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융합 수업으로 경쟁력 쌓고, 상부상조하며 자존감 높인다
여러 과목 경계 허문 수업
확장된 시각과 창의력 키워
선후배 사이 1대 1 멘토링
학업과 정서 모두 큰 도움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는 유럽 대학의 조선인 첫 유학생이자 5개 국어가 능통한 인물이었다. 뛰어난 지식인이었던 그는 로마자로 조선의 지명을 표기한 ‘조선전도’를 만들어 해외에 조선을 알리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김대건 신부가 주보성인인 논산 대건중·고등학교(교장 김춘오 힐라리오 신부)는 김대건 신부의 지성과 영성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뛰어난 지성을 바탕으로 사랑을 실천하는데 앞장섰던 김대건 신부를 따르고 있는 대건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학교 안에서 배우고 있다.
■ 나를 알고
1946년과 1951년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개교한 대건중·고등학교는 ‘악에게 굴복하지 말고 선으로써 악을 이겨내십시오’(로마 12,21)라는 뜻의 ‘이선승지’(以善勝之)를 교훈으로 삼고 진리와 사랑을 실천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교장 김춘오 신부는 ‘교육은 사랑이다’를 실천코자 힘을 쏟고 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자신 안에 내재된 위대함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고 존엄성을 갖게 하는 것이 교육 목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교육의 파트너로 나와 너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랑의 유대 관계가 바로 교육이요 양성(formation)”이라며
“특히 교육자인 교사는 개개인의 학생들이 성장과 성숙의 도정에서 아직 발굴되지 못한 보석의 가능성을 가진 완성되지 않은 부족한 존재에게 자신을 투신해 그것을 완성하도록 사랑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자아형성을 위해 대건고등학교가 실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상담이다. 개인 및 집단 상담뿐 아니라 학업중단 및 위기학생 맞춤형 상담도 수시로 운영한다.
또한 매주 금요일 명상나눔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한다. 더불어 사는 의미를 깨닫는 교육도 1년에 5차례 진행된다.
요양원이나 농촌 봉사활동, 환경보호 캠페인은 물론이고 7월에는 다문화박람회를 통해 타인과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 함께 공부하며
1년에 두 번 열리는 ‘장영실 창의융합 주간’은 학생들의 학업은 물론이고 관계를 개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과목을 합쳐 경계를 허문 이 수업은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벗어나 확장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정보에 생명과학을 더한 ‘파이썬을 활용한 알코올 실험 빅데이터 분석’ 수업을 듣거나 수학과 체육을 융합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짐 만들기’를 배우는 학생들.
교사들이 오랜 시간 고민해서 완성한 수업을 들으며 친구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는 학생들은 발표를 통해 결과물을 공유하며 큰 성취감을 얻게 된다.
학생회장 박유신(티모테오)군은 “장영실 창의융합 주간에 참여하면서 확장된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안목을 배울 수 있었다”며 “또한 제가 생각했던 것을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구현해내는 과정은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선정된 대건고등학교는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있다.
심리학이나 데이터과학과 머신러닝, 현대세계의 변화, 언어와 매체 등 적성과 소질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학생회 부회장 정승연(베네딕토)군은 “고교학점제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과목이고 수업의 퀄리티도 좋기 때문에 앞자리에 앉으려고 경쟁이 치열하다”며
“다른 학교 친구들은 수업 외에도 학원이나 인터넷강의를 듣는데 저는 학교 수업만으로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또 다른 프로그램은 ‘호형호제’다. 대건중 학생과 1대 1로 멘토링을 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학업뿐 아니라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을 나누며 학업성취도는 물론이고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춘오 신부를 비롯해 교사들이 도서를 추천하는 ‘안드레아 인생 도서 추천 릴레이’도 교사들과 학생들의 유대관계를 탄탄하게 이어주고 있다.
학생들이 교과목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독서교육에 힘쓰고 있는 대건고등학교는 올해 독서상담교사를 채용해 진로나 흥미를 반영한 맞춤형 독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공존하는 기쁨 알게 되다
대건고등학교 분위기는 대학교와 비슷하다. 수업 시간에는 각자가 원하는 수업이 있는 열리는 교실로 이동해 다양한 친구들, 선생님과 수업을 듣는다. 점심시간에는 학교 곳곳에서 융합수업이나 동아리와 관련된 토론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선승지’가 적힌 학교점퍼를 입은 학생 대여섯 명은 행복공간에 모여 환경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북카페에서 태블릿PC를 켜놓고 과제를 하는 학생도 여럿 볼 수 있다. 독서교육에 힘을 쏟고자 새롭게 꾸민 도서관은 학생들로 붐빈다.
교과서나 문제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할 것 같은데, 대건고등학교 학생들은 역사, 종교, 철학,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깊이 있는 공부로 시각을 넓히고 있었다.
학생들은 대건중·고등학교의 장점을 ‘서로 돕고 상생하는 인간관계를 알게 해준 학교’라고 입을 모았다.
정승연군은 “뭐든 처음 시작할 때 시행착오나 두려움이 있기 마련인데, 그럴 때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서 수월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멘토링 활동인 호형호제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배에게 도움을 받고, 중학교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타인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그렇게 내면이 단단해진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학생회장 박유신군은 “저는 경영 쪽 전공을 희망하고 있는데 경영과 과학을 접목한 융합수업을 들으면서 제 미래에 대해 폭넓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며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니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건고에는 학생들 스스로 만든 학습·정서·체육 동아리가 80여 개에 이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동아리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덕분에 대건제는 볼거리가 많고 내실있는 축제로 유명하다.
박군에게 대건고에서 배운 중요한 가치를 묻자 고민없이 ‘사랑’이라고 답했다. 박군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의 손을 잡아주고, 때론 제가 도움을 받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알게 된 것이 학교에서 배운 가장 큰 가치”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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