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자는 특성으로 부활 상징… 풍요 의미하기도
위험한 상황에서 뛰어 도망치는 모습
악마 유혹 뿌리치고 하느님께 향하는
구원 향한 인간 열망으로 해석되기도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예로부터 지혜롭고 민첩한 동물로 여겨졌다. 자녀를 일컬을 때 ‘토끼 같은 자식’이라 부르는 것에서 토끼가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래동화를 통해 익숙하게 접한 토끼의 이미지는 달에서 방아를 찧는 모습이다. 여성을 상징하는 달에서 약초를 찧는 토끼는 무병장수, 다산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 안에서 토끼는 어떤 의미일까?
■ 성경 “부정한 것”… 죽음을 이겨낸 그리스도와 닮아 부활 상징하기도
성경에는 토끼가 부정한 것으로 묘사된다.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셨다. 토끼도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너희는 이런 동물의 고기를 먹어서도 안 되고, 그 주검에 닿아서도 안 된다. 이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한 것들이다.(레위 11,1-8)
성경에서는 먹을 수 있는 짐승에 대해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으며 새김질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토끼는 굽이 갈라지지 않은 동물이므로 부정하다고 언급된다.
하지만 토끼와 관련된 긍정적인 풍습도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달걀이 부활을 상징하지만, 서구권에서는 달걀과 함께 토끼도 부활을 상징한다. 눈을 뜨고 잠을 자는 토끼가 죽음을 이겨낸 그리스도와 닮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허영엽(마티아) 신부는 저서 「성경 속 상징」에서 “토끼는 눈꺼풀이 없기에 잠을 잘 때 동공을 위로 밀어낸다”며 “이런 모습을 보고 옛날 사람들은 토끼가 잠을 자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부활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서구권에서는 부활에 토끼모양 과자나 빵을 나누는 풍습이 남아있다.
서구권에서는 눈을 뜨고 자는 토끼가 죽음을 이겨낸 그리스도와 닮았다고 여겨 주님 부활 대축일에 달걀과 함께 토끼 모양의 빵과 과자를 나눈다.CNS 자료사진
그리스도교 미술에서도 토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등장한다. 1480~1790년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그린 ‘쾌락의 정원’은 에덴동산을 묘사하고 있다.
베르트람 폰 민덴의 ‘그라보 제단화’(1379-1383년)에도 하느님이 창조하신 동물 중에 토끼가 등장한다. 한 마리씩 그려진 다른 동물들과 달리 세 마리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은 토끼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함을 보여준다.
앞다리가 짧은 토끼는 내리막보다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데 유리하다.
1530년 이탈리아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가 그린 ‘성녀 가타리나와 토끼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Madonna and Child with St Catherine and a Rabbit)에는 성모 마리아가 하얀 토끼를 잡고 있다.
민경화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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