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특 집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사는 한·일, 평화의 길 모색

dariaofs 2016. 11. 29. 00:30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군수산업과 미디어’ 주제로 제22회 한일 주교 교류 모임



▲ 양국 주교들이 17일 송도 한국순교성인성당에서 한일 주교 교류 모임 폐막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남정률 기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러나 교회만큼은 가깝기만 하다는 것을 보여 준 제22회 한일 주교 교류 모임이었다.


매년 만나는 양국 주교들 사이에는 허물이 없어 보였다. 양국 교회의 신뢰를 한층 더 높이 쌓아올린 2박 3일간의 일정을 소개한다.

○…15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 파크호텔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김희중(주교회의 의장) 대주교는 최기산 주교(전 인천교구장)의 선종과 정신철 주교의 인천교구장 임명 등 한국 교회 주교단의 변화를 소개했다.


다카미 미쓰아키(일본 주교회의 의장) 대주교는 일본이 지진 피해를 봤을 때 한국 교회가 기도와 후원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개막식에 이어 이번 모임의 주제인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군수산업과 미디어’에 관한 한일 양측의 강의가 펼쳐졌다.

김지영(이냐시오,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동양대 교수는 ‘미디어와 국가관’ 발표를 통해 과도한 국가주의 언론 보도의 문제점과 한·중·일 언론의 시각 및 보도 현황을 비교ㆍ분석했다.

김 교수는 “언론은 국익이 아닌 저널리즘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며 “정확하고 객관적인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사실과 의견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언론은 저널리즘 정신대로 역사 인식이 아닌 역사 사실에 따라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권과 정치에 구애받지 않은 언론인들의 교류와 소통을 제안했다.

모치즈키 이소코(도쿄신문) 기자는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군수산업’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두 번 다시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많은 일본인 머릿속에 박혀 있지만


아베 정권이 개헌 논의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무기 수출에 나서는 상황이 일본인들 의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양국 주교들이 16일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주교회의 제공


○…주교들은 16일 우리나라에서 북한땅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강화도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 관계자의 설명을 들은 주교들은 망원경으로 북녘 산하를 가까이 접하면서 분단의 현실과 아픔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교들은 한반도에 하루빨리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이어 주교들이 방문한 곳은 강화도에 있는 인천가톨릭대 신학대. 신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리는 주교들에게 꽃을 달아주며 한마음으로 환영했다.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신학생들과 함께 신학교 성당에서 봉헌한 미사에서 다카미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교류를 방해하는 벽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또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며 “서로를 알고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과 만남으로 평화를 이룩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신학생들에게 “신학교에 올 때마다 신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가 떠오른다”며 “사제가 됐을 때 꼭 지키고 싶은 한 가지를 정해 신학교 생활 내내 실천하면서 사제의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신학생들을 격려했다.

양국 주교들은 모임에 앞서 14∼15일 인천 월미도에 있는 이민사박물관과 제물진두성지, 대규모 방조제 사업으로 오염된 시화호를 살리기 위해 조성된 시화조력발전소와 소래습지생태공원 등을 둘러봤다.


특히 발전소와 생태공원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발표로 생태 보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17일 호텔 인근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열린 전체 회의에서는 회의에 앞서 진행된 4개 그룹별 토의 내용이 발표됐다. 발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회의 사회 문제 참여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교회가 열린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국가주의는 평화는 물론 보편적인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복음적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 현안에 대처하기 위한 물리적 대응이나 단체 활동도 필요하지만 비판적 협력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일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지속하고 한국도 군사력 증강에 호의적인 상황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다. 교회가 이를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 평화에 관한 사회교리 교육을 통해 신자 의식 변화에 나서야 한다.


△사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임시 주교회의를 여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


△교회가 사회 문제에 꼭 대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유의해야 한다.

오쓰카 요시나오(교토교구장) 주교는 이 자리에서 일본 주교회의가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사고 5년을 맞아 ‘원자력 발전 철폐를!’이라는 제목을 발표한 메시지를 소개했다.

일본 주교회의는 메시지에서 “원자력 발전 사고가 나면 방사능 오염이 국경을 넘어서게 된다”며 “원자력 발전의 철폐는 국제적 연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려운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주교단은 원자력 발전을 철폐하기 위해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사는 모든 이에게 손잡고 일어나 연대하기를 호소한다”면서 이를 위해 먼저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협력과 연대를 촉구했다.

한일 주교 교류 모임 폐막 미사는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과 붙어 있는 한국순교성인성당에서 본당 신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정 주교는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따르는 자기 비움과 헌신만이 적개심과 오해와 분열을 극복하고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며 일상에서의 작은 사랑 실천이 평화의 초석임을 일깨우고, 하느님께서 동북아에 평화의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청했다.

남정률 기자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