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부의 경제학(economics of wealth)과는 대조적인 샬롬의 경제학(economics of shalom)을 제시한다.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한 샬롬의 경제학은 율법에 토대를 두며 예언자들의 메시지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이룬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실천은 샬롬의 경제학을 실행하기 위한 율법과 예언자들의 초대를 계속하며, 경제적이며 정치-사회적인 구조의 변혁에로 초대한다. 이러한 성경의 샬롬의 경제학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가진다.
첫째, 샬롬의 경제학에 따르면, 토지나 다른 자본과 같은 생존을 위한 자원은 하느님의 것이다. 인간은 단지 청지기로서 그것들을 사용할 뿐이다. 따라서 이 자원들은 공동체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내 곁에 머무르는 이방인이고 거류민일 따름이다.”(레위 25,23)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 어느 성에서 너희 동족 가운데 가난한 이가 있거든, 가난한 그 동족에게 매정한 마음을 품거나 인색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너희 손을 활짝 펴서, 그가 필요한 만큼 넉넉히 꾸어 주어야 한다.”(신명 15,7-8)
둘째, 샬롬의 경제학은 자원들에 대한 접근에 있어 개방적이다. 자원들을 현재 사용하는 이는 청지기이기 때문에 그 자원들은 공동체 안에서 다른 이들에 의해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다시 말해 자원들은 사용자의 배타적인 사용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자원의 생산물은 소유자 자신의 소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너희는 여섯 해 동안 땅에 씨를 뿌리고 그 소출을 거두어들여라. 그러나 일곱째 해에는 땅을 놀리고 묵혀서, 너희 백성 가운데 가난한 이들이 먹게 하고, 거기에서 남는 것은 들짐승이 먹게 해야 한다.
너희 포도밭과 올리브 밭도 그렇게 해야 한다.”(탈출 23,10-11) “너희가 가난한 동족을 괄시하고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그가 너희를 걸어 주님께 호소하면 너희에게 죄가 될 것이다. 너희는 그에게 반드시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게 줄 때에 아까워하는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이 일 때문에,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가 하는 모든 일과 너희가 손대는 모든 것에 복을 내리실 것이다.”(신명 15,9-10) “너희가 자기에게 잘해 주는 이들에게만 잘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 너희가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이들에게만 꾸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요량으로 서로 꾸어 준다.”(루카 6,33-34)
셋째, 샬롬의 경제학에서 소비는 필요에 바탕을 둔다. 그래서 필요한 것과 잉여는 균형을 이룬다.
“너희는 세 해마다 끝에, 그해에 난 소출의 십분의 일을 모두 가져다가 너희 성안에 저장해 두어라. 그러면 너희 성안에서, 너희와 함께 받을 몫도 상속 재산도 없는 레위인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가 와서 배불리 먹게 될 것이다. 그러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실 것이다.”(신명 14,28-29)
넷째, 샬롬의 경제학에 있어서 분배의 구조는 필요에 바탕을 둔다. 그래서 분배는 가진 이에게서 필요한 이에게로, 즉 가진 이에게서 가지지 못한 이에게로의 흐름이다.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이 누리는 풍요가 그들의 궁핍을 채워 주어 나중에는 그들의 풍요가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 준다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2코린 8,14)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마라.”(루카 6,30)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
거기에는 도둑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좀이 쏠지도 못한다. 사실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루카 12,33-34) “그 땅에서 가난한 이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 땅에 있는 궁핍하고 가난한 동족에게 너희 손을 활짝 펴 주라고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이다.”(신명 15,11)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