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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특강] (29) 말투와 말씨, 그리고 생명을 살리는 말씀

dariaofs 2013. 12. 29. 02:00



  인간이 살아가면서 말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한집에 사는 식구라 해도 말이 안 통하면 남남처럼 지내기 마련이다. 사회에서도 말이 안 통하면 힘 있는 자들의 독재로 흘러갈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는 말이 안 통하면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소통'은 다름 아닌 서로 말이 통하게 하자는 뜻이다.

 사람은 말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박지성 선수는 수원공고 시절부터 축구 실력이 뛰어났지만, 프로축구팀은 물론 대학에서도 그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시 명지대 축구 감독은 박지성의 진가를 알아보고 선발하려고 했지만, 축구팀 정원이 다 차서 할 수가 없었다.

 

박지성 선수는 어쩔 수 없이 명지대 테니스학과 정원을 빌려 입학했다. 그 후 박 선수는 히딩크 감독을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프로선수도 아니고 유망주도 아니었던 박 선수를 뽑았던 히딩크는 비난 여론을 감내해야 했다.

 미국 골든컵에서 부상을 입고 좌절하고 있던 박 선수에게 히딩크는 통역을 통해 한 마디 건넨다. "당신은 훌륭한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 박지성 선수는 자서전에서 1분의 칭찬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고백한다. 그때부터 자신 있게 모든 경기에 임했던 박지성 선수는 세계적 축구 명문 구단인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만큼 세계적 축구선수가 됐다.

 말과 말하는 사람에는 등급이 있다. '생명을 살리는 말씀'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열매를 맺는 말씨'를 뿌리는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투'를 가진 사람이 있다.

 자살을 결심한 천주교 신자 한 명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미사에 참례하러 성당에 갔다. 그날 따라 신부님 강론 말씀이 위로와 용기를 줬다. 결국 마음을 바꿔 성당을 나오면서 열심히 살아보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말씀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0년 흑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로 많은 흑인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줬다. "나는 피부색으로 사람이 평가받지 않고, 그 사람의 인격에 의해서 평가받는 세상이 오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연설은 오늘날 미국사회가 흑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역사로까지 발전하는 데 큰 몫을 한 말이 됐다.

 말을 가장 험하게 쓰는 관계는 가족 간이다. 특히 자식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못하면 죄인으로 여기는 대한민국 자식들에게 좋은 말로 격려해주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용기를 북돋워 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청소년들은 어디서나 당당하게 살아갈 자신감을 얻는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무심코 뿌린 말씨는 그 아이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2009년 한 방송사에서 한글날을 맞아 재미난 실험을 방송한 적이 있다. 밥을 지어 한쪽에는 아나운서들이 '고마워', '사랑해', '보고 싶었어' 같은 긍정적 말을 하게 하고, 다른 한쪽에는 '꼴 보기 싫어', '쳐다보기도 싫어' 라는 부정적 말을 하도록 했다.

 

한 달이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좋은 말을 한 밥에는 향기가 나는 하얀 누룩이 핀 반면 부정적 말을 한 밥은 새카맣게 썩어버렸다. 하다못해 밥도 말 한마디에 이처럼 반응하는데 사람은 어떻겠는가.

 현대인들은 입만 열면 "힘들어 죽겠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는 채 복을 날려버리는 말 한마디가 될 수 있다. 좋은 말에는 복이 따라오게 돼 있다. 사람 운명까지도 갈릴 수 있는 말 한마디에 복을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