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 ‘교회가 나아갈 길’ 찾아 머리 맞대다
갈라티아 지역 여러 교회에 부쳐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바오로 사도의 친서 중에서 유일하게 한 도시가 아닌 지역에 써 보낸 편지입니다. 그렇기에 편지의 수신인 역시 “갈라티아의 여러 교회”입니다.(갈라 1,2)
이 편지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쓰기 전인 55년 즈음에 작성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갈라티아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른 편지에서보다 확장된 편지의 서문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편지는 당시에 사용되던 개인적인 서간의 형태라고 봅니다. 그리고 서간의 형식은 편지의 첫 시작에 발신자, 수신자와 함께 인사를 전하는 서문 부분과 편지 마지막의 짧은 인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갈라티아서는 편지 서문이 깁니다. 특별히 편지를 보내는 ‘바오로’를 수식하는, 그의 사도직을 설명하는 내용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서도 또 어떤 사람을 통해서도 파견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하느님 아버지를 통해서 파견된 사도인 나 바오로”(갈라 1,1)는 그의 직무가 온전히 신적인 기원을 갖는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서두의 인사에서도 “은총과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과 함께 하느님께 드리는 영광의 내용을 전하는 찬양을 부가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문과 함께 처음 편지에서 전하는 내용은 바오로 사도의 회심에 관한 것입니다. “내가 전한 복음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갈라 2,11)
이 표현 역시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사도 직무의 기원이 예수 그리스도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다마스쿠스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체험은 바오로 사도 본인에 따르면 계시를 전달받은 사건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회심에 대한 언급과 함께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사도 회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예루살렘 사도 회의에 관한 내용은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2장과 사도행전 15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 이후 “14년 뒤”에 있다고 표현된 이 사도 회의는 48년쯤에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의는 초대 교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성장하는 교회 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도들이 모여 논의하고 앞으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회의였기 때문입니다.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공의회의 가장 첫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유다인 전통 따를 것인가’ 갈등
이 회의에서 가장 큰 주제가 되었던 것은 할례 문제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된 이방인들에게 할례와 모세의 율법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회의였습니다.
가장 먼저 복음을 받아들인 유다인 출신의 신앙인들에게 할례와 율법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들 중의 일부는 이런 전통 역시 받아들이는 것이 신앙에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반면에 바오로 사도를 비롯해 주로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이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할례와 율법은 유다교의 전통이었고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이러한 전통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바오로 사도의 생각이었습니다.
아니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왜 우리 조상들도 우리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주 예수님의 은총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믿습니다.”(사도 15,10-11)
바오로 사도는 이와 함께 이미 이방인들에게도 하느님의 성령이 내렸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하느님은 차별 없이, 유다인과 이방인들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들을 구원하신다는 사실을 주장합니다.
인간 구원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 회의에서 사도들은 이방인들에게 유다교의 전통인 할례와 율법 준수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기로 정합니다. 이것은 단지 할례와 율법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구원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해석입니다.
그들은 이방인 출신의 신앙인들에게 우상숭배를 멀리하고,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존중하며 불륜을 삼가도록 결정합니다.(사도 15,28-29) 그리고 베드로 사도를 중심으로 유다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처럼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기로 합니다.(갈라 2,9)
사도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해 가고 무엇이 구원에 필요한 것인지 확인해 갑니다. 그리고 지금도 교회는 이러한 방식으로 길을 찾고 발전해 갑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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