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학과 교육 과정은 이성적이면서도 가톨릭신앙에 바탕을 둔 생명윤리 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무엇보다 ‘가르칠 사람들을 가르치는’ 못자리로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곤잘로 미란다 신부(Gonzalo Miranda)는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는 첫 걸음으로 교육을 강조한다. 무엇이 인간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고와 행동인지 식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교회 안팎에서 활동할 교육자를 양성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립 레지나 아포스톨로룸 대학 생명윤리학 교수이자 국제 인격주의 생명윤리 연맹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인 미란다 신부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생명윤리학과를 설립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호 ‘생명지킴이를 찾아서’에서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공동으로 여는 학술대회 발표차 한국을 찾은 미란다 신부를 만났다.
현대 생명과학기술 등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인간 생명을 연구 대상으로 삼거나 인간 의지에 따라 죽이고 살리는 폐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명윤리학은 별도의 학문 과정으로 심화됐다.
하지만 생명윤리학을 학문의 한 분야로 탄생, 발전시킨 미국에서도 각종 센터나 연구소, 학회 등이 아닌 대학 학과과정이 곧바로 마련되진 못했다.
미란다 신부는 이탈리아 사크로 쿠오레 가톨릭대학교 생명윤리센터 사무국장을 역임한 경험을 디딤돌 삼아 지난 2001년 독립된 학과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사제들의 교육 과정을 구상했지만, 미란다 신부가 소속된 ‘그리스도의 레지오회’ 권유로 학부 과정 뿐 아니라 석·박사 과정을 모두 갖춘 학과를 설립하게 됐다고.
학과가 설립되자마자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입학 정원의 대여섯 배가 넘는 학생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어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이 학과 졸업생들은 세계 각지에서 생명윤리 전문가들로 활동 중이다.
각자의 업무 분야에 가톨릭적 생명윤리 의식을 적용할 뿐 아니라, 의학대학이나 병원 내에 생명윤리 교육 과정을 신설하고 국가 정책기관 등과 연계해 활동하는 이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미란다 신부는 “학교와 본당, 기관단체 등에서 교육자로 활동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
아울러 미란다 신부는 “가장 먼저 생명윤리 교육을 받아야할 이들은 성직·수도자들”이라고 강조한다.
사제들의 경우 사목현장에서 생명윤리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 즉시 답변을 해야 하지만, 기초 교육조차 받지 못한 사례가 넘쳐난다는 지적이다.
미란다 신부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전문가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생명윤리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어 중·고등학교 교사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교사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미란다 신부는 현재 생명윤리 전문가들과 언론인들이 협력, 각종 보도 행태들을 분석하고 소통 방향 등을 의논하는 연구 그룹도 운영 중이다.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진 현대사회 안에서는 언론인들의 의식교육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생명윤리의 첫 번째 원칙은 바로 인간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시대는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환기하고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을 확산, 과학적인 관점에서 모든 인간이 인격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철학적 신앙적 작업 안에서 인간 존엄성을 실천하는데 힘써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