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바오로 사도 선교 공동체가 돌보는 뮤케트리 유치원 아이들과 교사들. 급식을 위주로 하면서 교육도 병행한다. |
29일은 해외 원조 주일이다. 올해 해외 원조 주일의 주제는 ‘기후 변화와 빈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로 지구촌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70억 명의 인류 가운데 10억 명이 하루 1달러로 연명하고 있다.
이에 기후 변화가 일으킨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 가뭄 실태와 굶주리는 에티오피아 아이들, 여성들의 현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의 지원사업 등을 특집으로 싣는다.
맨 흙바닥에 탁자 몇 개가 붙어 있다. 낡은 강보에 싸여 업힌 아이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땟국물이 줄줄 흐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하다.
에티오피아 농촌이라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허름한 초가 사르벳(Sarbet)에서 이 아이들을 위한 급식이 이뤄진다. 옥수수 가루로 반죽한 우갈리, 치커리 샐러드가 고작이다.
그래도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든 에티오피아 중부 셰와(쇼아) 주 메첼라 안도드 지역 아이들에게 한 끼 급식은 영양 섭취를 위한 식사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다들 부모가 먹거리를 구하러 외지로 나가거나 물을 길으러 가는 바람에 집에서 동생들을 돌보면서 굶던 아이들이어서다. 아이들은 동생들을 돌봐야 하기에 학교에 가는 건 꿈도 못 꾼다.
급식소를 이용하는 7세 이하 아이들은 60여 명에 이르고, 임산부도 20여 명이나 찾는다.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간접 수혜자는 650여 명이나 된다. 때로는 굶주리는 지역 주민들도 이 급식소를 이용한다.
▲ 뮤케트리 유치원 식당 위생 환경은 그리 좋지 않지만, 성 바오로 사도 선교 공동체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직접 조리하는 음식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
가뭄으로 말라 버린 ‘아프리카의 꽃’
대기근이 벌어진 건 2011년 큰 가뭄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엘니뇨(El Nio) 현상으로 이상 기온이 발생, 에티오피아와 케냐, 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 일대가 60여 년 만에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한때는 ‘아프리카의 꽃’으로 불리던 에티오피아는 순식간에 말라 버렸고, 이 상황은 요즘도 그리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에티오피아 카리타스와 평신도 공동체인 ‘성 바오로 사도 선교 공동체’는 2012년 수도 아디스아바바 북동쪽 뮤케트리에서 ‘학교’를 시작했다. 당장 먹을 게 없는 아이들을 위해 급식을 위주로 유치원 교육을 병행했다.
식량 위기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아이들이었기에 급식부터 시작한 뒤 교육, 의료 지원에 나섰고, 여성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면서 채소도 재배하고 임산부들도 돌보고 있다.
최근엔 급등하는 식량 가격 상승을 감당할 수 없어 식자재를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유치원과 급식소 식량 안정화 사업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개발 협력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기에 가정에서 채소와 과수를 키우고 6가구당 1개씩 우물을 파주고 농업용수와 공동 관개시설로 쓰도록 했으며, 가족 단위 채소 텃밭을 일궈 소규모 농사를 짓도록 했다.
그런데도 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별도의 급식소를 메첼라 안도드에 뒀다. 5세 미만 아이들 1000명당 사망자가 18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영아 사망률이 높기에 아이들 급식에 중점을 뒀다.
4년간 3만 5000달러 지원
이를 위한 재원은 (재)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김운회 주교)에서 댔다. 국제 카리타스를 통해 가뭄 소식을 접한 실무진이 2012년 직접 현지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했다.
그러고 나서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4년간 모두 3만 5000달러를 지원했고, 올해도 1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 원조 주일 2차 헌금과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후원회를 통해 나온 지원금이다.
또한, 이 지원금에는 주교회의 직원들이 해마다 두 달씩 추진하는 ‘잔반 없는 식당 만들기’ 캠페인과 바자를 통해 나온 수익금 등 3207달러도 포함돼 있다.
빈곤 없는 세상 꿈꾸는 한국카리타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사무국장 이종건 신부는 “에티오피아의 경우 아이들이 150원에서 250원이면 하루 한 끼를 먹을 수 있는데, 그 돈이 없어 굶는 아이들이 태반”이라며
“지원사업 전반을 확인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같은 현장에 다녀올 때마다 하루에 세 끼를 다 먹는 게 죄책감이 들 만큼 마음고생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빈곤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의 사랑은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으로 말없이 번져가고 있다.
오세택 기자
사진=한국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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