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세계 : 하느님 현존의 자리, 성전 (4)
“제가 기꺼이 당신께 제물을 바치리이다.
주님, 당신의 좋으신 이름을 찬송하리이다”(시편 54,9)
주님, 당신의 좋으신 이름을 찬송하리이다”(시편 54,9)
우리는 세 번에 걸쳐서 예루살렘 성전의 역사와 모습, 그리고 그곳에서 봉직하는 이들과 참배하는 이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면 예루살렘 성전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의식이 어떻게 거행되었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미사전례서’(미사경본)에는 전례의 주례자나 참석자가 미사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적혀있다.
그러나 구약성서에는 그렇게 상세한 지침이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구약성서와 더불어 예수님 시대 전후에 쓰인 유다교의 문헌에 따라서 ‘성소의 하루’를 다시 구성해 보기로 한다.
성전의 일과는 날이 샌 직후 전례의 세 구성원, 곧 사제들과 레위인들과 평신도들은 저마다 제 위치로 가서 자리를 잡으라는 큰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맨 먼저 사제들이 ‘사제의 뜰’에 있는 번제제단으로 가서 재를 치우는 일을 한다. 전날에 바친 짐승의 제물이 밤새 타올랐기 때문에 적지 않은 재가 쌓이기 때문이다.
이 일은 그전에 주사위를 던져서 결정된 사제가 한다. 영예로 생각되는 이 작업을 맡으려는 이는 일찍 일어나 성전에 와서, 책임 사제가 오기 전에 목욕재계하고 기다린다.
주사위를 던져 직무를 배당한 다음, 책임 사제가 ‘남자의 뜰’과 ‘사제의 뜰’로 들어서는 문을 열면, 사제들은 횃불을 들고 두 무리로 나뉘어 성전 밖을 한 바퀴 돌면서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지명된 사제가 재를 치우는 작업을 시작하면 다른 사제들도 와서 도와준다. 그 사제는 재를 말끔히 치운 다음 새 장작을 제단 위에 쌓는다.
이 일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사제들은 다시 주사위를 던져, 일일 번제물의 봉헌, 분향제단에 남은 재의 제거, 등잔대 청소, 그리고 곡식제물과 제주(祭酒)의 봉헌 등 작업을 할당받는다.
이어서 밖을 내다보던 사제가 동녘이 밝아온다고 알리면, 나팔이 울리면서 성전의 대문들이 열리고, 성소 안에 있는 분향제단과 등잔대를 청소하는 사제를 비롯하여 저마다 제자리로 가서 일을 시작한다.
일일 번제물로 바칠 어린 숫양을 잡고, 사제들은 다시 모여 신자들과 함께 십계명을 봉독하고 기도한 다음, 주사위를 던져서 분향제단에 향을 피울 사람, 번제물을 바칠 사람들을 뽑는다. 나머지 사제들은 나가서 사제복을 벗는다.
먼저 성소에서 향을 피우는데, 이 시간에는 성전에서 거행되는 아침 제사에 참석한 이들만이 아니라, 집에 있는 이들도 기도한다(유딧 9,1; 루가 1,10 참조).
분향이 끝나면 사제들은 줄을 지어 성소에 들어가서 경배한 다음, 밖으로 나와 손을 펴들고 공동으로 백성에게 축복한다(민수 6,22-27). 이때 백성은 무릎을 꿇고 얼굴을 숙인다.
축복이 끝나면 아침 전례의 마지막 부분으로서, 짐승제물을 제단의 불타는 장작 위에 갖다 놓고 곡식제물과 제주를 바친다(민수 28,3-8). 제주를 바치기 전에 나팔을 불고, 바치기 시작하면서는 책임 사제의 신호와 함께 레위인들의 합창대가 성가를 부른다.
우리가 드리는 주일의 ‘회중미사’에 해당하는 이 아침 제사가 끝나면, 개인들이 가져온 여러 종류의 제물들을 바치기 시작한다.
제물의 종류에는 우선 감사하는 마음에서 바치는 ‘감사제물’, 어떤 제물을 바치겠다고 정식으로 서원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서원제물’, 어떤 규정이나 전제 없이 그냥 마음에서 우러나 바치는 ‘자원제물’이 있다.
이 제물들을 바칠 때, 짐승의 굳기름은 제단 위에서 불에 태워 하느님께 바치고, 살코기 일부는 사제들이 차지하며, 나머지는 봉헌한 사람과 가족과 친구들과 초대받은 이들이 성전에서 정해진 기일 안에 함께 먹는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제물을 ‘친교제물’이라 한다(레위 7,11-17). 그리고 이것들과 함께 또는 따로 바치는, 고운 곡식가루와 기름과 향으로 이루어진 ‘곡식제물’과 제주(祭酒)가 있다(레위 6,7-16).
개인이 의무적으로 바쳐야 하는 제물들도 있다. 우선 실수나 부정한 상태로 말미암아 짓게 된 죄 때문에 바쳐야 하는 ‘속죄제물’(레위 4,1-5,13),
그리고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보상으로, 손해를 끼친 짐승이나 물건의 본디 값어치에 오분의 일을 더한 값을 바치는 ‘보상제물’이 있다(레위 5,14-26).
이 밖에도 마리아의 경우처럼(루가 2,22) 아기를 낳고 나서(레위 12,1-8), 악성 피부병을 앓고 나서(레위 14,1-32) 등등. 레위기가 강조하는 정결(淨潔)과 관련된 부정(不淨)을 씻기 위해서 바치는 제물들이 있다.
이렇게 갖가지 개인제물들을 오후 2시 30분까지 바치고 나면, 다시 저녁 제사가 아침 제사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거행되기 시작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장작을 제단에 다시 쌓지 않고 백성에게 축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녁 제사가 끝나면서 제단에는 장작을, 성소의 등잔에는 기름을 더 넣어 밤새 불이 꺼지지 않게 한다. 성전의 하루 일과가 정확히 몇 시에 끝나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지만, 해질녘인 것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사제들과 레위인들과 백성이 돌아가고 문들이 닫히면, 북적거리던 성전은 밤의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몇몇 사제만 남아서 낮 동안 다 바치지 못한 짐승의 부분들을 제단 위에서 계속 태운다.
안식일의 전례도 평일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거행된다. 다만 평일의 제물 외에 아침저녁으로 각각 숫양 한 마리에 곡식제물과 제주를 곁들여 바친다(민수 28,9-10).
개인제물은 받지 않고, 안식일의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제사 준비 가운데 일부는 전날 저녁에 해놓는다.
그리고 이날 제사 상에 올린 빵(레위 24,5-9)을 바꾼다. 많은 순례객들이 올라오는 축일에는 지정된 공동제물 외에(레위 23,4-36; 민수 28,11-29,39) 개인들이 청하는 제물도 바친다.
그리고 이때에는 순례객들이 성전을 잘 살펴보고 전례에 잘 참석할 수 있도록, 성전의 개방 시간을 더 늘리는 등 여러 가지 조치들이 취해진다.
고 임승필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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