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톨 릭 이 야 기

[나의 미사이야기] (18) 이광열(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성산동본당)

dariaofs 2017. 10. 13. 04:30

1만 번의 미사가 준 은총

 

매일 미사를 봉헌한 지 29년이 되었습니다. 1989년 6월 15일 세례 받기 보름 전에 매일 미사를 시작했습니다.

 

교리를 가르쳐 주시던 신부님께서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하시는 말씀에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였더니 실망하시는 기색이 역력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새벽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내가 이해해야 세례를 받지. 그래, 해보는 거야’ 하는 생각으로 매일 새벽 미사에 나갔습니다. 다른 분들이 영성체할 때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사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 불은 꺼지고 컴컴한 성전에서 무릎 꿇고 기도 중에 성체등만이 빛으로 다가오는데 한없이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나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지적받는 것이 싫었습니다. 책잡히기 싫어서 철저했고 빈틈없이 행동했습니다. 자존심도 있었습니다. 나의 못난 점, 감추고 싶었던 나, 나를 알면 얼마나 실망할까? 불안하고 초초하고 두려웠습니다. 열등감이 깊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때 ‘너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인정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적받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젠 있는 그대로 살라고 하신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기쁨의 환희가 가슴을 뜨겁게 나의 두 눈을 적셨습니다.

 

미사는 그렇게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집전 사제가 ‘신앙의 신비여’ 하실 때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고’라고 외칠 때마다 ‘관계 속의 나’를 봅니다. 나에게 미사는 관계를 회복시켜 줍니다.

배우자와 다퉜을 때입니다. 나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기가 차고 속상하여 화가 날 때입니다. 내일 미사를 가야 하기에 자기 전에 화해해야 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성경을 읽었지만 내용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인내를 가지고 읽고, 또 읽으니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낍니다. 용기를 내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본당 단체에서도 의견 차이로 답답하고 속상할 때도 미사 중에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하셨다는 말씀이 떠올라 살아 있으면서 화해를 못할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으로 용기내 화해합니다.

 

신부님과 관계에서 속상할 때도 신부님이 집전하시는 미사에 참여해 평화의 인사 때 눈을 마주치고 미사 후 나올 때 인사를 드리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미사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함께하게 합니다.

성찬 전례를 마음과 몸으로 인지하기 위해 말씀 전례를 이해하고 알기 위해 시작한 성경 읽기는, 열두 번 완독했습니다. 미사는 네 복음서의 명료화라고 생각합니다. 네 복음서를 집약하여 전례 안에서 미사를 통하여 이해하고 인지하게 합니다.

네 복음서를 이해하고 인지하려면 서간을, 서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역사와 문화를 알면 율법학자이며 바리사이인 바오로 사도께서 유다교 회당에서 그리스도교를 선교할 때 가졌던 회심을 이해하게 되고 오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오경을 인지하면 율법의 중요함을 알게 되고 율법의 완성이 미사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저는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율법의 중요함을 이해하기 위해 미사가 주는 은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사는 하느님 나라 가는 길에,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줍니다. 미사는 하느님 나라 완성을 위해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신 길잡이입니다.

 

미사는 지구의 자전으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성체 성혈로 우리에게 옵니다. 미사는 저에게는 진리를 깨닫게 합니다. 미사는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수입니다. 미사는 신약의 파스카입니다.

이제 30년 ME(매리지 엔카운터) 부부 봉사도 마치고, 20년 동안 함께하는 여정 교리 봉사도, 만 번의 미사 안에서 충만한 기쁨으로 성체를 영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주님께 찬미 영광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