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존재와의 만남, 인격적 만남 대신할 수 없어”
이용자의 질문에 따라 응답해
필요한 정보 쉽게 찾을 수 있어
사목적·선교적 측면 활용 기대
최근엔 성인 본뜬 챗봇도 개발
잘못된 정보도 혼재돼 있고
인격적 만남 소홀해지기 쉬워
지식만으론 복음 선포 어려워
삶으로 증거하는 교회 돼야
오픈AI(Open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GPT)에 “사순 제4주일 강론을 작성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입력하자 이내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의 강론이 척척 작성됐다.
같은 문구를 다시 입력했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주제로 글을 써내려갔다. 다소 일반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사순 제4주일의 독서와 복음을 바탕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역할은 수행하고 있었다.
챗지피티가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이 주목받고 있다. 사목적 영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국내외에서 교회와 관련된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챗봇 기술은 사목적·선교적 측면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챗봇은 이용자의 질문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고 보기 쉽게 정리해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사이트를 통해 여러 웹페이지나 블로그, SNS를 둘러보고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던 작업이 단숨에 줄어든 것이다.
챗봇이 사전에 신학, 교리, 성경, 전례, 영성 등에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했다면, 신자들의 질문 한 번에 필요한 답을 간편하게 들을 수 있다.
그 좋은 사례가 스위스 스타트업 ‘임팩트온’이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비오 신부’(Padre Pio)다. 임팩트온이 개발한 이 챗봇은 이용자에게 에트렐치나의 비오 성인이 말했을 법한 답변을 하도록 개발된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임팩트온은 파도바의 안토니오 성인이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뜬 챗봇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챗봇이 성인의 글이나 어록을 학습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기술이다.
전국전산담당사제회의(의장 최장민 도미니코 신부)가 선보이게 될 가톨릭신자 앱 ‘가톨릭 하상’도 신앙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 챗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가톨릭 하상’의 챗봇은 현재 앱 기능을 안내하는 정도지만, 향후 가톨릭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학습시켜 가톨릭 관련 지식도 답변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김민수 신부(이냐시오·서울 상봉동본당 주임)는 “인공지능 챗봇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한 상황에 양면성은 있겠지만,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신앙인들에게나 선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긴 말을 학습한 인공지능 챗봇을 만든다면 지금 우리가 추기경님의 사상이나 정신을 우리 상황에 적용한 메시지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매체가 그렇듯이 인공지능 챗봇에 순기능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인공지능 챗봇에 관련해 가짜 뉴스, 개인정보보호, 저작권 등 여러 문제로 화제가 되고 있다.
챗지피티의 경우도 가톨릭 관련 정보를 잘못 표기하거나 엉뚱하게 답하는 경우도 잦다. 올바른 정보와 오류가 혼재돼 있어 자칫 오류를 올바른 정보라고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마치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하게 언어를 묘사하고, 대화나 상담을 할 수 있기에 인간과 유사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다보면 사람과의 만남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정신적 위안이나 만족을 인공지능에게서 얻고자 할 우려가 생긴다. 인격적 만남이 결여되는 것이다.
교회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과 맺는 인격적인 관계로 부름을 받았다고 가르친다. 또 이웃과 인격적 관계를 맺도록 요청하고 있다. 성사가 인격과 인격, 바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인격적 만남에서만 거행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가상현실이 최대한 구현하는 것은 결국 ‘현실’”이라면서 “인공지능이라는 가상의 존재와의 만남은 인격적 만남을 대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나아가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변모할 세상에서 교회는 어떻게 복음을 선포해야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지식은 탁월하게 전달하겠지만, 교회가 선포해야 하는 복음은 ‘교리 지식’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가치, 삶의 가치, 인격적 만남의 가치 등을 지식이 아니라 삶으로 증거하는 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소장 양주열(베드로) 신부는 “인공지능으로 달라질 세상에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회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는, 사회가 필요로 하고
아파하는 것들에 대해 더 민감하게 생각하는 감수성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직접 만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만나고 경청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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