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 안에서 서로 유대를 가지고 도우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이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공동체 생활로써 품위와 인격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에 맞추어 “하느님께서는 각 개인을 아무런 연결도 없이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시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을 한 백성으로 모아서 당신을 알며 충실히 섬기도록 하셨습니다”(교회 헌장, 9항). 만약 교회 공동체가 없었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였을 것이며, 하느님을 올바로 알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영광을 나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내가 이 사람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신 것은 이 사람들을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으로 하여금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며 또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이 사람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21-23).
교회의 창립
예수님께서는 복음 선포 활동을 하시면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 가운데 열두 명을 선택하시어 사도로 삼으셨고, 그들에게 당신의 사명을 함께 수행하도록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내가 이 반석(베드로)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누르지 못할 것이다.”(마태 16,18) 하고 말씀하시며 교회 창립을 예고하셨고, 부활하신 다음에도 베드로 사도에게 나타나셔서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요한 21,16) 하고 당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다음, 사도들은 오순절에 성령을 가득히 받고 세상에 나아가 자신들이 부여받은 사명을 당당하게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교회가 출발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성령 강림날은 교회의 창립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령으로 충만한 초대 교회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며, 형제적 사랑으로 친교를 이루고,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사도 2,44-47 참조).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교회는 하느님께서 세상과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불러모으신 공동체, 곧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흩어져 있는 당신 자녀들을 한데 모으시기 위하여”(요한 11,52) 먼저 아브라함을 선택하시어 계약을 맺으셨으며, 그의 후손인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출하시어 계약을 맺으셨고 “이제 너희가 나의 말을 듣고 내가 세워 준 계약을 지킨다면, 너희야말로 뭇 민족 가운데서 내 것이 되리라.”(출애 19,5) 하시면서 그들을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앞으로 내가 이스라엘과 유다의 가문과 새 계약을 맺을 날이 온다. …… 그 마음에 내 법을 새겨 주어,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다.”(예레 31,31-33) 하심으로써 장차 온 세계의 모든 민족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시어 당신 백성으로 삼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세상에 오시어 당신의 피로써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한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고린토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각처에 있는 모든 성도들과 함께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리스도 예수를 믿어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었습니다.”(1고린 1,2) 하고 말하였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또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집니다”(에페 1,23) 하고 말하였습니다. 사람의 몸이 여러 지체로 이루어졌듯이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한 몸을 이룹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관계를 포도나무와 그 가지(요한 15,5 참조)로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과 일치함으로써만 성장할 수 있으며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은 한 몸의 지체이므로 사랑의 일치를 이루어야 하며,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합니다.
교회는 성령의 성전
교회는 온 대륙에 흩어져 있기에 풍부한 다양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기”(1고린 12,13) 때문에 항상 같은 신앙 고백을 하고, 같은 예배와 성사를 집전합니다.
또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이며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과 성령께서 맺어 주시는 평화의 끈으로 일치를 이루고(에페4,3 참조)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온전히 교회의 머리에 들어 계시며, 온전히 그 몸에 들어 계시고, 또 온전히 각 지체들에 들어 계시어 교회를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전”(2고린 6,16)으로 만드십니다.
교회의 특성
교회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는 네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교회는 하나입니다. 교회는 오직 한 분이신 주님을 모시고 있고, 하나의 신앙을 고백하며, 하나의 세례로 태어나고, 하나의 몸을 이루며, 한 분이신 성령께서 생명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둘째, 교회는 거룩합니다.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교회를 세우셨고,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려고 자신을 바치셨으며, 거룩하신 성령께서 교회에 생명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셋째, 교회는 보편됩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현존하시므로 교회는 그분의 진리를 온전히 지니고 있고, 이를 모든 시대,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 옵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선택하신 사도들 위에 세워졌으며, 성령의 도움으로 사도들의 가르침과 고귀한 신앙의 유산을 보존하고 이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계 제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고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시려고 교회 안에 다양한 직무를 마련하셨고, 당신의 몸을 이루는 각 지체들에게 고유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셨습니다.
교회의 신분에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이름과 권한으로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며 다스리는 임무를 맡기신 성직자와, 교회와 세상에서 하느님 백성 전체의 사명을 수행하는 평신도가 있습니다.
수도자는 성직자와 평신도 가운데 복음의 권고(청빈, 정결, 순명)를 서원함으로써 하느님께 봉헌되어 교회의 구원 사명에 이바지하는 이들입니다. 성직자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 주교의 협조자인 신부와 부제입니다.
모든 성인의 통공
교회는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될 때 비로소 완전하고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이 됩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성장시켜야 할 사명을 안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지상의 순례자들이므로 그들로 구성된 이 지상의 교회는 순례하는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그 지체들의 허물과 인간적인 나약함도 함께 껴안고 있으며, 인류 역사의 기복에 따라 때로는 영광의, 때로는 시련의 교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그리스도인들,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끊임없이 회개함으로써 정화되고 쇄신되어야 합니다.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를 믿습니다. 우리는 기도와 희생, 특히 미사 성제로 서로 일치하고 도와 줍니다. “빵은 하나이고 우리 모두가 그 한 덩어리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입니다”(1고린 10,17).
우리는 천국의 성인들과 일치하고 그들을 기억하고, 축일을 지내고 그들의 모범을 따릅니다. 천국에 있는 성인들도 우리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며,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또한 우리와 천국의 성인들은 천국에 들지 못한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 곧 지상에서 순례자로 있는 사람들, 정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죽은 이들, 천국에 있는 성인들이 모두 일치하여 오직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고 믿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고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령의 성전입니다. 또한 교회는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옵니다. 교회의 구성원들은 그리스도께 부여받은 고유한 직무를 수행할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지체들이므로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며, 기쁨과 즐거움은 물론 슬픔과 고통도 함께 나누어야 하는 형제들임을 항상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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