더 깊은 고독과 침묵을 갈망하였으며, 공동생활을 하는 트라피스트 수도승으로서 홀로 은둔처에서 지내는 은둔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가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세상과 단절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화와 종교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사랑의 단계에 도달하여 아시아의 종교와 대화를 나누며 그들과 한 형제로서 영적인 가족을 이루기를 희망했다.
이러한 머튼의 신앙 성장의 과정은 다음의 다섯 단계 의식의 변화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머튼의 의식의 변화 과정: 오직 나(무신론자) → 오직 나의 교회(그리스도인과 전통적인 수도승) → 너도 포함한 새로운 의식(세상 속의 평범한 인간) → 너와 나를 넘어 초-문화적 의식(초월적 자아) → 하느님의 의식 속으로(보편적 의식)
위의 머튼의 의식의 변화 과정을 다르게 표현하면 머튼은 자기 중심에서 점점 타인으로 확장되어 갔음을 알 수 있다, 즉 ‘나’→‘너’→‘우리’→‘타인’으로 머튼의 의식이 성장해 나아갔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된 타인’은 ‘새로운 타인’을 만나 ‘우리’의 개념이 점점 더 확장되어 보편화되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영적으로 성장할수록 자신이나 자신의 울타리에만 배타적이지 않고 점점 개방적이며, 자신과 다른 타인과 친교를 나눌 수 있는 내적 자유로움을 갖게 된다.
또한, 영적으로 자유로운 이들은 자기 생각에 집착하거나 선입관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이웃을 바라보게 되며, 무엇보다 그 삶은 사랑과 자비로 드러난다.
자기를 내어 주는 사랑이 없는 영적 성장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라 ‘모래 위에 지은 집’에 불과하다.
자신의 모든 것, 재물과 권력, 지식과 재능, 시간과 삶, 그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임을 알기에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것에 질투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서 필요한 곳에 되돌려 드릴 줄 아는 이들이다.
고통과 십자가도 영적인 성장의 도구
그렇다고 머튼의 영적인 여정에 지속적인 상승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전통적인 수도 영성과 자신이 체험한 관상적 체험 사이에서 갈등했으며, 더 깊은 고독을 위해 까말돌리회로 수도회를 옮기려고도 하였다.
또한, 자신의 글을 검열하는 장상과 마찰도 있었으며, 말년에는 젊은 간호사와 사랑에 빠지는 체험도 하였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적 어려움과 자신의 나약함을 늘 직면하며 살았다.
그는 1967년 일기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내 삶에서 잘못된 것은 죄의 문제가 아니라(비록 죄이기도 하지만) 의식적으로 깨어 있지 못함, 방황, 게으름, 풀어짐, 열정의 고갈, 용기와 결단력의 부족이었습니다.”(1967년 5월 14일 일기)
우리의 영적인 삶의 여정에도 다양한 유혹과 걸림돌이 외부 혹은 내부로부터 찾아온다.
게으름, 불신, 교만, 집착, 이기심, 욕심, 열등감, 무력감 등 다양한 영적 걸림돌 앞에 우리는 우선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온실에서만 살 수 없다. 그런데 자신을 가만히 살펴보면 유독 잘 넘어지는 걸림돌이 있다. 그 원인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질적, 심리적, 환경적, 학습적 요인 등이 우리의 영적인 삶에서도 걸림돌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원인들을 살펴보면서 그 과정을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기도하는 가운데 그것을 주님께 봉헌하기 시작할 때 그 안에서 변화와 성장의 디딤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은 심지어 고통과 십자가도 영적인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 박재찬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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