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살리는 일, 살려내는 일을 뜻한다. ‘살이’는 살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살림살이는 살림을 살아가는 일이다. 살림은 한 개인이나 집안이 삶을 꾸려가는 방식이다.
사람은 살림을 살아가는 존재이고, 삶은 살림을 실천하는 자리이다. 살림을 생활화하여 삶의 일로 삼는 것이 살림살이이다. 살림살이는 죽이지 않고, 죽지 않도록 감싸주고 보살피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사람-사이(人間)에서 살림살이를 살아야 한다. 살림살이는 사람살림, 사람살이이다. 그래서 우리의 살림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예수님의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 즉 살림이었다. 예수님의 말씀은 사람을 살리셨다. 그분은 사람을 살리는 복음을 전하셨다. 그리고 그분은 병든 이를 고치셨고 죽은 이를 살리셨다.
특히 예수님의 살림은 식탁 친교에서 잘 실현된다. 역사의 예수님은 먹고 마셨다. 예수님이 먹고 마심으로써 인간의 일상적인 삶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예수님은 인간의 가장 평범한 행위, 즉 가장 일상적인 삶이 구원의 자리가 되게 하셨다. 그런데 예수님은 혼자서 먹고 마시지는 않으셨다.
그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셨다. 함께 먹고 마심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셨다. 예수님은 이 식탁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친교를 나누셨다. 이와 같이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람을 살리는 길, 즉 살림의 길을 열어 보이셨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분이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원하신 사람의 본래 모습을 인간들에게 보여 주시기 위하여, 인간 세계 바깥에서 인간을 하느님 쪽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아드님을 사람이 되게 하셨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다른 사람들을 당신과 함께 하느님께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원하신 본래의 인간, 완전한 인간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은 참 사람의 모습을 인간에게 보이시기 위해서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 덕분에 인간은 참 사람, 참 사람됨을 배운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심으로써 인간이 하느님께로 가는 길이 열렸다.
참 사람 예수님은 사람다움, 사람됨, 인간화(人間化)의 모범이고 전거이다. 참 사람 예수님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일하셨다.
예수님이 벌이신 하느님 나라 운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계, 곧 인간화가 실현된 세계이다. 예수님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가르쳤고, 실천하셨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종교적으로 사람다움이 실현되는 세계가 하느님의 나라이다. 전인적인 참된 인간화의 실현이 하느님의 나라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 사람이 되는 길, 참된 인간화의 길은 참 사람 예수님의 참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이 사셨던 삶의 가치들을 실천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고, 사람이 되는 삶, 된 사람이 될 수 있다. 예수님처럼 사는 것, 예수살이가 바로 사람됨의 길, 참된 인간화의 길이다.
예수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살림을 사는 것, 즉 살림살이이다. 우리는 죽임이 아닌 살림을, 폭력이 아닌 평화를, 닫힌 공동체가 아니라 열린 공동체를 선택한다.
이 살림살이가 우리 삶 안에서 예수님의 비전, 그분의 정신, 그분의 가치를 살아가는 예수살이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고 우리 공동체를 꾸려가는 방식인 우리의 살림살이는 살림을 살아가고 실천하는 샬롬의 살림살이가 되어야 한다.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잘하는 살림꾼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살림에 투신하는 살림꾼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새로운 살림살이에로의 초대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 참된 인간화의 길이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산다는 것은 우리가 이 살림을 실천하는 살림꾼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살림살이에서 생명, 살림, 샬롬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삶, 그것이 바로 새로운 복음화의 길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