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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6)성체성사

dariaofs 2022. 7. 4. 00:40

그리스도 현존과 무한하신 사랑의 표징

 

▲ 성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적 현존과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드러내는 표징이며,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삶의 표상이다. 사진 출처=symbols of Catholicism, editions assouline


보이지 않는 전능하신 주 하느님의 참모습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듯이, 성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적 현존을 보여주는 거룩한 표징이다.

 

하느님께 드리는 교회의 공적 예배인 미사 중에 축성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혼과 천주성과 하나 된 몸과 피가, 곧 온전한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실재적으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현존하시기 때문이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표현하는 도식이 ‘3=1’이라면, ‘예수 그리스도=성체’라는 등식은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신앙의 신비이다.

수 세기 동안 성체에 관한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성체가 ‘진짜 주님의 몸’이냐 아니면 단순히 ‘상징’이냐 하는 문제로 수많은 신학자가 다투었다.

 

개신교는 예물로 봉헌한 빵과 포도주는 변화 없이 그대로이고, 단순히 예수님께서 그분의 제자들과 함께한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는 ‘상징’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와 정교회는 “성체성사는 주님께서 행하신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는 ‘상징’이요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재현(현재화)하는 것이며 실제로 축성한 성체와 성혈이 주님의 참된 몸이요 피로, 주님께서 그 안에 현존하신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미사 중에 예물로 봉헌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한 후 주님의 몸과 피라고 고백하는 것은 마지막 만찬 때 성체성사를 제정하면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한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만찬 때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하시고,

 

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다시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명하셨다.(마태 26,26-29; 마르 14,22-25; 루카 22,14-20; 1코린 11,23-25)

미사 중에 축성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는 것을 ‘성변화’ 또는 ‘실체 변화’라고 한다. 제대 위에 봉헌된 빵과 포도주가 놓여 있다고 해서 저절로 모두 성체와 성혈로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성변화는 사제가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라고 바치는 ‘성령 청원’으로 시작해 성찬 제정과 축성 기도를 바치면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할 때 주님의 몸과 피로 거룩히 변화된다.

사제는 성체 성혈 축성 이후 주님의 몸과 피가 된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들어 회중에게 보이며 거룩한 변화로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신앙의 신비여”라고 환호하고,

 

회중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나이다”(1코린 11,26)라고 큰 소리(또는 노래)로 고백하며 화답한다.

 

성변화 후에는 축성한 빵과 포도주를 성체와 성혈로 고백하면서 흠숭의 예를 반드시 표해야 한다.

사제가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들어 올리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교회의 봉헌 예물인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능력으로 축성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가 되었음을 회중에게 드러내 선포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둘째, 성체와 성혈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구세주께 사랑과 흠숭의 마음으로 경배하라는 뜻이다. 셋째, 인간 구원을 위해 기꺼이 희생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기하며 합당하게 미사를 하느님께 봉헌하자는 지향이 담겨 있다.

성체성사는 모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보여주는 거룩한 표징이다. 특히 성체성사는 주님의 십자가 희생과 하나로 연결돼 있다. 구원은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시작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주셨다.(1요한 4,10) 하느님께서는 속죄 제물인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셨다.(2코린 5,19)

 

그래서 교회는 주님의 십자가 죽음을 인간 구원을 완성하는 ‘파스카의 희생 제사’라고 하며 동시에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일치시키는 ‘새로운 계약의 희생 제사’라고 고백한다.

죄 없으신 참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어 우리 죗값으로 당신 목숨을 내어 놓으신 이유는 단 하나 인간을 끝없이 사랑하신 자비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심으로써 모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알려 주시기 위해 성체성사를 세우셨듯이, 교회 구성원인 그리스도인 모두는 똑같이 자신을 내어주는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고 강조했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성체성사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본성 자체인 사랑의 진리를 보여 주신다”(「사랑의 성사」 2항)고 고백한다.

이처럼 성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적 현존과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드러내는 표징이며,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삶의 표상이다.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