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9일 성아우구티노 자오롱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복음: 마태 10,24-33: 육신만 죽이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제자가 스승처럼 되고, 종이 주인처럼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25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스승으로 모시고 있기에 우리가 그분과 같이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이다.
제자들은 자신을 스승이나 주님보다 더 높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제자들을 종이라 하시지 않고 친구라고 하셨다(요한 15,15 참조).
그러므로 우리는 박해자들의 위협이나 모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헛된 일이라는 것이 심판 날에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복음에서 나오는 “어두운 곳, 밝은 곳, 귓속말, 지붕 위(27절)라는 말은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의 말씀이 어둠이고 밤이며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높은 곳에서 선포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28절) 육체적으로는 죽일 수 있지만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분은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킬 수 있는 분”(28절)이시다. 이 멸망은 묵시록에서 “두 번째 죽음”(20,6)이라고 하며 이 죽음은 지옥에서 겪게 될 고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참새는 창조물 가운데서도 아주 작은 것이다.
그러나 그 참새조차도 하느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을 알고 계신다는 뜻이다. 미물까지 다 알고 계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당신의 자녀인 우리는 얼마나 더 잘 알고 계시겠는가? 우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분은 우리의 모든 것을 섭리로 돌보신다. 하느님께서는 수많은 참새의 생명보다도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를 보시는 분이시다.
우리는 마음과 입으로 하느님을 안다고 증언해야 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32절)
우리가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을 안다고 증언하지 않으면,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믿어도 아무 소용없다. 고백의 뿌리는 마음의 믿음이다. 고백은 믿음의 열매이다. 뿌리가 살아있는 한, 뿌리는 가지나 잎을 만들어 열매를 맺게 되어있다.
사도 바오로는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로마 10,10) 하였다.
마음의 믿음이 없다면 입으로 고백할 수 없으며, 마음의 믿음도 입으로 고백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우리의 믿음을 건강하게 하여 입으로 늘 고백의 씨앗을 뿌리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
성 자오롱(趙榮)은 1746년 중국 귀주(貴州)에서 태어났으며 세례명은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또는 아우구스티노)이고 원래 성은 주(朱) 씨였다. 그는 젊은 시절 좀 방탕한 생활을 했고 20세 때에 옥졸(獄卒)이 되었다.
그 당시는 천주교가 사천(四川) 지방에 막 전해졌을 때라 신자들이 조금씩 생길 때였는데, 1772년 갑자기 박해가 일어나 많은 신자들은 잡혀가 감옥에 갇혔다.
2년 뒤 매 신부라는 선교사가 새 영세자들을 격려하러 그 지역에 갔다가 체포되었다. 감옥에서 매 신부가 열정적으로 진리를 전파하는 모습에 많은 죄수들이 감동했는데, 옥졸로 있던 주영(朱榮) 역시 그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아 며칠 안 돼 교리를 배워 믿게 되었다. 나중에 매 신부가 감옥에서 나갈 때 그를 배웅하면서도 계속 교리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매 신부는 1776년 그에게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견진성사도 베풀었다.
매 신부는 그가 신앙심이 굳건한 것을 보고 많은 일을 부탁했고 라틴어도 가르쳤다. 그리고 그에게 성인들의 책을 많이 읽도록 했다. 다른 신부 한 명도 그의 믿음을 보고 위독한 아이들에게 유아세례를 주게 하는 등 많은 일을 부탁했다.
그러고는 성실한 그의 성격과 굳건한 믿음을 보고 주교에게 사제서품을 청했다. 그래서 1781년 음력 5월 10일 아우구스티누스는 사제품을 받게 되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35세였고 성도 조(趙, Zhao) 씨로 바꿨다.
사제가 된 뒤에 성 아우구스티누스 자오롱은 착실하게 교리를 가르치고 성사를 집전하며 간절한 태도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박해를 피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혀 모진 고문을 받은 끝에 1815년 1월 27일 향년 69세의 나이로 하느님께 목숨을 바쳤다.
그는 1900년 5월 27일 교황 레오 13세(Leo XIII)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2000년 10월 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에 의해 119명의 동료 중국 순교자들과 함께 성인품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