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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4년 제32차 세계 병자의 날 교황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32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24년 2월 11일)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 관계의 치유를 통한 아픈 이들의 치유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세 2,18 참조). 한처음부터,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친교를 위하여 우리를 창조하셨고 우리에게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을 부여해 주셨습니다. 삼위일체의 모습을 반영하는 우리 삶은 관계와 우정과 주고받는 사랑의 연결망을 통하여 충만에 이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도록 창조되었습니다. 바로 이 친교의 계획이 인간의 마음 깊이 뿌리내려 있기에, 우리는 버림받음과 고독에 대한 체험을 무언가 두렵고 고통스럽고 심지어 비인간적인 것으로 여깁니다. 이따금 심각한 질병에 걸려 취약하고 ..

세 계 교 회 2024.02.11

[담화] 2024년 축성생활의 날 담화

2024년 축성생활의 날 담화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축성생활자 여러분! 용의 기상처럼 영적인 활기가 가득한 2024년 한 해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올해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꼽으라면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일 것입니다. 보통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말이 있다면 잘 안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자꾸 반복하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는 같은 길을 걷는 시노드 교회였고 이렇게 같은 길을 함께 걷기 위해 사도들을 중심으로 함께 모이고, 함께 기도하고, 의논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상호 존중하며 경청하는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는 교회였습니다. 교회가 무엇입니까? 세례를 받고 예수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의 모임 아닙니까? 그러면 이 교회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습니까? 하느님을 사랑하고 형제자매들이 서로 사랑하..

세 계 교 회 2024.02.02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7)에제키엘서

완전한 멸망에서 일어설 용기·희망 주시는 주님 에제키엘서는 예루살렘이 완전히 멸망한 상태에서 유다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하느님의 영광이 새 예루살렘을 건설할 것이라고 격려한다. 미켈란젤로, ‘에제키엘 예언자’, 프레스코화, 1512년께, 시스티나 소성당, 바티칸. 히브리어 구약 성경 「타낙」은 에제키엘서를 ‘예헤즈케엘’이라 표기합니다. 예헤즈케엘은 우리말로 ‘하느님은 강하시다’ ‘하느님께서 강하게 힘을 주신다’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성경 「칠십인역」은 ‘Ιεξεκιηλ’,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Ezechiel’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에제키엘서’로 음역해 표기합니다. 에제키엘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시대를 살았던 예언자입니다. 에제키엘은 차독 계열 ..

성 경 자 료 실 2024.02.01

[조민아 평화칼럼] 늦게 도착한 초대장

구세주의 탄생을 한 주간 앞둔 12월 18일,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교리선언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을 발표해 사제가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는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다고 공식 승인했다. 성소수자들과 앨라이(ally: 지지자)들에게는 기나긴 기다림의 길목에 도착한 선물이다. 물론 동성 커플 축복이 성사가 아니며,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11항)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종은 교회가 교리나 규율에 묶인 채로 사목적 실천을 해서는 아니됨을 강조한다. 누구도 도덕적 완전성을 기준으로 누구에게 축복을 줄 것인지 평가하거나 배제하는 재판관이 될 수 없다.(12, 13, 32항) 모든 축복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초대하는 기회이기 때문이..

길 을 찾 아 서 2024.01.31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34)나는 누구인가?

나를 알고 하느님을 알아가는 길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 16,15)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질문이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가는 우리의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그 안에 숨은 다른 질문이 있으니, 바로 ‘너희는’ 곧 예수님께서 말씀을 건네시는 우리 자신에 관한 질문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신학자인 조셉 도레 대주교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수」(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8)에서 예수님께서 앞서 하신 질문의 초점을 ‘너희’에 맞추며, 예수님께서 우리 자신에게 자문하도록 질문을 던지고 계심을 일깨운다.(225~226쪽) 예수님을 따르는 나, 그분 앞에 선 나는 누구인가? 신앙의 길에서 하느님을 찾고 그분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을 찾아..

[시사진단] 도박중독 유병률과 청소년 문제행동

도박의 개념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우연(chance), 대가(consideration), 보상(prize)이다. 우연은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을, 대가는 법률 용어로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참여하기 위해 돈과 같은 가치 있는 물건을 내놓는 것을, 보상은 이겼을 때 가치 있는 것의 획득을 의미한다. 복권 구매는 그 결과가 불확실하고(우연), 복권 구매를 위해 돈을 내야 하며(대가), 복권에 당첨되면 상금을 받는다(보상). 따라서 복권 구매는 도박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도박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5%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년마다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를 하는데 이 조사에 따르면, 도박중독 유병률은 2020년 5.3%, ..

길 을 찾 아 서 2024.01.30

[윤영선 교수의 우리 성인을 만나다] 4. 성 남명혁 다미아노

윤영선 작 ‘성 남명혁 다미아노’. 출 생 | 1802년 서울 순 교 | 1839년(37세) 서소문 밖 / 참수 신 분 | 회장 방탕한 생활 접고 극적으로 회심 1월 25일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이다. 율법에 충실했던 유다인 바오로는 교회를 박해하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부터 그리스도의 사도, 특히 이방인을 위한 사도로 변모했다. 사도가 된 바오로는 생명을 바칠 열정과 각오로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바오로 사도 같은 특별한 체험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할 즈음, 극적인 변모를 이룬 신앙 선조를 만나게 되었다. 기해박해(1839년) 순교자 남명혁 다미아노이다. 그는 서울의 양반으로 태어나 방탕한 생활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30세 즈음 우연히 알게 된 천..

신 앙 돋 보 기 2024.01.30

[한국 교회 그때 그 순간 40선] 4. 정미(1787년) 반회(泮會) 사건

구베아 주교, 모든 성사 거행 중단과 조상 제사 금지 지시 「송담유록」에서 1787년 정미반회 사건을 다룬 대목. 1787년 반촌에서 천주교 서적 연구하다 발각 평신도 성직제도가 한참 비밀리에 실천되고 있을 때, 한양의 성균관 근처 김석태의 집에 모여 천주교 서적을 연구하다가 유생 동료들에게 들킨 사건이 있었다. 이를 1787년 김석태의 집이 있던 반촌(泮村)에서 모임을 했다고 하여, 반회(泮會) 사건이라고 부른다. 1787년 겨울, 이승훈과 정약용 등이 여문(儷文: 4,6구로 이루어지는 변려문)을 짓는다는 핑계로 김석태의 집에서 모여 천주교 서적을 강습하고 젊은이들을 유혹하여 설법(說法: 강론이나 설교를 가리키는 말을 당시에는 불교의 설법으로 표현함)을 하였다. 유생 동료였던 이기경이 그들의 여문을 보..

[신앙단상] 나의 지구 나의 탈렌트

코로나로 쿼런틴(격리)을 시작했던 2020년, 작은 바이러스로 세상이 그렇게 빨리 바뀔 수 있음을 안타까이 실감하던 즈음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손을 씻다가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는 왜 이렇게 물을 많이 써요?” 그때 저는 수돗물을 콸콸 틀어 손을 씻는 중이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씻는데?” 그랬더니 아이는 물을 쫄쫄 흘리며 “이렇게요. 이렇게 해도 잘 닦여요”하며 보여주었습니다. “God made the world.” 주일학교 첫날에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셨고,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고 해마다 가르쳤습니다. 그런 제가 하느님께서 주신 환경을 위한다고 말만 하고 있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날부터 아이처럼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성..

길 을 찾 아 서 2024.01.29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41) 일치 운동을 하면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나요

신앙의 공동 유산 인정하는 태도가 일치 운동 대원칙 계시 진리의 해석에 차이 있음을 명심하고 대화할 땐 가톨릭 교리 명확하게 제시해야 2020년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가 1월 21일 광주대교구 쌍암동성당에서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 성직자와 신자 2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하나인 교회가 필수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치를 위한 노력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다음의 몇 가지 일치 운동의 가톨릭적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첫째, 「교회 헌장」은 가톨릭교회와 유대 관계가 끊긴 갈라진 형제들 안에서도 신앙의 공동 유산이 발견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태도가 일치 운동의 대원칙이라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