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특 집

[특집] 한국교회의 등불이 되다 (4·끝) 한국교회를 밝혔던 세 성직자를 만나는 길

dariaofs 2023. 5. 10. 00:59

오직 주님 따랐던 신앙 모범, 시복시성으로 영적 성장 열매 맺길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
서울대교구 자체적으로 추진
김수환 추기경·방유룡 신부도
올해 내로 본격 착수 전망
그리스도교 덕행 실천했던
영웅적 삶에 대한 공경 의미

 

순교로, 혹은 영웅적인 덕행으로 복음적인 삶을 산 성인들. 그들이 남긴 그리스도인의 향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거룩한 삶을 살도록 이끈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욥 주교)는 지난 3월 23일 제11차 시복시성위원회 회의를 열고 조선대목구 초대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 서울대교구 제11대 교구장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1922~2009),
 
한국 순교 복자 가족 수도회 설립자 방유룡 레오 신부(1900~1986)의 시복시성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한국교회 역사 속에 등불을 놓은 세 성직자의 삶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신앙생활에 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오랜 노력과 시간, 기도가 필요한 여정이지만 한국교회와 신자들,
 
수도회와 회원들의 영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세 분의 시복시성 추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등불이 되다’ 마지막 편에서는 세 성직자의 시복시성이 가지는 의미와 여정을 소개한다.

■ 시복시성, 어떤 의미인가?

시복시성은 가톨릭교회가 성덕이 높은 사람이 죽었을 때, 혹은 순교자에게 공식적으로 복자(福者)나 성인(聖人)의 품위에 올리는 예식을 말한다.
 
성인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복자는 해당 지역 가톨릭교회가 모시게 된다. 시복시성에는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필요하지만, 순교자는 순교 사실만으로 기적 심사가 면제된다. 시성이 되려면 먼저 시복이 이뤄져야 한다.

15세기에 시작된 시복 제도는 시성 안건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에 제한적인 공경과 하느님의 종으로서 공경이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였다.
 
이러한 영향에 따라 시복은 시성보다 쉽게 여겨졌고 차츰 시성 이전에 수여되는 전 단계로 간주됐다. 17세기에 이르러 온전한 제도로 인정됐다.

시성은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려고 노력하면서 거룩한 삶을 살았던 이에 대한 교회의 공식 선언이다. 현행법에서 시성은 복자가 된 하느님의 종을 공적인 전례를 통해 성인들 명부에 올리는 교황의 최종적 행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시성은 교회의 권위를 통해 한 사람의 성덕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윤리적이며 신학적인 요소, 특히 영성신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교의적 점검과 교회법적 절차를 거쳐 마지막으로 교회의 성인들의 공경이라는 공적 전례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교황청 시성부에서 발표한 훈령 「성인들의 어머니」(2007)에는 “시복 시성 안건은, 삶과 죽음과 죽음 이후에도 모든 그리스도교 덕행을 영웅적으로 실천해 성덕의 명성을 누리거나 그리스도를 더 가까이 따르고 목숨을 바치는 순교 행위로써 순교의 명성을 누리는 가톨릭 신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종이나 사회적 환경에 관계없이 성덕의 향기를 드러내고 죽어 그 평판(명성)을 간직하고 있는 가톨릭 신자는 누구나 시성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복시성에 추천되는 요건은
성덕이나 순교와 전구 능력의 평판
▲영웅적인 그리스도인의 덕행 실천이나 순교
▲시성함에 있어서 중대한 장애가 없을 것
▲하느님의 종의 사망 후 5년 경과 등이다. 성덕의 명성은 ‘하느님의 종의 삶의 순수함과 고결함, 그리고 그가 영웅적으로 실천한 덕행에 관해 신자들 사이에 퍼진 의견’이라고 「성인들의 어머니」에서밝히고 있다.
 
이때 명성은 자발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며 공동체의 대다수에게 일반적이어야 한다. 영웅적 덕행이란 하느님의 은총에 감화돼 적극적이며 기쁜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실천하면서 특별히 영웅적으로 삶을 산 사람이 갖는 좋은 습관을 말한다.
 
또한 시복을 위해서는 신학적 덕행(향주덕)과 기본적인 덕행(사추덕)의 영웅적 실천이 요구된다.



서울대교구는 브뤼기에르 주교,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3월 12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봉헌된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감사 미사.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 안건 착수, 김수환 추기경·방유룡 신부도 올해 안에 추진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925년 조선시대 순교자 79위가 시복됐고, 1968년에 24위가 추가돼 103위의 복자가 있었다. 이들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한 1984년 서울에서 열린 시성식에서 성인품에 올랐다.

 

이후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124위를 복자로 선포해 국내에는 103명의 성인과 124명의 복자가 있다. 또한 현재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아빠스와 동료 37위’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시복은 ‘기적 심사’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시복시성은 교구 단계를 거쳐 로마 단계로 이어진다.

교구 단계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공식 조사 이후 안건 착수, 안건 예비 심사가 끝나면 모든 자료를 로마의 교황청 시성부로 전달한다.

 

로마단계에서는 교구에서 수집된 모든 증거를 종합하는 문서, 즉 심문요항(Positio)을 작성하고 안건의 가치에 대해 심사한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부위원장 박선용(요셉) 신부는 “133위 순교성인과 124위 복자, 가경자 최양업 신부,

 

그리고 홍용호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까지 4개 안건이 동시에 진행할 때는 국내에서 10년 로마에서 5년까지 총 15년가량 소요됐지만 이번에는 단일 안건이기 때문에 시간이 빨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 개포동본당에서 자발적으로 브뤼기에르 주교에 대한 현양운동을 추진하면서 시복시성 여정에 탄력을 받았다.

 

이어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10월 열린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주교단으로부터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교구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동의를 얻었다.

서울대교구는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에 대한 안건 착수를 위해 교황청 시성부에 요청서를 보냈고, 시성부는 시복시성 절차를 추진하는데 아무런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교령을 통해 승인했다. 이로써 브뤼기에르 주교는 하느님의 종으로 불리게 됐다.

3월 23일 회의에서 브뤼기에르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시복시성 안건 청원인으로 임명된 박선용 신부는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일상을 충실히 살며 맺는 열매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분”이라며 “한국 교회 모든 신자들이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시복을 위해 기도하고 협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브뤼기에르 주교와 함께 시복시성을 추진키로 결정한 김수환 추기경과 방유룡 신부에 대한 안건은 올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동의를 얻은 뒤 본격적으로 착수될 전망이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영웅적인 덕행과 성덕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신 분들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삶을 거룩하고 아름답게 사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라며

 

“이런 분들을 발굴해 신자들의 영적 선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저희 위원회의 역할이며 이번 세 명의 성직자 시복시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