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5년11월 13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알칼라의 성 디에고 수도자, 1회)

dariaofs 2015. 11. 13. 06:20

 성 디에고는 1410년 스페인의 Alcalá에서 태어났다. 이미 젊은 나이에 기도와 노동이 조화된 은수자로 생활하다가 1441년 카나리아 섬에 선교사로 떠났다. 1450년 로마 체류 당시는 페스트 환자를 간호했고 스페인으로 돌아와 1463 11 12일 세상을 떠났다.

 

강론   :   (루카 17,26-37)

 

<사람의 아들의 날>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루카 17,26-27)."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이 죄는 아닙니다.
대홍수 때에 사람들이 멸망한 것은 그런 일들을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창세기를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상은 하느님 앞에 타락해 있었다.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느님께서 내려다보시니, 세상은 타락해 있었다.
정녕 모든 살덩어리가 세상에서 타락한 길을 걷고 있었다(창세 6,11-12)."

 

멸망의 원인은 '타락'과 '폭력'입니다.
만일에 그들이 회개했다면 멸망을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라는 말은,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지는 않고 평소에 살던 대로 살다가" 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는 날은 인류가 심판을 받는 날입니다.
죄가 없는 사람들은 그날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죄가 있는데도 회개하지 않은 사람들은 멸망당하게 될 것입니다.
평소에 살던 대로 산다고 멸망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멸망을 당하는 것입니다.

 

만일에 사람들이 종말과 심판의 날이 언제인지 알게 된다면,
또 그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모든 사람이 멸망을 피하려고,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을 중단하고,
회개부터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도 그날과 그 시간이 언제인지 모릅니다.
안 믿는 사람들은 종말과 심판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또 회개하라는 말을 비웃으면서, 살던 대로 살다가 멸망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믿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오늘이 그날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러면서 회개를 미룬다면,
그들도 살던 대로 그냥 살 것이고, 그리고 모두 멸망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28절-29절에 나오는 소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는' 일이 멸망의 원인이 아니라
그들의 죄악이 멸망의 원인입니다.
소돔 사람들은 죄 속에서 살면서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멸망당했습니다.)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루카 17,31)."

 

이 말씀은, 재림과 심판이 닥치면 최소한의 시간 여유도 없게 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지상의 것들은 모두 쓸모없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옥상에서 집 안으로 들어갈 만한 시간도,
들에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도 없습니다.
자기가 있던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재림과 심판을 맞이하게 됩니다.

 

(고해성사를 볼 시간도 없고, 고해성사를 줄 사제도 없습니다.
사제들도 심판을 받아야 하니까...)

 

또 지상에서 가지고 있던 것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챙기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디로 갈 수도 없으니 챙긴다고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돈을 쓸 일도 없고, 돈 자체가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됩니다.)
심판의 날, 하느님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은 벌거벗은 알몸과 같을 것입니다.
세속에서의 신분, 명예, 재산, 권력, 지위... 그런 것들은
하느님의 심판대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쓸모도 없기 때문입니다.
교황도 대통령도 '한 사람'으로서 심판을 받게 됩니다.

 

(종말은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 우주의 종말입니다.
피난처 자체가 없습니다.
또 심판은 우주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심판입니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전부 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됩니다.)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루카 17,32-33)."

 

이 말씀은, "세속의 인생만 생각하면서 집착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잃고,
세속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 생명을 얻을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롯의 아내'는 두고 온 재산이 아까워서 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으로 변했습니다(창세 19,26).
그래서 '롯의 아내'는 허무하게 사라질 것들을 아까워하고 집착하다가
그 자신도 허무하게 사라지고 마는 사람들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루카 17,34)."
이 말씀은, 회개는 각자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말씀입니다.
가족이라고 해도 회개를 대신 해 줄 수가 없고,
구원을 대신 받아서 전해 줄 수가 없으니,
가족 안에서도 구원받는 사람과 구원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갈라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홍수 때에 노아와 그의 가족들은 모두 살아남았는데,
노아만 의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노아의 가족들도 의로운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소돔이 멸망할 때 살아남은 사람은 롯과 그의 두 딸뿐이었고,
롯의 아내와 사위들은 멸망당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성인의 통공'을 믿고 있습니다.
'성인의 통공'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면,
그 '다른 사람'도 함께 은총을 받게 된다는 교리입니다.
지상에 있는 우리가 연옥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성인의 통공'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들의 회개를 대신 해 줄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함께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