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 교회와 사회 오롯이 간직한 ‘문화유산’
조선 교회 박해시기 끝난 후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지어져
근대식 건물 변천사 알 수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 인정받아
관광객들에게 천주교 알리는
선교 수단으로서 역할도 기대
유럽 여행을 가면 코스에 빠지지 않는 성당. 그 나라의 역사와 함께 해온 유럽의 성당 건축물은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수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신자들에게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더욱 깊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비신자들에게 가톨릭적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당건축물은 유용한 선교 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에도 건축사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성당들이 존재한다. 박해시기가 끝나고 한국에 파견된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지어진 성당들은 우리나라 초기 근대식 건물의 변천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892년 지어진 서울 중림동약현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교회건축이다.
박해시대에 수많은 순교자를 낸 서소문 밖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지어진 중림동약현성당은 한국교회사와 건축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1977년 국가 문화재(사적 제252호)로 지정됐다.
1898년 완공된 명동성당도 우리나라 최초의 벽돌로 쌓은 교회이자 순수한 고딕식 구조로 지어진 가치를 인정받아 같은 해에 사적으로 지정됐다.
이후 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 전주교구 전동성당,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성당, 전주교구 나바위성당과 서울 예수성심성당, 용산신학교가 사적으로 등록됐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은 선사유적, 성곽, 고분, 도요지, 지석묘, 사지, 패총 등과 역사적으로 특별히 기념될 만한 지역과 시설물을 일컫는다.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문화재가 사적으로 등록될 수 있다.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났고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한 것들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성당과 가톨릭교회의 종교·교육시설은 42개에 달한다.
국가등록문화재의 경우 건축사적 가치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 역사의 보존가치를 인정한 성당과 시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2016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소록도 병사(2번지)성당은 한센인들이 공사에 참여해 지은 성당이다.
문화재청은 한센인들의 육체적·정신적 아픔의 치유를 위한 영적 장소가 되었던 건물이자 한센인과 함께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문화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원교구 고초골공소와 안동교구 영해공소도 근대기 천주교가 전파되고 정착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에 위치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성당’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전동성당에서 신앙문화유산 해설을 하고 있는 이철수(바오로)씨는 “1981년 사적으로 등록되면서 전주교구 외에 전국에서 오는 순례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원주교구 북평성당은 2020년 6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동해에 가볼만한 곳’으로 검색하는 이들이 늘었다.
민경화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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