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발달장애인, 부모 품 떠나면 갈 곳 없어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서울대교구 제15지구 이사회(회장 이병욱)는 7월 30일 대방동성당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개선 사례 발표회’에서 다뤄졌던
△중증발달장애인
△사회적 기업
△노인요양시설
△장애아동 그룹홈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살피고 개선 방안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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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 중증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이성미(라파엘라)씨는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사는 게 꿈이다. 아들이 5살이었을 때는 차만 보면 뛰어들어 아들 허리에 끈을 묶고 다녀야 했다.
자폐 성향이 강한 아들은 사춘기가 되자 경기를 일으켰고, 경기 후유증으로 토하고 비틀거리는 일이 잦았다.
아들은 특수학교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병원을 알아봤지만 병원에서는 시설을 권했고, 시설들은 하나같이 너무 중증이라 받아주기 어렵다거나 자리가 없다고 했다. 결국 사설교육기관을 알아봤지만 경제적 부담이 커 다니다 중단했다.
성인이 된 중증발달장애인 딸을 돌보는 노모 박 모니카(가명)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교를 졸업한 후 보호작업장에 들어갔지만 딸은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왔다.
복지관을 전전하다 들어간 주간보호센터도 한 달에 20~30만 원 하는 개인부담금이 부담돼 결국 나와 집에서 데리고 있다.
발달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중증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녀를 잠시도 홀로 둘 수 없다. 생업도 포기하고, 자녀를 돌보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자녀 양육은 부모가 나이가 젊을 때에야 가능하지, 늙고 병들어서는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버겁다. 장애가 없는 일반 아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과 결혼을 통해 자립하지만 발달장애 아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귀가한다.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일이 온전히 다시 부모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자녀를 돌보면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과 고통은 가정 해체의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발달장애인은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로 나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약 20만 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8%에 해당한다. 이들은 인지,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 능력이 부족해 평생 보호자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발달장애인들은 영유아기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보육시설 및 학교와 연계된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지만, 학령기가 지나고 나면 서비스가 단절된다.
성인이 되면서 치료비와 학습 지원이 중단되고, 부모와 가족이 일일이 복지서비스를 찾으러 다녀야 한다. 보호작업장에 취업해도 적응하기가 어렵다. 중증발달장애인은 인권유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많은 시설이 입소를 꺼리고 있다.
서울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회 김교순(데레사) 회장은 “성인이 되면 일을 해야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가만히 앉아서 일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자립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오히려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폭력성향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성인기 이전의 학령기 발달장애인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시기의 부모들은 자녀가 일반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바라지만, 이들을 환대하지 않는 교육 환경과 지역사회 안에서 뼈 아픈 차별과 냉대를 경험한다.
2013년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가 발표한 ‘전국 성인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49개 지역의 성인 발달장애인(3만 4747명) 중 주간보호시설 및 직업재활 등 복지서비스를 한 가지 이상 받는 장애인은 28.1%(977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18~29세는 40.8%, 30~39세는 30.2%, 40~49세는 20.9%, 60세 이상은 5.9%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자녀의 노후를 걱정하고 있는 것만큼 고령으로 갈수록 복지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상은 뚜렷하다. 농어촌 지역의 복지서비스 이용률은 대도시의 절반에 불과했다.
제도적으로 삶을 보호받기 원해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생 맞춤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법인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지역 사회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립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욕구에 적합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2조에 따라 발달장애인 가족휴식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회 최경혜(막달레나) 회장은 “인권유린 문제로 복지시설들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졸업한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면서 “아이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평생교육센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남자아이들은 행동이 과격해져서 활동보조인들도 돌봄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가도록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증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이성미씨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를 해도 마음 편히 발달장애 자녀를 맡길 곳이 없다”면서 “중증의 발달장애인들도 다름을 인정받고, 지역사회 안에서 제도적으로 삶을 보호받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지혜 기자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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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사는 게 소원이다.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면 이들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등촌1동본당 해오름 주일학교 설립 10주년 기념 미사에서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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