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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단동의 압록강 단교 모습. 언뜻 보면 끝까지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중간부터는 다리가 끊어져 있다. 왼편으로는 지금도 신의주와 단동을 연결하는 압록강 철교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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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과 중국이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가 중단된 황금평 지역. 불편한 북·중 관계를 보여주는 이 지역은 인근 도로에 차가 잠깐 멈추기만 해도 바로 제재가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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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1일 북·중 접경지역 탐방단이 여정을 마무리하며 조별로 자신의 마음속에 가장 깊이 남은 지역을 지도에 그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8월 20일. 중국 단동 땅에 ‘고향의 봄’ 노래가 울려 퍼졌다. 북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숙연해졌다.
북한 공연단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수록 북ㆍ중 접경지역 탐방단의 얼굴에는 슬픔이 번졌다. 중국 땅에 울려 퍼지는 고향의 봄은 그 어떤 노래보다 슬프고 애처로웠다.
탐방단이 들른 단동의 ‘평양 고려관’은 북한이 중국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음식 서빙부터 손님 안내, 공연까지 모두 북한 사람들이 한다. 복잡한 바깥 거리와는 달리 음식점 안은 먼지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회전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녕하십네까?”라며 직원이 인사를 건네왔다. 파란색 투피스에 흰색 머플러를 두른 북한 여성은 TV에서 보던 미녀 응원단처럼 외모가 출중했다. 안내하는 직원뿐 아니라 음식을 나르는 직원, 공연단 모두 굉장한 미인이었다.
홀에 들어가자 식탁에는 두부 조림, 돼지고기 볶음, 오징어채, 각종 나물이 식탁에 가득했다. ‘갈라진 7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음식은 참 똑같구나.’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인데도 현지 음식과는 달리 담백하고 정갈했다.
공연단의 노래가 이어지자 탐방단은 분주했던 젓가락질을 멈췄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공연 내내 눈물을 쏟은 박은진(아가타, 34)씨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창 대학교에 다니며 공부할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이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니 울컥했다”며 “15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놀라움과 당황스러움, 안타까움 등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탐방단은 여정 닷새째 날 북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다음 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북한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감정이 북받쳤던 데는 저녁 식사 전에 갔던 압록강 단교의 영향이 컸다.
6·25전쟁 때 포탄을 맞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단교는 중국 단동에서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부분 중 현재 중국에 연결된 절반만 남아있는 다리다.
이번 탐방을 기획한 평화나눔연구소장 임강택 박사는 “압록강 단교는 이번 북ㆍ중 접경지역 탐방 여정 중 가장 핵심적인 곳”이라며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진 중국 땅과는 달리 깜깜한 신의주(북한)를 보면서 북한의 현실을 볼 수 있고, 포격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단교에서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압록강 단교 위에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정세덕 신부와 몇몇 신자들이 모여 십자성호를 긋고 짧은 기도를 바쳤다. 우리의 형제들을, 그들이 사는 땅을, 그리고 우리가 함께할 미래를 위한 기도였다.
“평화를 빕니다!” 기도를 마친 이들이 신의주 땅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바람에 실려 우리의 마음이라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였다.
단동은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으로 중국과 북한의 최대 교역지다. 이곳을 통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화물량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과 북한이 가깝게 지내는 곳이기에 탐방단은 다양한 북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북한 사람들이 사는 섬을 지나가면서는 가난에 지친 사람들의 표정을, 시내의 화려한 북한 음식점에서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지만 어딘지 슬퍼 보이는 북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았다.
연길에서부터 훈춘, 장백현, 백두산, 단동, 대련까지 1200㎞의 여정에서 탐방단은 북한을 마음으로 느꼈다. 정치나 경제, 이념이라는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또 느꼈다.
이번 여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휴전선보다 우리를 더 갈라놓고 있는 것은 마음의 벽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벽을 허무는 일은 바로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글·사진=김유리 기자
정세덕 신부(서울대교구 민화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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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안에서 교회는 화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서로 알고 이해해야 합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북ㆍ중 접경지역 탐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처럼 말했다. 북한을 제대로 알고 마음으로 느낀다면 민족의 화해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정 신부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싸워야 할 대상이나 갈등의 원흉이라는 잣대로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북한의 현실을 보자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 사는 어렵고 소외된 이들, 그곳에서 사는 평범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번 탐방처럼 사람들이 직접 스스로 느끼고 알고 배울 기회를 마련하는 게 평화를 향하는 걸음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탐방은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함께해 그 의미가 배가됐다. 정 신부는 “여정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사람들의 표정이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눈이 진지해지고, 기도하거나 축복할 때도 비신자들이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전해졌다”고 기억했다.
이번 탐방에서는 종교적인 색채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비신자들은 거부감없이 식사 전 기도를 따라 하며, 사제에게 축복을 청하기도 했다.
정 신부는 “앞으로 특히 젊은이들과 함께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교회의 미래이며 이들이 생각하는 세상이 결국 현실이 되기 때문에 무엇을 보고 느끼느냐고 중요하다”며 북한을 이해하고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교회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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