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경 속 인 물 443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4) 한발자국 내딛은 아브라함

카라바조 ‘이사악의 제사’. 아브라함을 묵상할 때 늘 떠나는 것에 초점을 두었는데 조금 다른 관점에서 묵상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김미소진(마리아) 작가의 「그래도 앞으로 가보지, 뭐!」를 읽으면서 마음에 두려움을 간직한 채 하느님을 믿고 삶을 한발자국씩 내딛는 작가와 아브라함이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편안한 안주에 대한 미련, 미지에 대한 두려움, 갈까 말까하는 망설임, 그런데 그때 내딛는 그 한발자국이 인생의 지도를 바꿔버린다. 아브라함은 유다인들이 공경하는 성조(聖祖)이며 하느님에게 전적으로 순종하는 인물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아브라함의 일생 최고의 시련, 아들 이사악 봉헌을 결정했을 때 그는 절대적인 복종자에서 한발 더 나아간 신앙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신앙은 때로는 이론이나..

성 경 속 인 물 2024.01.25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3) 알코올중독자, 노아

조반니 벨리니 ‘술에 취한 노아’. 나의 형님 신부님은 오랫동안 알코올중독에 빠졌지만, 이젠 극복을 하고 단중독 사목에 전념하고 있다. 나는 형님 신부님이 알코올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으면 어머니가 더 오래 사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머니의 마지막 시절, 첫 번째 기도는 형님 신부님이 술을 끊는 것이었다. 나는 형님 신부님이 알코올중독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의지도 컸지만 어머니의 기도가 이룬 기적이라 믿는다. 알코올중독은 술 한 잔만 다시 마셔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중독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알코올중독은 보통 인간관계를 깨뜨리고 자신의 삶을 황폐화시키며 가족에게 큰 해를 끼치거나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다. 노아는 성경에서 드물게 언급되는 의인으로 지칭된다. 의인이란 깨끗하고 ..

성 경 속 인 물 2024.01.17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2)인류 최초 살인 범죄자, 카인

다니엘 크레스피 ‘카인이 아벨을 죽이다’. 아담과 하와는 카인과 아벨 두 형제를 두었다. 성경은 영화대본처럼 스토리가 일사천리로 전개된다. 물론 문장의 행간(行間)에는 수없이 많은 고뇌와 걱정,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친다. 내 경우 세 살 터울인 동생이 태어나고 난 후 동생과 많이 싸웠다. 싸움의 이유는 이념,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존재자체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마루에서 매일 저녁기도를 바쳤다. 우리 둘은 맨 뒤에서 몸을 배배꼬면서 있다가 눈이 마주치면 “뭘 봐! 임마”하며 서로 잡고 뒹굴며 싸웠다. 나와 동생의 싸움이 끝난 것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보통처럼 동생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동생이 맞기만 하고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나를 형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그 이후 우리는 수십 ..

성 경 속 인 물 2024.01.12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내가 만약에 아담, 하와라면?

구스 ‘뱀에 유혹당하는 아담과 하와’. 초등학교 주일학교는 모두 개근을 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싹수부터 파릇파릇했냐고? 절대 아니다. 온갖 핑계와 잔병치례로 정작 학교는 많이 결석했다. 주일미사와 주일학교는 빠지면 평소 인자하던 아버지가 화를 내시고 회초리를 드셨다. 주일학교에서 배운 교리 중에 지금도 생생한 건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다.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며 “하느님은 왜 사과를 따먹지 말라하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대학생인 주일학교 선생님이 당황하고 얼굴이 빨개지고 말씀도 꼬이셨다. 그러자 옆에 개구쟁이 친구가 발로 툭차며 “짜식아, 하느님이 먹지 말랬잖아” 하니까 “그러니까? 왜 먹지 못하게 했냐고요?”하면서 두 놈이 엉겨붙어 뒹굴면서 수업이 끝났다. 호기심 많던 친구는 대학교수가 되었고..

성 경 속 인 물 202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