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로 바닥과 벽, 담장도 갈라져, 도시화로 신자 떠나며 신축 막막해
▲ 사벌성당 전경. |
▲ 김동수(안셀모)씨가 사벌성당의 외벽 갈라진 틈새를 보여주며 설명해주고 있다. |
“발 조심하세요!”
20일 오후 안동교구 상주 사벌성당을 안내하던 사목회장 황병윤(이냐시오, 69)씨가 기자에게 “나무 바닥이 날카롭다”며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49년 된 낡은 성당의 바닥은 울퉁불퉁했고, 이곳저곳 보수한 흔적이 보였다. 대못이 튀어나온 곳도 있었다.
황 회장은 “성체를 모시러 나가다 넘어지는 어르신들도 꽤 된다”며 “보수를 하다 하다 이제 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사벌성당은 습기 때문에 나뭇결이 뒤틀린 바닥과 벽, 담장까지 매우 낡아 있었다.
기둥 곳곳에 금이 가 망치로 툭 하고 치면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사벌성당은 공소 시절 흙벽돌로 지은 데다 주변 도로가 성당 지대보다 높아 수십 년간 물기가 성당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그래선지 늦가을인데도 곰팡내가 진동했다. 황 회장은 “여름엔 성당 문 열어 놓는 게 일상”이라며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미사를 드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공소였던 사벌성당은 2003년 9㎞가량 떨어진 퇴강성당과 함께 통합돼 사벌ㆍ퇴강본당(주임 박재식 신부)으로 승격했다.
사벌 공동체는 1899년 공소로 출발해 1922년 교구 최초의 본당인 퇴강본당 소속이었다가 1936년 설립된 서문동본당 관할로 편입됐었다. 계림동본당을 거쳐 다시 서문동본당, 퇴강본당 관할로 여러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도시화로 신자들이 고향을 떠나면서 본당이 공소로 전락하는 바람에 오랜 신앙생활을 해 온 어르신 신자들은 본의 아니게 정체성 혼란과 함께 서러움을 겪은 것이다.
현재 사벌퇴강본당의 주일 미사 참여자 수는 두 성당 합해도 100여 명 남짓. 신자 99%가 곶감ㆍ배 등을 재배하는 영세 농민이다. 평균 나이는 75세에 이른다. 60대는 이곳에선 청년이다. 본당은 해마다 1600여만 원씩 교구에서 보조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 교구는 새 경북도청 성당(갈전본당) 건축에 힘을 모아야 하기에 보조금 지원도 여의치 않게 됐다. 주일 미사 때 어르신을 위한 난방비 마련도 힘겨운 상황인데 성당 신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힘 기자 (평화신문)
▨후견인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사벌과 퇴강성당이 있는 이곳은 공소 시절까지 더해 110여 년간 40여 명의 사제와 50여 명의 수도자를 탄생시킨 신심 깊은 지역입니다. 새 성당을 농촌 신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하느님의 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기 획 특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살이 복음살이] 무관심한 사회… ‘외로운 죽음’이 늘고 있다 (0) | 2016.11.26 |
---|---|
평화3000, 베트남 까마우성 후원 (상) ‘사랑의 집짓기’ (0) | 2016.11.25 |
[대림기획] 시각장애인본당 서울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을 찾아서 (0) | 2016.11.24 |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최민순 신부 (상) (0) | 2016.11.22 |
[자비의 희년 폐막] 은총의 지난 1년, 희년은 끝나도 자비 실천은 계속돼야 (0) | 2016.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