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특 집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10)무학중·고등학교

dariaofs 2023. 3. 18. 00:33

학생이 선택하는 행복교육… 받은 사랑 나눌 줄 아는 인재 양성

교사의 노력과 학생의 신뢰가
삶의 지혜 전하는 교육 만들어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 위치한 무학중·고등학교 건물 전경.


“모든 지식을 깨닫고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참조)

대구가톨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무학고등학교(교장 류웅기 베네딕토)와 무학중학교(교장 변경석 안드레아)는 위의 성경 말씀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 교육에서는 지식 전달보다 사랑이라는 선한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다.

대구대교구 학교법인 선목학원 소속의 무학중·고등학교는 지식 중심의 과도한 경쟁 교육보다는 학습 경험의 질과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많이 알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의 즐거움을 일깨워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무학고등학교 설립의 은인 배동경 여사의 무덤.



무학중·고등학교 설립자 이임춘 신부 흉상.
 
 
■ 작은 겨자씨의 결실

6·25전쟁으로 인해 1950년대 한국은 곳곳이 폐허 상태였다. 무학중·고가 자리하고 있는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당시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1955년 하양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이임춘 신부(펠릭스·1927~1994)는 지역사회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장의 금전 지원보다 ‘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지역민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대도시 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해 많은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 신부는 외국 여러 나라와 구호단체에 도움으로 1966년 무학중학교를 개교했다.

그러나 이 신부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지역민은 자녀의 고교 진학에 많은 부담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전 재산을 기부한 은인 배동경(율리아나·1906~1981) 여사의 도움으로 1975년 무학고등학교를 개교할 수 있었다.

무학중·고 건물 앞에는 이임춘 신부의 흉상과 배동경 여사의 무덤이 나란히 있다. 지금도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이 신부가 남긴 유훈 ‘사회환원’(社會還元)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가르치고 있다.


무학중학교 변경석 교장(맨 왼쪽)과 페달링 동아리가 지난해 10월 29일 ‘따뜻한 동행’ 198㎞ 종주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무학중학교 제공



지난해 11월 5일 낙동강 세평하늘길에서 진행된 ‘사제동행 리커버리 트레킹’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무학중 교사와 학생들.무학중학교 제공


■ 역량 중심의 교육

무학중학교는 경상북도교육청이 제시한 혁신학교 체제의 하나인 ‘경북 예비미래학교’로 지정됐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학업을 이끌어가고 또 스스로 가르치며 전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학중의 예비미래학교 지향의 핵심이다.

 

개인 시간까지 모두 반납하며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무학중의 예비미래학교 교육의 바탕에는 역량 중심의 교육활동이 있다. 그중에서도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 있다.

 

국내 문화유적 답사 활동을 펼치는 ‘역사문화탐방’, 교사와 제자가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페달링’, 학생들이 직접 쓴 시를 모아 시집을 발간하는 ‘시 창작반’ 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페달링 동아리가 지난해 경북교육청에서 무학중학교까지 198㎞를 종주한 사연이 교육부가 발행하는 「행복교육」 표지 이야기로 크게 보도됐다.

최지인 수녀(마리 베로니카·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진행하는 행복 수업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 수녀는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주제로 신입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무학중 변경석 교장은 “올해 우리 학교 교육 슬로건은 ‘배움 1㎝ 플러스’”라며, “관점을 교사가 아닌 학생들에게 맞춰, 교실은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배우는 곳이라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서울에서 열린 무학고등학교 ‘선배에게 길을 묻다’ 행사 중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무학고 선후배들.무학고등학교 제공



무학고 학생회와 독서토론 동아리 ‘카타르시스’, 교사 교육모임 ‘청출어람’이 지난 2월 2일 독거노인돕기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한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무학고등학교 제공


■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무학고등학교는 학생들이 흥미와 관심, 적성과 진로를 바탕으로 수강과목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개별화된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진행한다.

 

특히 교사들은 ‘또 다른 부모’라는 마음으로 교목실장 이우석(요셉) 신부를 중심으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수요자 맞춤형 방과 후 학교’는 무학고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2003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교육시스템의 변화와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교육 격차에 대응하고자 펼치는 수준별 교육프로그램이다.

무학고 류웅기 교장은 “학교의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은 전적으로 교사들의 우수한 역량 덕분”이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스스로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무학고의 자랑거리라고 류 교장은 설명한다.

 

이유정(데레사) 교감도 “아무도 신청하지 않는 강의를 열었을 경우 겪어야 할 폐강의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업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학고 교사들은 단순히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미래 설계자라는 자세로 학생들과 함께한다.

 

학년별 연간 20권을 읽고 기록하는 독서인증제 ‘지혜의 나무’ 키우기 활동, 협동 연구를 통해 심화된 학습 역량을 키우는 학술제(소논문 발표대회) 등은 입시 경쟁을 넘어 삶의 지혜를 전하기 위한 무학고의 애정어린 교육프로그램이다.

무학고는 선후배 간 관계도 돈독하다. 교수와 아버지, 친구 등과 소통하는 다양한 ‘길을 묻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선배에게 길을 묻다’는 유독 눈길을 끈다.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선 졸업생 50여 명이 직접 재학생들과 만나 진로탐색 및 삶의 자세를 멘토링하는 시간이다.

류 교장은 “우리 선생님들에게 ‘선생님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스스로 그 모습대로 되어라’고 항상 강조한다”며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선생님들은 변화하는 학생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