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떨치고 빛으로 가는 길… 성모님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
사순과 부활을 지나 아름다운 계절 5월을 맞이한다. 영적인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고 그 신앙 모범을 따르기 위해 교회는 5월을 성모 성월로 정해 뜻깊게 보내고 있다.
교부 시대 때부터 이어져온 성모 신심은, 인간 구원을 위해 간구하신 성모 마리아의 은혜에 감사하고 하느님께 대한 순명과 사랑을 본받기 위한 것이다.
신앙인들이 한번쯤 직접 찾아 성모 마리아를 통해 전구하고 그 신앙 모범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도록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 성모동굴 및 성모동굴성당을 찾아가봤다.
울산 언양본당 ‘성모동굴’
자연동굴 안에 마련된 성모상
박해 극복한 성모 신심 상징
■ 박해받는 신자들 사랑으로 감싼 성모님 숨결 고스란히
부산교구 울산대리구 언양본당(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 소재)은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믿음의 산실이며 신앙의 전통이 고스란히 내려져 오고 있는 곳이다.
박해가 극심하던 시절 교우들은 죽림굴(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재) 주변에서 움막을 짓고 생계를 이어갔다. ‘땀의 순교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도 이곳에서 은신하며 미사를 집전하고 마지막 서한을 쓰기도 했다.
박해의 시대, 그러나 신앙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기에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했던 초기교회 신자들을 이끌어준 힘은 성모님에 대한 끝없는 신심이었다. 언양본당의 ‘성모동굴’은 이 같은 성모 신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부산교구에서 유일한 고딕 양식 석조(石造) 성당이기도 한 언양성당 뒤편에 있는 산을 따라 십자가의 길 14처 기도를 바치며 산비탈 약 0.8㎞를 오르다보니 ‘성모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큰 바위 아래 가로로 넓게 안쪽으로 뚫린 모양을 하고 있는 성모동굴 안에는 어둠 속에서도 순수한 흰색이 돋보이는 루르드의 성모님이 보인다.
자연동굴인 성모동굴 안쪽은 순례객의 땀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분다. 동굴 바위와 이끼 틈 사이에서는 맑은 물이 솟아나고 그 옆에는 약수터가 있다.
동굴에서 나온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성모상을 바라보니 성모님이 순례객을 반기며 단아한 미소를 짓고 계신다.
성모동굴 조성에 대한 구상은 지금으로부터 90여 년 전인 1927년에 시작됐다. 당시 언양본당 주임이었던 에밀 보드벵 신부(파리 외방 전교회)가 성당 뒷산에 성모동굴을 만들어 성모님을 모시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여러 사정으로 성모동굴 조성은 이뤄지지 못했고,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언양성당이 순례성당으로 지정되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조성 사업이 시작됐다.
수많은 신자들이 조성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봉사하며 땀을 흘렸다. 당시 신자들은 산비탈을 헤치며 손수 나무 십자가를 짊어지고 옮겼고, 삽과 곡괭이로 성모동굴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하느님께, 성모님께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 했던 신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성모동굴에 남아 진한 신앙의 향기를 드리우고 있다.
※문의 052-262-5312 부산교구 울산대리구 언양본당
경남 밀양시 ‘성모동굴성당’
김범우 순교자 성지에 건립
동굴 형태 천장에 성모상 눈길
■ 순교자의 피와 땀, 성모님의 사랑을 동시에 만나다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에 있는 부산교구 김범우 순교자 성지에는 지난 2011년 조성된 ‘순교자 김범우 기념 성모동굴성당’이 있다.
부산교구 첫 신자이며 한국교회 첫 순교자이기도 한 김범우(토마스·1751~1786년 또는 1787년 추정) 묘역을 조성하기 위해 수많은 신자들이 10여 년 동안 노력을 기울였다.
이곳에 성모동굴성당을 건립하는 과정에서도 부산교구 바다의별 레지아가 당시 34년 간 십시일반 모은 기금을 봉헌했고,
각계각층에서 성금 성원이 쏟아진 덕분에 성모동굴성당이 김범우 순교자의 뜻을 기리고 성모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성모동굴성당은 한옥 형태로 만들어져 독특한 멋을 지녔다. 한옥 대문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자신의 집을 교회로 내놓은 순교자의 삶과, 순교자가 박해 속에서도 그토록 기도 바쳤던 성모님과 하느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세속이라는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지나온 나의 신앙을 되새기고 반성하며 묵상할 수 있는 장소다.
200석 규모의 성모동굴성당 내부는 동굴 형태의 천장과 함께 소박하지만 순교자와 성모님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제단 위 십자가는 순교자 유해 발굴 당시 십자가형 돌 모양을 형상화했다. 십자가와 제대, 그리고 그 옆에 곱게 놓인 성모상 등은 김경란(마리아) 작가의 작품이다.
성모동굴성당과 김범우 순교자 성지 주변으로는 자연석으로 조성된 십자가의 길이 잘 정돈돼 있다. 성당 이외에도 넓고 푸른 잔디 마당이 인상적인 김범우 순교자 묘지를 찾아 경건한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 바칠 수 있다.
성모 성월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5월의 푸른 계절을 즐기면서 이곳을 찾아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 어떨까.
※문의 055-356-7030 부산교구 김범우 순교자 성지·성모동굴성당
방준식 기자(가톨릭신문)
'기 획 특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보 주일 기획] 미디어 선교에 투신한 현대 성인들 (0) | 2023.05.20 |
---|---|
[성모 성월 특집] 한국적 성화 그려온 심순화 화백 (0) | 2023.05.18 |
스승의 날에 만나는 스승 예수 그리스도 (0) | 2023.05.15 |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1) 시노달리타스 유감(有感) (0) | 2023.05.14 |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18)전주해성중·고등학교 (0) | 2023.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