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라카halakah는 히브리어로 '가다, 걷다'의 뜻을 지닌 할라크 동사의 명사형태다. 일반적으로 길, 규정 또는 종교적 규칙으로 번역되고 있다. 할라카의 율법은 다르다.
율법은 글자 그대로 '지켜야 할 법'이다. 십계명에 근거들 둔 계율이기에 불변의 진리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할라카는 진리 수준은 아니다. 다시 말해 바뀔 수 있는 여백이 있다. 할라카의 등장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율법은 불변이다. 바뀔 수 없다. 하지만 율법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현실은 바뀌기 마련이다.
따라서 '불변의 진리'를 '가변의 현실'에 어떻게 대처한 것이 할라카의 출현인 것이다. 안식일에 관한 예를 보자.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그날 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된다.
성경의 이 말씀은 율법이다. 하지만 '해서는 안되는 일이' 무엇인지는 누군가 해설해야 한다. 그리고 해설은 역사적으로 조금씩 바뀔 수 있다. 이것이 할라카인 셈이다.
훗날 유대인들은 할라카를 '구전 율법'으로 받아 들였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조상들의 전통'이라고 했다(마태 15.2). 할라카 즉 구전 율법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바빌론 포로에서 돌아온 뒤였다.
민족의 시련을 체험했기에 율법을 새롭게 해석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중심에 섰던 인물이 에즈라였다. "에즈라는 주님의 율법을 연구하고 실천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에서 규정과 법을 가르치기로 마음을 굳혔다." (에즈라 7.10) 위의 구절에서 '연구하고'에 해당하는 율법 해석의 한 방법인 '미드라쉬'가 나왔다.
에즈라가 율법을 연구(다라쉬)했다는 것은 할라카를 내놓았다는 말과 같다. 신약의 세계로 건너오면 예수님의 말씀이 진리다.
하지만 말씀을 실천해야할 현실은 바뀌기 마련이다.
주님의 말씀을 현실에 처음으로 적응시킨 분이 사도 바오로였다. 서간경에 등장하는 그분의 해설은 박해시대를 살아가던 교우들에게 신앙의 지침이 되었다. 박해가 끝나고 교회가 대형화되자 새로운 해설(할라카)이 요구되었다.
이 작업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교부들이다.
이후 교회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공의회는 교부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 신은근 바오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