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성경에 나타나는 창조 이야기'를 통해 창조주 하느님을 알아보겠다. 구약에서 창조에 관한 기록은 창세기 1-2장을 비롯해 이사야서 40-55장, 시편 8, 19, 24, 44, 74-75, 90, 95, 104, 136, 148-150장, 잠언 8,22-31, 전도 3,18-22, 욥기 30-40, 2마카 7,28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구약성경의 창조기록은 자연과학적 증명을 시도하는 게 아니다. 구약 작가들 관심은 세상과 인간의 창조과정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창조주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창세기 1-3장 창조 이야기를 살펴보면 서로 다른 두 이야기가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창조 이야기는 주제가 같지만 배경과 문체, 서술방식, 기록자 등이 다르다. 문헌 가설에 의하면 1,1-2a 이야기는 제관계 문헌에 속하고 2,4b-3,24는 야훼스트계 문헌에 속한다.
이스라엘의 창조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과 바빌론에 있을 때 형성됐다. 야훼스트계 문헌은 솔로몬(기원전 962~922) 시대 유다 지방에서, 제관계 문헌은 유다왕국이 멸망(기원전 587)하고 바빌론으로 끌려간 시기에 쓰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하느님을 우주 창조주로 고백한 것은 상당한 후기에 들어서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창조주로서가 아니라 계약의 주님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일신론과 계약, 두 가지가 곧 구약성경의 일차적 자료이고 모든 다른 자료는 이 두 자료에서 나왔다.
야훼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적 신뢰는 바로 하느님이 우주 창조주요, 절대자라는 신앙에 뿌리를 둔다. 하느님이 우주 창조주라는 신앙은 구체적으로 체험한 구원행위를 통해 얻게 됐다.
이스라엘은 어떻게 하느님이 우주와 인간의 창조주라는 인식에 도달했을까?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우선 아담에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승됐다는 주장이다. 그렇긴 해도 창세기가 인류 역사만큼 오랫동안 구전됐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두 번째는 하느님이 영감을 통해 자구적으로 직접 계시하셨다는 주장이다. 가장 편리한 설명인 만큼 가장 신빙성 없는 설명일 수 있다. 성경에서 볼 수 있는 모순되고 반복된 진술은 하느님을 변덕쟁이로 보이게 만든다.
세 번째는 하느님이 창조주라는 것은 역사적 원인론적 진술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이는 결과에서 원인에 대한 진상과 해명을 찾는 고고학적 방법과 같다.
이를테면 뱀이 배를 땅에 붙이고 기어 다니는 것과 인간이 고통스럽게 일해야 하는 것은 모두 하느님 심판 때문이라고 결론짓는 것이다. 창세기의 창조 진술은 역사적 기원론과 신화적 기원론이 혼합된 형태다.
제관계 문헌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하느님 말씀에 따라 세상이 창조되고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족보를 중시하고 설화를 교훈적 목적으로 사용한다. 창세기 홍수설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하느님 능력과 계약으로 나타나는 하느님 자비다. 이런 관점에 따라 하느님, 세상 창조, 인간 창조, 제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창조 제7일의 도식을 살펴보겠다.
1)창조주 하느님
창조신앙은 구원신앙의 시작이요, 구원은 창조의 완성이다. 제관계 문헌은 하느님은 아무도 견줄 수 없는 독특한 분이라는 신앙고백에서 시작한다. 하느님 말씀에 의한 창조는 매우 고도로 발전된 형태의 창조다.
창조 진술에는 △만들기나 행위 △생식과 출생 △투쟁 △말 등 4가지 방식이 있다. 진흙으로 사람을 창조한 것과 같은 '행위를 통한 창조'는 원시적 형태에 속하지만, '말씀에 의한 창조'에는 신적 위격의 헤아릴 수 없는 신비가 드러나 있다.
2)세상 창조
제관계 문헌은 6일간의 창조 작업이 창조적 분리로 이뤄지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무질서한 상태에서 체계적 질서가 마련되며, 이는 하느님과 하느님이 아닌 것을 구별해내는 작업이다. 이스라엘 핵심 사건인 출애굽도 갈대바다(홍해) 분리로 이뤄지는 것이다.
창세기는 창조주와 창조물의 깊은 간격과 차이를 말하고자 한다. '한 처음'이라는 단어는 모든 것에 앞서 있는 절대적 시작을 말한다. 영원하신 하느님이 곧 처음이자 마침(묵시 22,12)이라는 신앙을 엿볼 수 있다. 하늘과 땅의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모든 것이 시작됐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은 우주 일체를 의미한다. 성체성사에서 빵과 포도주가 일체의 음식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낮과 밤, 하늘과 땅, 물과 바다 세 가지 분리작업으로서 첫 사흗날의 창조가 완료된다. 창조적 작업으로서 분리는 혼돈을 극복한다.
'초목의 창조'는 새로운 창조과정으로 접어듦을 의미한다. '해, 달, 별들의 창조'는 고대 동방지역에서 신으로 여겼던 천체를, 창공을 장식하는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창세기는 천체 숭배를 우상으로 간주한다.
'물고기와 새, 짐승들의 창조'에는 축복이 따라 붙는다. 동물 창조는 식물 창조와 다르다. 동물 창조는 인간 창조를 향한 준비 단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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