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흔히 진복팔단이라 하여 예수를 따르는 많은 이가 듣기 좋아하는 가르침이다.
아픔보다야 즐거움이 낫고 불행보다야 행복을 추구하는 게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허나, 예수가 말하는 행복은 고생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이고, 피눈물 없인 다다를 수 없는 행복이다.
행복은 가난하고 슬퍼하며, 박해를 견뎌내는 이들에게 주어진다. 고통과 행복은 취사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온전히 예수의 입에서 하나로 엮어져 우리의 귓가에 하나로 꽂힌다.
지금 고통 중에 있고, 그것이 행복이라 말하는 것. 대부분의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
구약에 아나윔 전통이 있었다. 삶이 척박하고 고생스러워 하느님께만 의지한 이들의 모습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세상에선 가난할 수밖에 없으나 하느님 안에 머물며 고집스럽게 하느님의 뜻을 지켜나가던 이들이 아나윔이었다. 진복팔단에 아나윔의 흔적은 또렷이 드러난다.
가난하고 슬프고, 하느님의 의로움에 주린 이들, 그럼에도 세상의 단맛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뜻 안에 마음을 정돈하고, 평화를 꾸꾸며, 수없는 박해를 견뎌내는 이들, 이들이 아나윔이었다.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있는 또 다른 아나윔들은 힘들고 아프다. 그런 고단한 삶 안에 예수는 가르치고 있다.
행복하여라. 하느님이 함께 계셔 위로받는 이들, 하느님 한 분으로 찬찬히 자신의 삶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이들, 그들에게 삶의 고통과 박해, 그리고 처절함은 하느님을 믿어 누리는 눈물겨운 행복일 수 있다.
아니, 행복이어야 한다. 오직 하느님께 모든 것을 걸었으므로.
야곱의 우물, 2015. 11호
유영근 야고보 신부(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성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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