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랑’으로 ‘사람’ 꽃피우는 학교
교육의 핵심은 ‘사랑 실천’
사랑과 봉사의 삶 살도록
공동선 살아내는 인재 양성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십시오.”(필리 2,15)
1944년, 일제 강점기에 계성여자고등학교는 탄생했다. 어둠 속에서도 길을 밝히는 ‘새벽 동쪽 하늘 샛별’(계성·啓星)처럼, 어두운 상황에도 밝게 비추고 세상을 이끌 인물들을 배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내년 개교 80주년을 앞둔 학교는 2016년 서울 명동에서 길음동으로 옮기고, 여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수많은 남녀 샛별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지난해 말, 학기 마무리로 분주한 계성고등학교를 찾았다.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11시, 계성고등학교 철학실에서는 ‘키링(key ring) 색칠’이 한창이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지낸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 학기말을 앞두고 인성 수업 담당 김민지(효주 아녜스) 수녀는 학생들에게 성탄 의미를 설명하고 색칠을 도왔다.
루돌프와 크리스마스트리 등 각양각색 키링을 꾸민 학생들은 서로가 만든 키링을 보고 ‘어떤 색으로 칠하는 게 나을까?’라는 등 대화를 나누며 친교를 이뤘다.
1학년 최정윤 학생은 “일방향 수업이 아니라 친구·선생님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수업이라 너무 좋다”며 “체험형 수업이라 ‘내가 무언가 할 수 있구나’하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 참여·소통·주체성 기르는 인성 수업
이날 인성 수업은 계성고등학교에서 그리스도를 닮은 전인적 인재 양성을 위해 실시하고 있다.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적인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을 기르기 위해 운영되는 계성고등학교는 참여·소통할 수 있고 학생들이 주체성을 기를 수 있는 장으로서 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1학년 대상의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강·약점을 분석하고, 자신을 표현·소개하면서 자아 존중감을 키우는 연습을 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생명 존중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행복의 의미와 분노 유형 스타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살피고 이해하면서 삶의 주체로서 자신을 인식한다.
동시에 나와 너, 우리가 함께 산다는 ‘공존’ 의미도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체득한다. 세계 시민으로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에 대해 공부하고 공동체 안에서 겸손과 존중, 친절, 책임 등에 대해 익히는 학생들은 이 수업을 통해 그리스도 같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1학년 김지우 학생은 “자기감정을 알면 화가 나도 친구들에게 막 쏘아붙이거나 화를 내지 않고 잘 이야기하고 스스로 화도 잘 풀 수 있다”며 “이 수업은 자기감정을 아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 한 사람도 빼놓지 않기 위한 대안 교실
무엇보다 계성고등학교에서는 어느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안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대안 교실은 다양한 이유로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은 학생 등을 위해 운영된다. 학교는 어떤 학생도 배제되지 않고 사랑을 전하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함께하고 있다.
금요일 하루 동안 매주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도예 등 진로 체험과 봉사, 문화 예술 체험 활동을 경험하고 이로써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고, 자신의 재능에 대해 탐구, 방향을 설정한다.
지범식 교감은 “서울특별시 성북강북교육지원청 소속 20개 고등학교 중 계성고등학교만 유일하게 대안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가 인문계 고등학교이지만, 대학 진학만 중요시하는 학교가 아니라 그리스도 사랑을 실천하고, 한 학생도 빠짐없이 하느님 자녀로서 귀하게 쓰임받고 칭찬받도록 하는 것이 교육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 유네스코 학교 등 생태 시민 형성하기 위한 교육
특히 계성고등학교에서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학교는 지난해 ‘세계 인류의 공동선을 실천할 미래 인재의 배움터’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 전환 교육을 실시했다.
‘2022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와 함께 학생들은 유네스코 학교 활동, 한 달에 한 권 생태 전환 주제 책 읽기, 학급별 분리수거 등을 펼쳤다.
교내 70여 개 동아리 가운데 생태 활동 동아리 ‘위어스’(weus)가 있다. 위어스 회원들은 ‘우리는 지구, 지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학생들은 해양 생태계 보존과 생명 다양성 유지를 위한 의식 촉구 캠페인 등을 벌였으며, 이를 통해 실천의 중요성을 느끼고 더 큰 규모로 사고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위어스 부장 류은준 학생은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학교, 더 나아가 마을 안팎에서 실천하는 활동 동아리”라면서 “현재 속한 환경을 넘어 다 같이 살아가는 사회라는 점을 느꼈고, 어떤 일을 할 때 사회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으로 학교에서는 수많은 샛별들이 배출됐다. 남녀공학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여학교였던 만큼 여성 샛별들이 두드러진다. 최초의 여성 법제처장 김선욱과 한국뇌은행 은행장을 지낸 박성혜 교수, 신진숙 문학평론가 등이 계성고 출신이다.
더 많은 샛별 양성을 위해 관계자들은 학생 스스로 사랑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 꾸준히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민지 수녀도 “그리스도를 닮아 간다는 게 결국 사랑이고, 모든 수업에서 직간접적으로 그 가치를 전하도록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친교가 중요하고, 학생들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활동 중심으로 사랑을 전하는 교육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입시 위주 환경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잠시 쉴 수 있는 수요 아침 명상 시간과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평화의 기도’ 시간이 마음을 돌보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며 이 시간이 유지, 더 확보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소영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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