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인이 은전 열 닢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닢을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안을 쓸며 그것을 찾을 때까지 샅샅이 뒤지지 않느냐?(루카 15,8)
복음의 은전은 드라크마drachma의 번역이다.
드라크마는 희랍의 화폐단위로 노동자 하루 품삯이다.
드라크마는 화살 한 웅큼정도의 가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리스는 고대 도시국가 때부터 드라크마를 사용했다.
그러다 1543년 비잔틴 제국 함락 이후 서서히 사용이 끊어졌다.
투르크 제국 화폐단위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1832년그리스의 독립에 따라 드라크마는 다시 부활하게 된다.
하지만 2002년 유로화 도입으로 또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드라크마의 보조 단위는 렙톤으로 한 드라크마는 100렙톤이었다.
유로화가 도입되었지만, 그리스에서는 아직도 렙톤 동전은 사용되고 있다.
로마인은 희랍의 드라크마를 데나리온으로 대체하였다.
따라서 데나리온과 드라크마는 가치가 같았다.
다 같이 노동자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당시 두 화폐는 모두 은화였다.
한편 유다인들은 세켈이라는 화폐단위를 대중적으로 사용했다.
한 세켈은 4 드라크마(4 데나리온)이었다.
그러니까 한 세켈은 노동자 4일의 품삯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세켈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화폐 단위로 지금도 이스라엘에서는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세켈을 만든 이들은 수메르인이다.
오늘날 이라크 지역에 살았던 이들은 기원전 3000년경 동전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세켈이라 불렀다.
‘세’는 밀을 뜻하고 ‘켈’은 묶음을 뜻한다고 한다.
직역하면 ‘밀 묶음’이다.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의 묘지를 위해 은 400세켈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창세기에 있다(창세 23,16-18).
로마 시대에도 성전세는 반드시 세켈로 내도록 했다.
성전세는 반 세켈로 노동자 이틀 치 품삯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유다인에게 가장 큰 화폐단위는 탈렌트Talent였는데 금화와 은화가 있었다.
은화 한 탈렌트는 6,000드라크마였다.
노동자 6,000일 곧 17년간의 임금과 맞먹는 돈이다.
더구나 금화는 은화의 15배였다. 90,000드라크마다.
마태오복음 25장에 나오는 탈렌트의 비유는 이렇듯 어마어마한 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탈렌트라는 화폐가 유통된 적은 없었다.
단순한 화폐단위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