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특 집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 비복음적 세상,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키는 것은 교회의 소명

dariaofs 2017. 1. 7. 05:30


유흥식 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대전교구장)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사건·사고와 마주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유흥식 주교에게 2017년 새해엔 어떤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 할지 들어봤다.

▶가톨릭교회는 지난 한 해를 ‘자비의 해’로 지냈다.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책벌하거나 혼내는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시고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는 해였다. 여러 행사를 통해 그동안 중시되지 않았던 하느님의 자비가 신앙의 핵심 자리에 놓였다.


지난 1년을 묵상하면서 2017년은 하느님 자비를 삶으로 증거하고, 우리 삶에서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 드러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그리스도의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쇄신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

▶지난해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무엇을 생각해볼 수 있나.

국민이 보여준 비폭력적 집회는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비폭력 평화를 위한 정치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천만에 육박하는 촛불은 축제의 불빛이 아니다. 암울한 우리 시대 정치를 작은 불빛으로라도 밝히고 지켜내려는 심판이며 희망이다.


국민의 분명한 의사를 농락하는 듯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촛불의 의미가 퇴색할까 염려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새로운 세상을 향한 국민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고 성실하고 정직한 자세를 보여주길 간절기 기도한다. 정치인들이 쇄신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만 비로소 천만 촛불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로 기억될 수 있다.

▶여전히 종교가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도 있다.

비복음적인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키는 일은 교회의 첫째 소명이자 존재 이유다. 교황께서는 올해에 인간발전부서를 출범했다.


특히 무력분쟁과 자연재해 희생자들, 이민자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추진하는 소명을 가진 곳이다.


이것은 종교인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아니다.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에 실현하라는 예수님의 명을 따르는 교회 활동이다. 이런 점이 교회 안과 밖에서 분명히 인식되기를 소망한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누가 선출되든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분명하다. 민주주의를 올바로 실현하는 일이다. 정치폐단을 뿌리부터 철저히 근절하려는 노력, 정의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증거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칙과 도덕을 지키는 지도자, 국민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국민의 복지와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봉사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특히 사람을 전국적으로 고루 쓸 줄 알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도록 노력하며 통일로 가는 길을 넓혀주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길 간절히 바란다.

▶희망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기 바란다.

지금 우리 모습은 ‘헬조선’이 맞다. 정직과 정의가 농락당하는 사회는 지옥과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희망을 품고 기쁘게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겠는가. 이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죄다.


각자가 양심과 원칙을 지켜내지 않은 결과다. 국가는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계속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젊은이들도 자신의 전공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전문인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뒤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다고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땀 흘려 노력해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인이 되면 틀림없이 기회는 찾아온다. 준비한 이는 찾아오는 기회를 즉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나 환경에 실망해 준비하지 않고 있으면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러니 절대 실망하지 말고 노력하기를 당부한다. 분명한 사실은 일생에 기회는 꼭 찾아온다는 것이다. 준비한 이에게만 기회가 현실화된다.

정리=백슬기 기자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