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사 열전 1250

[한국 교회 그때 그 순간 40선] 4. 정미(1787년) 반회(泮會) 사건

구베아 주교, 모든 성사 거행 중단과 조상 제사 금지 지시 「송담유록」에서 1787년 정미반회 사건을 다룬 대목. 1787년 반촌에서 천주교 서적 연구하다 발각 평신도 성직제도가 한참 비밀리에 실천되고 있을 때, 한양의 성균관 근처 김석태의 집에 모여 천주교 서적을 연구하다가 유생 동료들에게 들킨 사건이 있었다. 이를 1787년 김석태의 집이 있던 반촌(泮村)에서 모임을 했다고 하여, 반회(泮會) 사건이라고 부른다. 1787년 겨울, 이승훈과 정약용 등이 여문(儷文: 4,6구로 이루어지는 변려문)을 짓는다는 핑계로 김석태의 집에서 모여 천주교 서적을 강습하고 젊은이들을 유혹하여 설법(說法: 강론이나 설교를 가리키는 말을 당시에는 불교의 설법으로 표현함)을 하였다. 유생 동료였던 이기경이 그들의 여문을 보..

[한국 교회 그때 그 순간 40선] 3. 평신도들로만 이뤄진 성직제도

지역별로 평신도 성직제도 운영, 미사 집전하고 성사 거행 한국 천주교회 초기 미사를 인형으로 재현한 모습.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에서 전시 중이다. 출처=서울 가회동본당 홈페이지 주교 역할 이승훈, 미사집전자 10명 선발 김범우의 명례방 공동체에서의 집회는 최소한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강론이 이루어지는 말씀의 전례 형태를 갖추었다고 보인다. 이벽이 “설법(說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천주교의 교리를 가르치는 강론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을사추조 적발사건(1785년)이 있었던 후, 이 집회는 한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신앙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은 말씀의 전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사(聖事)의 거행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를 실행하는 데 주도했던 이승훈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한국 교회 그때 그 순간 40선] 2. 을사추조 적발사건

명례방 집회 적발, 조선 사회에서 공적으로 드러난 첫 장면 한국 교회 설립 초기 신자들은 명례방(지금의 서울 명동)에 있는 김범우의 집에서 집회를 하면서 신앙을 키워나갔다. 그림은 ‘명례방 집회’.(김태 작, 1984년) 명례방 김범우의 집에서 집회 열고 전례 거행 선교사의 입국과 전교 활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책을 통해서 성교회의 도리를 찾고 실천한 것은 한국 천주교회의 독특한 특징이며, 자연스럽게 한국 교회의 시작에는 평신도 교우들의 활동과 문서 전교의 힘이 돋보였다. 이처럼 양반과 중인 중심으로 모인 한국의 초기 교회 공동체는 이벽의 집에서의 세례 공동체에서 출발하여, 좀더 큰 집으로 곧 명례방(明禮坊) 김범우의 집으로 그 집회 장소가 옮겨졌다. 오늘날 장악원(掌樂院) 표석이 있는 곳 앞쪽에..

한국 교회사 그때 그 순간 40선 (1) 한국 천주교회의 탄생

왜 1784년을 한국 천주교회의 기원과 설립으로 보는가 탁희성(1915~1992) 화백이 그린 ‘이승훈, 북경에 가다’(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소장). 이승훈이 1783년 10월 동지사 편에 청나라 북경으로 가는 장면이다. 이승훈은 북당에서 그라몽 신부에게 교리를 배워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돌아온다. 그는 한국 천주교회 첫 영세자였다.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다 한국 천주교회가 설립 240주년을 맞이했다. 2024년은 갑진(甲辰)년 ‘푸른 용띠’의 해다. ‘청룡(靑龍)’의 해, 청룡열차 타고 24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784년도 갑진년이었다. 이승훈(李承薰, 베드로)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기도서와 교리서 및 천주교 예식과 관련된 여러 서적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벽(李檗)은 ..

‘평화의 불’ 밝혀온 보편 교회와 한국 교회의 발자취<상> / 교황 회칙 「지상의 평화」 반포 60주년

“평화,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는 없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 1963년 회칙 「지상의 평화」에 서명하고 있다. 2023년은 성 요한 23세 교황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반포 60주년이자, 한반도가 정전협정을 맺은 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그러나 지구촌은 반세기 이전부터 외친 평화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불구덩이 전쟁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상의 평화」에 대해 “먹구름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는 진정한 축복”이라며 “회칙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정치·군사적 대립에 따른 핵 위협의 ‘먹구름’은 여전히 전 세계에 드리워져 있다. 어느덧 한 해를 보내고 대림 시기, 그리고 주님 성탄을 앞두고 있다. 수없이 발발하는 전쟁 속..

[대전교구 사목교서] 성사 은총 안에서 세상의 빛이 되는 교회 공동체

교구장 김종수 주교- 성사 은총 일상화하고 복음 선포로 나아가자 교회의 생명은 성사 은총과 복음 선포입니다. 주님께서 세워주신 성사는 교회의 첫째가는 생명이며 복음 선포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승천하시며 사도들에게 주신 사명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교회 안에서 가장 큰 주제로 떠오른 것이 시노드 정신입니다. 세례받은 신자들이 단순히 성사 은총의 수혜자가 아니라, 사제와 함께 교회 운영과 복음 선포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제 성소는 교회가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가난한 이웃을 위한 봉사는 초대 교회 때부터 교회의 당연할 활동이었으며, 생태환경 위기 극복은 오늘날 모든 국가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당면한 과제입니다. 사제 성소 계발과 양성 그리고 성사, 특별히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의 충만..

[공지] 2023년 대전교구 사제 인사발령

+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그간 신부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2023년 사제인사를 다음과 같이 발령합니다. 새로운 임지에서 하느님의 착한 목자로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1. 사제인사 발령 번호 성명 신임지 전임지 1 민병섭 성사전담사제 교포사목 (미국 리치몬드 주임) 2 지경준 성사전담사제 부여 주임 3 성병렬 성사전담사제 신례원 주임 4 김영곤 성사전담사제 천안신방동 주임 5 김용남 논산내동 주임 대전성모병원장 6 이원순 공주중동 주임 둔산동 주임 7 곽승룡 태안 주임 교포사목 (호주 시드니 주임) 8 이준화 성사전담사제 반석동 주임 9 최석영 성사전담사제 성모의 마을 담당 10 여준구 공주교동 주임 안식년 11 곽명호 천안신부동 주임 논산부창동 주임 겸) 논산지구장 12 윤..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 (49·끝) 최양업, 길 위에 다시 서다

신자들 향한 목자의 사랑은 여전히 길 위에… 180여 년 전에 쓰인 빛바랜 편지 21통 가난하고 비참한 삶 속에서 신앙 지킨 신자들 처지 애통해하며 신앙 자유 갈구 시복 기원하며 발자취 따라 걷는 순례길 숨 다할때까지 하느님 전한 열정 느껴져 2022년 1월, 최양업이 오래전 쓴 편지를 꺼냈다. 180여 년 전 쓰인 빛바랜 편지에는 신자들을 향한 사랑과 신앙의 자유를 위한 갈망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신부를 만나기도 어렵고, 마음 놓고 기도를 할 수 없었던 조선신자들의 신앙생활. 2022년을 사는 신자에게 선뜻 와닿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은 최양업의 글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신자들을 만나기 위해 몇 십리를 걷다 결국 길 위에서 생을 다한 신부의 삶. 21통의 편지를 통해 만난 최양업은 신자들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