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이시오 한국 이름 소재건…1957년 가난했던 부산에 정착
- 소년의 집 학교 병원 세우는 등
- 루게릭병으로 선종하기까지
- 더 나은 아이들 삶에 평생 헌신
- 일대기 영화 '오 마이 파파' 개봉
- 국내외 120명 인터뷰·자료 바탕
- 마리아수녀회가 직접 기획·제작
"하느님 눈에는 가난한 자들이 VIP입니다. 최고로 대접해주세요."
소 신부가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부산이 가장 어려웠던 6·25 전쟁 직후 고아와 부랑아, 환자를 VIP처럼 돌보았던 알로이시오 슈월츠(한국명 소재건, 1930~1992) 신부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오 마이 파파'가 지난 10일 개봉했다. (본지 지난달 7일 자 30면 참고)
'오 마이 파파'는 소 신부가 1964년 창설한 '마리아수녀회'(부산 서구 암남동)가 기획·제작했다. 약 2년 만에 영화를 완성하고 홍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오 마이 파파' 기획담당 김 데레사 수녀를 만나 소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1월 22일 교황청이 소 신부님을 '가경자'로 선포했습니다. 사람들이 신부님에 대해 궁금해 할 텐데 20~30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놓으면 신부님을 소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에요. 영화로 만들어 개봉까지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소 신부. |
1930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난 소 신부는 사제가 된 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찾아 1957년 12월 한국의 부산으로 왔다.
그는 부산에서 언덕을 빼곡히 채운 판잣집, 결핵환자들이 모여 사는 토굴, 넝마주이들의 천막, 부모를 잃고 거리를 떠도는 수많은 고아를 목격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일을 시작했다.
고아를 사랑으로 키우고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소년의 집'을 만들었고, 이들을 사랑으로 키울 어머니를 양성하기 위해 '마리아수녀회'를 창설했다. 또 학교를 세우고 자선병원을 설립했다.
현재 서구에 남아있는 소년의 집, 송도가정, 마리아꿈터, 알로이시오 초등·전자기계고, 알로이시오기념병원이 모두 그의 흔적이다.
한국뿐 아니라 필리핀, 멕시코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소년의 집'을 지어 모두 13만 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소 신부는 루게릭병으로 선종하기 2년 전인 1990년 교황청이 고위 성직자에게 부여하는 '몬시뇰' 칭호를 받았다.
지난해 1월에는 시복·시성 후보자에게 주는 '가경자' 칭호를 받았다. 가톨릭에서는 순교했거나 특별히 덕행이 뛰어난 사람을 기리기 위해 복자·성인으로 추대하는 절차인 시복·시성이 있다.
얼마 전 테레사 수녀가 선종한 지 19년 만에 성인으로 추대됐지만, 시복·시성에는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한동안 사제관으로 삼았던 판잣집. |
마리아수녀회는 "우리 대에서 못 쓰더라도 언젠가 신부님이 조명받을 때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오 마이 파파'의 박혁지 감독은 소 신부를 기억하는 국내외 120여 명을 인터뷰했다.
영화에 쓰이지 않은 자료는 마리아수녀회가 따로 보관하고 있다. 영화 제작비는 마리아수녀회 재단이 아닌 소속 수녀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소 신부는 가난한 삶을 자청했다.
평생 사제복 한 벌과 구두를 기워 신고, 판잣집을 사제관으로 삼았다. 영화에서 한 수녀는 "애덕은 할 수 있다. 가난을 지키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데레사 수녀는 "어느 날 신부님이 아파서 병원에 갔어요. 의사가 신부님의 위를 보고 초등학생의 위 크기라고 했답니다.
한 번도 배부르게 먹지 않은 위라고요. 신부님은 과일 후식이라도 올라가면 '아이들도 먹습니까' 하고 꼭 물어봤죠. 아이들에게 주지 않았다고 하면 본인도 먹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에 걸려 거동이 어려웠던 말년의 소 신부. 마리아수녀회 제공 |
소 신부는 떠났지만, 그의 위대한 사업은 끝나지 않았다.
마리아수녀회는 현재 한국은 물론 필리핀,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브라질 등 6개국 13개 도시에서 2만1000명의 아동을 돌보고 있다.
데레사 수녀는 '오 마이 파파'를 1000만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신부님의 삶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서 마음과 영혼이 정화되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돕고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합니다."
소 신부는 "아이가 찾으면 기도를 멈추고 아이에게 가세요. 아이 안에 하느님이 있습니다"고 말했다.
어지러운 시국에 진실한 사랑과 봉사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영화다.
부산에서는 중구 가톨릭센터 아트씨어터C&C, 남구 국도예술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부산진구 CGV서면, 북구 CGV화명에서 관람할 수 있다.
박정민 기자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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