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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40)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대화·기도·공동선을 위한 협력에 동참하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3월 23일 바티칸 도서관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 위원장 하인리히 베드포드-스트롬 주교, WCC 총무 제리 필레이 목사와 만남을 가졌다. 사진=OSV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인 「일치의 재건」(Unitatis Redintegratio)을 통하여 가톨릭교회의 일치 운동의 원칙과 방법을 제시하면서 모든 가톨릭 신자가 일치 운동에 슬기롭게 참여할 것을 권고합니다. 「일치 교령」 4항에서 “일치 운동이란 교회의 여러 가지 필요와 시대의 요청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증진시키고 조직하는 활동과 사업”이라고 밝힙니다. 「일치 교령」 4항은 일치 운동의 네 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힙니다. 첫째, 삶..

[시사진단] 윤희의 축복

윤희는 남편과 이혼하고 고등학생 딸과 함께 살며 식당에서 일한다. 윤희는 뭐든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람인 듯 뒤에 물러서 있고, 겉모습에서부터 외로움이 묻어나오는 사람이다. 20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 갑자기 날아온 편지를 몰래 뜯어본 딸에 이끌려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간다. 젊은 시절 윤희는 어쩔 수 없이 첫 사랑과 헤어지며 깊은 상처를 안에 묻고 살아왔다. 윤희가 사랑한 이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일본 여성이었다. 상실과 체념으로 겹겹이 싸인 윤희의 얼굴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시리고 아픈 세월의 표정이었다. 딸이 엄마를 위로하려고 마련한 여행에서, 윤희는 자신의 모습과 과거를 다시 보게 되고, 딸도 엄마와의 새로운 만남으로 훌쩍 더 성장한다. 영화 ‘윤희에게’ 이야기다. 그..

길 을 찾 아 서 2024.01.23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6)바룩서

진정한 참회 통해 하느님께로 돌아오라 바룩서는 하느님과 당신 백성 사이에 생긴 단절을 공인하는 내용으로 시작해 둘 사이의 화해로 끝난다. 바룩서는 파스카 성야 미사 제6독서로 봉독된다. 루틸리오 디 로렌초 마네티, ‘예레미야 예언자와 바룩’, 유화, 로마 국립 고전 회화관. 바룩서는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히브리어 「타낙 성경」에 수록돼 있지 않은 제2경전에 속한 예언서입니다. 따라서 바룩서는 헬라어 「칠십인역」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작품입니다. 「칠십인역」은 바룩서를 ‘Βαρουχ’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Baruch’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바룩서’로 음역해 표기하고 있습니다. 바룩은 우리말로 ‘축복받은 이’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성경을 라..

성 경 자 료 실 2024.01.23

[사도직 현장에서] 지상을 떠날 채비

사제의 신원을 두고 보면, 수도 공동체에서 맡겨진 개인 소임뿐만 아니라 수도원 밖 부르심을 받고 달려가는 일도 적지 않다. 사제라는 신원에서 오는 고유한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흔치 않게 일어난다. 여유가 있어 나지막한 수도원 뒷산을 산책하고 있는데, 노인 시설에서 일하는 수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르신 한 분이 갑자기 건강이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겼으니 급히 병자성사를 부탁한다는 전화였다. 다른 상황을 물어볼 생각도 못 하고, 집을 한참 벗어난 발걸음을 재촉해 준비해 나섰다. 예전엔 장례 미사를 가거나 아픈 이를 위해 집을 나설 때 ‘강론은 어떻게 할까, 무슨 말로 가족들을 위로할까?’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도 생활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고 ..

길 을 찾 아 서 2024.01.22

{선교지에서 온 편지] 칠레에서 이용규 신부

주소는 달랐고, 성사는 어수선, 면담자마저 불참… 아주 완벽(?)한 하루 문화가 다르다는 걸 받아들여야 함을 알고 있지만 쉽게 극복하기 어려워… 가장 힘들었던 건 약속 시간 어느 날 문득 ‘약속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고 있구나’ 생각 하느님의 사랑을 삶의 첫 자리에 모시고자 노력하며 그 사랑 안에서 더욱 작아지고자 한다면 교우들의 삶의 방식 받아들이고 그들 삶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 만나 뵐 수 있을 것 사그라나 코라존(Sagrado Corazon) 공소에서 세례성사를 베푸는 모습. 이용규 신부 제공 며칠 전 일입니다. 강론을 쓰던 중 갑자기 책상이 흔들려 ‘또 지진이네’라고 생각했는데, 문자 메시지가 왔다는 휴대폰 진동이었습니다. 본당 사무실에서 온 문자인데, 병자성사 요청이었습니다. 사무실을 통해 성사를..

기 획 특 집 2024.01.22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33)새로운 시작

죄를 없애시는 주님 앞에 매일 새롭게 어떤 자매님께서 이렇게 기도하셨다고 한다. “주여, 사흘마다 오소서!” 결심이 늘 ‘작심삼일’로 끝나기에, 사흘마다 오셔서 마음을 잡아달라는 간청이었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새해를 시작하며 가졌던 새로운 마음과 다짐들,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점검해 보면 어떨까. 중국 은나라 시조인 탕왕은 대야에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 곧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문구를 새겨 넣어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매일 새로워질 것인가? 새로워지는 것은 연말연시의 기분이나 분위기 혹은 한순간의 마음이나 의지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내가 새로워지지 않는데, 내가 다..

2024년 1월 21일 연중 제3주일

[말씀묵상] (하느님의 말씀 주일) - 부르심, 새로운 삶에로의 초대 제1독서 요나 3,1-5.10 / 제2독서 1코린 7,29-31 / 복음 마르 1,14-20 루카 조르다노의 ‘성 베드로와 성 안드레아를 부르심’. 연중시기 서두에서 듣게 되는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첫 선포와 네 명의 어부들이 새로운 삶에로 부르심 받는 것을 소개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 후에 광야에서 40일 동안 사탄과 ‘맞짱뜨기’를 하시며 당신의 소명을 확인하셨습니다. 좁은 길을 선택하신 예수님께서 이제 갈릴래아로 오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마르코복음이 들려주는 예수님의 첫 목소리를 듣습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15)는 외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분으로 등장하십..

강 론 말 씀 2024.01.21

[신앙단상] 아버지의 선물

뉴스를 보니 좋은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지구 곳곳의 이상기후 현상들, 극으로 갈라지는 사람들, 비극적인 전쟁들. 그래서 화로 날카로워진 사람들의 말들. 심각한 문제들이 많아 한 가지 문제에 ‘모두의 힘을 모아 해결합시다!’하고 집중하기도 어려운 복잡한 세상입니다. 몸이, 마음이 아픈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먼 곳 이야기할 것도 없이 제 자신의 어둠이 제 피곤한 몸과 마음에 비집고 들어와 똬리를 틀려던 어느 날, 하얀 눈이 두두두두 선물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큰 기대 없이 나간 산책길에 소복이 쌓여가기 시작하는 눈을 맞았습니다. 집 앞 공원 여기저기 안 밟힌 눈들을 황홀하게 바라보며 한참을 걸었습니다. 눈길 따라 들어간 공원 언덕에서는 한 꼬마가 아빠가 끌어주는 눈썰매를 타고..

길 을 찾 아 서 2024.01.21

[윤영선 교수의 우리 성인을 만나다] 3. 성 안토니오 다블뤼(Marie-Nicolas-Antoine Daveluy)

윤영선 작 '성 다블뤼 안토니오' 출 생 | 1818년 프랑스 아미앵(Amiens) 순 교 | 1866년(48세) 갈매못 / 군문효수 신 분 | 주교(제5대 조선대목구장) 한국이름 | 안돈이 ‘모든 것’ 버린 대신 예수님 가진 성인 “예수님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 자이다.” 성 안토니오 다블뤼의 좌우명은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언제나 큰 힘이 된다. 북프랑스 피카르디 지방의 부유한 명문가에 속했던 그는 어쩌면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겠다며 사제가 되고, 선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끝이나 다름없는 조선으로 그를 보냈다. 조선 선교사로 살았던 21년은 상상에서조차 그려본 적 없는 고난의 세월이었다. 낯설고 열악한 조선에서 피로와..

신 앙 돋 보 기 2024.01.21

[한국 교회 그때 그 순간 40선] 3. 평신도들로만 이뤄진 성직제도

지역별로 평신도 성직제도 운영, 미사 집전하고 성사 거행 한국 천주교회 초기 미사를 인형으로 재현한 모습.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에서 전시 중이다. 출처=서울 가회동본당 홈페이지 주교 역할 이승훈, 미사집전자 10명 선발 김범우의 명례방 공동체에서의 집회는 최소한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강론이 이루어지는 말씀의 전례 형태를 갖추었다고 보인다. 이벽이 “설법(說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천주교의 교리를 가르치는 강론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을사추조 적발사건(1785년)이 있었던 후, 이 집회는 한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신앙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은 말씀의 전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사(聖事)의 거행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를 실행하는 데 주도했던 이승훈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