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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 (7)성의여자중·고등학교

dariaofs 2023. 2. 23. 00:24

반세기 전통 ‘무감독 시험’… 미래를 살아갈 힘 키우는 학교

양심 의지 스스로 기르도록
1972년부터 감독 없이 시험
수업서 배우는 학문에 더해
관련 서적으로 더 깊이 탐구

 

김천 평화동에 위치한 성의여자고등학교와 성의여자중학교 전경.성의여자고등학교 제공


경북 김천의 성의여자고등학교(교장 홍기선 세바스티아노)와 성의여자중학교(교장 김진욱 루카)는 ‘어느 때든지 어디서든지 양심(良心)’이라는 교훈 아래 창의적이면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대구대교구 학교법인 선목학원(이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소속인 만큼 ‘복음화’와 ‘전인교육’이라는 가톨릭학교의 사명을 지키면서 학생들이 경쟁에 치중하기보다는 미래를 살아갈 힘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성의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2월 2일 수업 중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해 12월 성의여자중학교 학생들이 학생회장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성의여자중학교 제공


■ 무감독 시험과 독서

성의여고와 성의여중 공통의 자랑거리는 ‘무감독 시험’. 학생 스스로가 양심의 의지를 기를 수 있도록 197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문제점과 어려움이 표출되기도 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신중하게 진행해온 결과 성의여중·고의 50년 넘는 고유한 전통이 됐다.

성의여고 교목실장 박창영(레오) 신부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노력해서 이뤄낸 결과”라며 “무감독 시험의 본래 취지를 지켜가기 위해 선생님들이 먼저 ‘나는 양심적으로 살고 있는가’라고 늘 되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서’ 역시 두 학교의 공통 교육 프로그램이다. 성의여중 학생들은 등교 후 20분 동안 담임교사와 함께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학급별로 합의해 선정한 책을 읽기도 하고, 자신의 진로와 취향에 맞는 책을 선정하기도 한다.

성의여고는 2020년부터 독서 활동에 기반을 둔 수행평가를 도입했다. 학생들이 교과서 속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책을 통해 더 깊은 지식을 탐구하거나 더 확장된 지식을 접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학교들이 수행평가 비율을 낮추고 지필고사 비중을 높일 때, 성의여고는 독서 기반 수행평가 비중을 60~70%대로 유지해왔다.

성의여고 김진연(그레고리오) 교감은 “고교의 교육 목표를 대입이라는 단기적인 것에 둘 수 없다”라며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갈 힘,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독서 기반 수행평가를 꾸준히 보완하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성의여중 합창제에서 학생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성의여자중학교 제공



지난해 12월 22일 버스킹 공연을 펼치고 있는 성의여중 밴드부 학생들.성의여자중학교 제공


■ 도와주고 성장하는 공동체

성의여중 조현희(세레나) 교감은 예술 교육을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19년째 운영 중인 합창부에 대해 “예술적 소양과 공동체 역량을 동시에 키우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성의여중 합창부는 많은 대회에서 수상했으며, 경상북도교육청 우수동아리로 선정됐다.

성의여중 축제인 ‘백합제’의 학급별 합창제는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선곡에서부터 안무, 노래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계획하고 연습한다.

 

준비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 무대에 올라 합창을 하면 감격과 함께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조 교감의 설명이다.

성의여중 김진욱 교장은 “학교폭력 신고가 0건”이라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자랑했다.

김 교장은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친절함으로 상담을 꾸준히 하면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었다”라며 “분기별로 진행되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은 학생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의여중 교목실장 이종희 수녀(아퀴나타·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는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은 더욱 정성 들여 기도하고,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교목실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성의여고 학생들이 2월 2일 교내 해인글방에서 책을 읽은 뒤 감상을 나누고 있다.

 


                         

성의여고 학생들이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성의여자고등학교 제공



1901년 성의학교를 창립한 김성학 신부 흉상.
 
 
■ 학력과 인성 조화로운 교육

성의여고는 학력과 인성의 조화로운 교육을 위해 지역사회와 상호교감하고 있다. 학교는 특히 학생, 학부모와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성의여고 홍기선 교장은 “학부모와 함께 문경새재 걷기와 사과 따기 체험 등을 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연탄 나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며 “학생들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각자에게 맞춤형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내 도서관에 있는 ‘해인글방’도 성의여고의 자랑거리다. 10회 졸업생인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다양하고 폭넓은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원래 ‘해인글방’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부산 본원에 있는 이 수녀의 문학 창작공간이자 문서선교의 장이다.
 
성의여고는 2013년 ‘선배와 함께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학생들과 이 수녀가 만나는 시간을 마련했고, 이 일을 계기로 2021년 교내에 해인글방을 개장하기에 이르렀다.
 
성의여고 해인글방은 감성이 충만한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이 수녀의 작품들을 읽으며 위안을 얻고 꿈을 키우는 공간이 되고 있다.

성의여고 3학년에 올라가는 위연주양은 학교에 대해 “독서 기반 수행평가로 교과목의 배경지식을 넓힐 수 있고, 다양한 전문가 특강으로 진로 탐색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선생님과 학생 간에 편안한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어, 솔직한 마음을 전달하고 도움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