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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특집] 죽음, 삶의 종착 아닌 새로운 여정 향한 출발

dariaofs 2016. 11. 4. 07:00




▲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 친교를 이룰 때 지상에서 미리 천국을 맛보게 된다. 그림은 조토 디 본도네가 그린 ‘최후의 심판’(1303∼06년, 스크로베니소성당, 이탈리아 파도바).


            11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 성월이다. 죽음 이후, 즉 내세에 대한 희망이 없는 그리스도교는 상상하기 어렵다. 교회는 죽음과 내세에 관한 가르침을 죽음, 심판, 지옥, 천국이라는 사말(四末)의 교리로 집약해놨다.

누구나 죽음은 두렵기 마련이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가 펴낸 「죽음ㆍ심판ㆍ지옥ㆍ천국-가톨릭 교회의 사말교리」를 토대로 사말교리를 소개한다.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임을 일깨우는 사말교리는 내세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죽음

죽음은 원죄의 결과다. 죽음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과 어긋나는 것으로, 죽음은 죄의 결과로 세상에 들어왔다. 인간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죽음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영원한 소멸의 공포를 안겨주는 죽음은 마지막으로 사라져야 하는 대상이다.

죽음은 지상 생활의 마침이며, 지상 순례의 끝이다. 죽음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자신의 궁극적 운명을 결정하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의 끝이다. 교회는 환생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변화됐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함으로써 죽음을 변화시켰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는 관문이 됐다.

▨심판

죽음 후에는 심판이 따른다. 심판은 죽음 직후 이뤄지는 개별심판(사심판)과 세상 마지막에 있을 최후심판(공심판)으로 나뉜다. 개별심판은 지상 생활의 행실과 믿음을 결산하는 것이다. 그 결과 연옥이나 천국, 또는 지옥에 든다.


최후심판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있게 될 총체적 심판이다. 심판의 가장 큰 기준은 ‘얼마나 사랑하고 살았느냐’이다.

심판을 통해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가 함께 실현된다. 지상에서 이뤄지지 못한 정의가 올바로 서고,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용서와 구원의 체험을 한다.

심판은 인간 전 존재가 심판받는 것이다. 세상 종말에 이뤄지는 육신의 부활은 육체의 생물학적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불사불멸성이 우리의 전인적 인격에 주어진다는 뜻이다.

▨연옥

연옥은 죽음 후의 정화를 의미한다. 교회는 성경과 교회 전통이 증언하는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의 관습에 따라 죽음 후의 정화, 곧 연옥의 존재를 인정한다.

죽음 후의 정화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연옥은 불완전한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완전한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난 후 하느님과의 온전한 일치를 위해 겪는 정화 과정이다.

우리는 죽은 이들, 즉 연옥에 있는 영혼의 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이 사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이 죽음의 경계 너머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확신한다.

▨지옥

지옥은 하느님과의 완전한 단절이다. 지옥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단절된 이들의 운명이다.

지옥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최종적 거부다. 지옥은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과 복된 이들과 이루는 친교를 결정적으로 ‘스스로 거부한’ 상태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지옥은 죽은 다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이미 체험하는 것이다.

지옥은 하느님의 사랑과 모순되지 않는다. 지옥과 하느님의 사랑이 모순되지 않는 것은 인간 스스로 지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거듭 당신과의 친교로 초대하는데, 인간이 끝까지 이 초대를 거부한 것이다.

지옥 교리가 의도하는 것은 회개로의 초대다. 교회는 지옥 형벌을 받는 사람을 한 번도 선포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완고하게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영원한 단죄의 가능성은 분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천국

천국은 하느님과의 궁극적 만남이다. 천국은 하느님께서 베푸는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하느님 자신이고, 그분과 나누는 친교, 그분과 함께하는 삶이다.

천국에서 우리는 완전한 행복을 누린다. 천국은 인간의 궁극적 목적이며, 가장 간절한 열망의 실현이고, 가장 행복한 결정적 상태다. 지상에서 누리던 하느님과의 친교가 죽음을 넘어 완성되면 그 어떤 행복보다도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천국에 초대하신다. 하느님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통해 모든 사람을 천국으로 초대하신다.

천국은 지옥과 마찬가지로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된다. 천국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우리는 성경과 성사, 그리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친교를 이룰 때 천국의 행복을 미리 맛볼 수 있다.

천국은 우리의 절대적 희망이다. 우리는 영원한 행복을 누릴 것을 간절히 희망하면서 그 나라를 향해 나가는 나그네들이다. 그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 완전하게 성취될 것이다.

남정률 기자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