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삶의 무게
중국 작가 위화(余华)가 쓴 소설 「인생」(活着:살아간다는 것) 서문에는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외에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간혹 상담할 때, 작가의 표현을 떠올리면서 죽음을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그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처음 K를 만났을 때, 먼저 그녀의 눈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환하게 웃는 미소도 매력적이었지만 상황을 재밌고 유쾌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처음 K를 만났을 때, 먼저 그녀의 눈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환하게 웃는 미소도 매력적이었지만 상황을 재밌고 유쾌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K는 매일같이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고 주변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시끌벅적함에서 나와 홀로 집에 돌아갈 때, K는 주체할 수 없는 공허감과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K는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웃음으로 넘기고 있었던 것인지 모릅니다.
화려한 외모와 달리 K는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K는 “엄마, 아빠 모두 아이들에게 무관심했고 삶에 무기력했고 경제적으로도 무능했어요”라고 했습니다.
화려한 외모와 달리 K는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K는 “엄마, 아빠 모두 아이들에게 무관심했고 삶에 무기력했고 경제적으로도 무능했어요”라고 했습니다.
K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자신은 공부에 재능이 있어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K는 인문학자로서의 꿈이 있었지만 가족은 K의 재능보다는 집에 대한 경제적 지원만을 기대했습니다. K는 자신이 소녀가장인 양, 가족을 지원하면서 힘든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K는 부유한 집안의 남자를 만나 동거를 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약속하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잠시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K가 임신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던 중 K는 부유한 집안의 남자를 만나 동거를 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약속하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잠시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K가 임신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남자친구의 태도가 돌변하면서 아이를 지울 것과 헤어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K는 임신중절수술을 받았고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K는 대학원 공부를 지속했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었습니다.
K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가족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실 인문학 전공자가 공부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K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가족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실 인문학 전공자가 공부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설사 조교나 연구 보조 같은 일을 하더라도 등록금 대기에도 빠듯합니다. 별도의 시간을 내서 외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여의치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학위를 받고 대학 강사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K는 대학원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아무도 모르게 바(Bar)에서 일을 했습니다.
K는 대학원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아무도 모르게 바(Bar)에서 일을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너 같이 얼굴은 반반한데 가난한 집에 태어난 애들은 결국 이런 일을 하게 될 거라고 …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아니 저만큼은 그런 삶을 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K의 외모는 더 화려해지고 화장품 냄새는 더 진해져갔습니다. 그럴수록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상담하러 올 때만큼은 마음이 편했는지 대기실 소파에서 평소 못 자던 잠을 자기도 하고 상담할 때는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 마음을 읽었는지 상담을 종결할 때쯤에는 K도 당분간은 다른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자체만 생각하면서 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K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K는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는 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K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K는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는 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삶을 지탱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저는 K의 환한 미소를 아리게 기억합니다.
황순찬 베드로 교수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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