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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 23. 하느님의 선과 인간의 자유

dariaofs 2021. 1. 6. 00:17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전적으로 모든 자유를 주셨다”

 

▲ 프란치스코 성인은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를 비유적으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로 표현해 가르쳤다. 사진은 작은형제회 수도자가 나무가 무성한 수도원 경내를 거닐며 영적 독서를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의 권고」 5,1) 출처- 지안카를로 가스포니, 「umbria land of harmony


우리 인간의 인격(persona)은 하느님의 위격(persona)과 동일 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관계성 안에서의 자유롭고 선한 나눔이 가능한 것이 바로 인간 인격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삼위일체’의 관점을 다룰 때 조금 더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서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하느님의 이런 선이 하느님의 완전한 자유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선은 자유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요나 강제에 의한 선은 진정한 선이 아니고, 또한 진정한 진리도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주어진 선 또한 자유로운 하느님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고, 인간의 자유 의지는 결국 선을 향하는 본질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는 「권고 말씀」 2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님께서 아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낙원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창세 2,16.17)

프란치스코가 권고를 창세기의 이 말씀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전적인 자유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언뜻 보면 한 가지 제한(선악과를 먹지 마라는 것)이 귀에 거슬릴지 모르지만, 자세히 숙고해본다면, 이 제한 자체 역시도 ‘자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선택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유로운 선을 통해 인간에게 주신 자유로운 선은 인간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선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가 비유적으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은 어찌 보면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전적으로 모든 자유를 주셨는데, 그 자유가 역설적으로 한 가지 제한이 되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칸 고전 중 하나인 「가난 부인과의 교제(Sacrum Commercium)」에 다음의 내용이 나온다. “나(가난 부인)는 한때 사람이 벌거벗고 다녔던 하느님의 낙원에 있었다. 사실 나는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도 의심하지 않으며 어떤 악도 의심치 않은 채 벌거벗고 사람 안에서 사람과 함께 낙원의 온갖 곳을 걸어 다녔다.

 

내가 그와 함께 영원히 있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사람은 의롭고 선하고 현명하게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고 지극히 기쁘고 아름다운 곳에 살도록 배려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극도로 기쁘게 살았고, 늘 사람 면전에서 노닐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던 그는 온전히 하느님께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자유는 하느님의 완전한 자유인 선을 선택할 자유인 것이지, 악을 방종하여 선택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프란치스코가 하느님의 육화를 그렇게도 중요시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느님이 선의 원천이시라면 당신 아들(말씀)을 통해 창조하신 피조물 역시 선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프란치스코의 육화-세계관은 그의 인간 이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성 보나벤투라가 자신의 창조 신학에서 강조하듯이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홀로 사랑이실 수 없기에 내부로 삼위를 이루시고 외부로는 모든 창조된 존재, 특히 인간과 자유로운 사랑의 관계성 속에 존재하신다. 모든 피조물, 특히 당신 자유 의지에 의해 그리스도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당신 모상에 따라 당신과 유사하게 창조하신 인간과 사랑을 나누시는 분이시다.

결국, 인간은 하느님과 공유하고 있는 선과 사랑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선하고 사랑 가득한 존재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성 프란치스코가 이해한 인간관이다. 물론 그가 “우리의 것이라고는 악습과 죄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프란치스코의 1221년 수도 규칙」 17,7)고 말하지만, 그것은 본래 하느님이 주신 인간의 본질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프란치스코가 형제들에게 준 권고 말씀 2번에서 말하듯이 하느님과 같은(비슷한)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이 자기기만(악마의 꾐)에 빠져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잘못, 즉 하느님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하고자 하는 인간의 거짓 정체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기 의지를 자기의 것으로 삼고 자기 안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고 이루시는 선을 자랑하는 바로 그 사람은 선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는 것입니다. 결국, 악마의 꾐에 빠져 계명을 거슬렀기 때문에, 그에게 먹은 것이 악을 알게 하는 열매가 되어버렸습니다.”(「프란치스코의 권고」 2,3-4)

이와는 대조적으로 프란치스코는 「권고 말씀」 5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오, 사람이여, 주 하느님께서 육신으로는 사랑하시는 당신 아들의 ‘모습대로’, 그리고 영(靈)으로는 당신과 ‘비슷하게’(창세 1,26) 그대를 창조하시고 지어내셨으니, 주 하느님께서 그대를 얼마나 높이셨는지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호명환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