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교회상식 속풀이] 134. 가톨릭엔 여성 사제가 왜 없나요?

dariaofs 2015. 12. 12. 07:30

음.... 이런 질문이 진작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선 순위에서 미뤄 두었던 까닭은 여러분이 대신 답을 해 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질문에 답을 한다고 해서 여러분, 특히 여성 독자 분들의 속이 풀리지 않을 것 같군요.

 

제가 아는 한, 여성이 사제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성서적 근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성경 텍스트 상에 하지 말라고 명시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여성 판관이며 예언자였던 드보라(판관 4,4), 미르얌(탈출 15,20)이나 한나(루카 2,36)와 같은 여성 예언자가 있었다는 점은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런 근거도 확실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예언자가 반드시 제관의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 말입니다.

 

그러니까 신구약 성경을 꼼꼼히 살펴봐도 뚜렷하게 제례를 수행하는 여성 사제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톨릭에서 여성 사제가 없는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가 유대교 전통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톨릭은, 거룩한 전승이라는 맥락에서 그런 문화적 배경을 그대로 이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약의 레위 가문은 전통적으로 사제직을 세습했고, 이 사제직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전해지게 된 것입니다. “아들”을 “딸”을 포함한 자손의 개념으로 확대해석하지 않은 것이지요.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예수님께서 여성을 당신 사도 중에 넣지 않으셨다는 점입니다. 어떤 성경학자는 요한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가 여자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요한 복음의 저자와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는 동일 인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사도가 여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입니다.

 

“어찌하여 하느님께서는 그 많은 장소들 중에서 사람이 되시려고 선택한 곳을 유대 지방 베들레헴으로 잡으셨을까?”와 같은 류의 질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예수님은 그많은 여성 제자들 중에서 여성을 사도로 뽑지 않으셨을까요?

 

결국, 예수님께서도 당신이 그 안에서 성장하신, 유대 문화를 존중하셨던 모양입니다. 여성을 최측근인 사도 그룹 안으로 부르시진 않았다는 사실을 통해 예수님의 의중을 헤아려 보자는 것이 여성 사제 반대론의 기본 입장인 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성경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 예수님께서 (일단은) 여성의 사제직을 허락하지 않으신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지속되어 온 것입니다.

 

 

   
▲ 캐서린 제퍼츠 쇼리는 2006년 미국 성공회에서 첫 여성 의장주교로 선출되었고 미국 성공회의 첫 여성 대주교다.(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성공회에서는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있고, 개신교의 일부 진보적인 교단에서도 여성이 목회자 안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교파 내에서 여성 사제와 여성 목사는 사목을 위한 본당이나 신도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지역 교회로 파견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성공회는 교세가 크지 않으므로 우선 남성 사제가 본당을 맡고 나면 남는 본당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특수 분야의 사목을 무언의 분위기에서 권고받는 셈입니다.

 

그리고 개신교에서 여성 목사는 대부분의 교회가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게 여성 사제가 안 된다는 이유를 대라고 허락하신다면, 매우 미천한 답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남자가 여성 사제마저 내어 주면, 이젠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남자는 아기를 못 낳는 반면, 여성은 사제까지 될 수 있다니....

 

옹졸한 한 사제의 생각은 그냥 그렇다 치고, 현명하고 너그러운 우리의 교황님 프란치스코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교회가 항구하게 지금의 모습을 고수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언젠가는 가톨릭에서도 여성 사제를 볼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정작 우리가 기다려야 할 사제는, 위계 내에서 우위를 점한 채 신자들을 부리는 사제가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겸손하게 정성껏 봉사하는 사제가 아닐까요?

 

단순히 남녀 평등의 차원에서 여성 사제가 필요하다는 요청은, 사제들이 지녀야 할 목자의 근본적인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의제를 비껴 갈 수 있습니다.

 

 마치, 여성 대통령이 훨씬 평화롭게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기대하였으나, 그것이 여지없이 깨지는 체험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겪는 불평등은 성의 차이에서 오기보다는 엄밀히 권력의 차이에서 온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