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톨 릭 이 야 기

<가톨릭이란?> 26. 그리스도인의 경제 생활

dariaofs 2013. 4. 6. 07:00

 

 

 

    우리 주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때 죽을 것을 살아났다. 지금부터 사는 것은 덤으로 사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 욕심만 부리고 살 것이 아니라 남에게 봉사하면서 살겠다.” 하고 다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생명 자체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은총의 선물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존재가 아니라 이웃을 위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것, 곧 자신의 시간과 재능과 노력과 재물 등을 나누어 주고 또한 이웃에게서 나누어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여야 합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오늘 피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0-33).

 

    삶의 조건인 노동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부터 노동은 인간 삶의 조건으로 주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노동을 하셨고 그분의 제자들도 모두 노동자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각지로 전도 여행을 다니면서도 필요한 것은 손수 일해서 마련하였고(사도 20,34 참조), 그리스도교 신자 공동체에게 “말없이 일해서 제 힘으로 벌어 먹도록 하십시오.”(2데살 3,12) 하고 권고하였습니다.


    우리는 노동을 통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고 제공함으로써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참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노동의 신성함을 인식하고 성실하게 일하여 지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모든 사람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풍요로운 사회를 이루어 나갈 의무가 있습니다.

 

    직업 윤리
    인간 사회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직업이 있습니다. 인간은 다양한 직업을 통하여 각자가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고 실현합니다. 따라서 직업은 귀천을 따질 수 없으며, 부정하고 불의한 일이 아니라면 어떤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인간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직업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재산에 따라 계급 의식을 갖는 것은 인간 생활의 한 가지 수단일 뿐인 재물을 최고의 목적으로 삼는 데에서 비롯한 잘못된 풍조입니다. 지상 생활이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재물을 모으는 것이 인생의 목적인 양 온갖 물욕에 집착할 때 인간 사회는 불안해지고 갖가지 부정과 부패와 범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됩니다.

 

앞에서 읽어 본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 세상의 재물에 아예 무관심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하느님을 섬기라는 말씀입니다(마태 6,24 참조). 재물을 많이 소유하는 것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고, 오히려 재물을 많이 가질수록 점점 더 탐욕과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인간답게 사는 것’이 참된 행복의 길임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과 연대의 권리
    노동의 주체와 목적은 인간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을 위하여 노동이 있는 것이지 노동을 위하여 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을 해치는 노동 행위나 경제 활동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노동을 통하여 단순히 기본적인 의식주를 얻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도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에 알맞아야 함을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는 사회 질서와 경제 정의를 요구하고 지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 안에서 서로 긴밀한 의존 관계를 맺고 있으며, 각개인의 능력은 다른 이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충분히 발휘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서 조직과 연대는 효율적이고 질서 있는 생산과 공급을 위하여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직업별·직능별 단체를 결성할 자연적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공동선을 위한 노사 협력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노동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공동선에 입각하여, 그리고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가 함께 존중되는 가운데 합리적으로 해결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일할 권리와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 사회 보장 등의 사회적 혜택을 받을 권리, 노동 조합을 결성하고 파업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임금의 대가로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를 올바르게 대하며 공공의 이익을 존중하는 노동 조합 활동을 할 의무도 지니고 있습니다.


    기업가는 단순히 이윤의 증대와 명예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선익을 위한 경제 활동을 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지불하고 인격적인 대우를 하여 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기업의 장래를 보장하는 투명한 경영을 하는 가운데 일자리를 보장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정한 가격으로 공급하여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유권과 그 한계
    재산을 소유하고 부를 누리는 것은 축복이며 좋은 일입니다. 재화 자체는 선하신 하느님의 창조물이므로 원칙적으로 선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를 독점하거나 불의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리는 일은 죄악입니다. 재산의 소유권은 기본적인 것입니다. 소유권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결과에 대하여 남들이 간섭할 수 없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재산은 사회적 성격도 띠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인간이 함께 이용하도록 창조하셨습니다. 따라서 창조된 재화는 사랑과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나누어져야 하며, 합법적으로 소유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사유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하여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처지에서 알맞은 수준을 넘는 여분의 재산을 자선이나 애덕에 사용할 의무는 모든 사람에게 있으며, 자기가 쓰고 남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요긴한 것까지도 나눌 때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입니다.

 

    나눔의 삶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내 것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진정으로 내 것인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하느님의 것이며, 나는 그저 그것을 하느님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할 뿐”이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아픔은 나눌 때 작아지고 기쁨은 나눌 때 커진다고 합니다.

 

소유의 기쁨은 잠시뿐이지만 나눔의 기쁨은 영원한 것입니다. 재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너희는 있는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해어지지 않는 돈지갑을 만들고 축나지 않는 재물 창고를 하늘에 마련하여라.”(루가 12,33)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가 가진 것을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에 기꺼이 나눌 줄 아는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은 우리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를 위하는 수고이고, 형제애를 실현하기 위한 발판입니다. 재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에 기꺼이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도 많지만 한두 군데라도 정기적으로 찾아보거나 후원하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