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밝히면 어둠이 사라지고 환해지지요. 초는 그래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 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미사 때에 제대에 촛불을 켜는 것은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을 나타냅니다. 집에서 기도할 때 촛불을 켜는 것도 빛이신 그리스도를 우리 가운데 모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성스러운 곳이나 또는 성스러운 예식을 거행하는 데는 빛이나 불이 있었습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주님 성소에는 등잔 일곱개를 얹을 수 있는 등잔대를 만들어 불을 밝히라고 규정합니다(탈출 25,31-37).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하느님께서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을 비추셨다는 기록도 있지요(탈출 13,21).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세상의 빛이라고 칭하셨을 뿐 아니라 제자들에게도 "세상의 빛"(마태 5,14)이 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전례 때에 등잔불이나 촛불을 처음 사용했을 때는 이런 상징적 의미를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저녁에 모여 기도할 때 어둠을 밝힌다는 실용적 이유가 더 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영원한 생명과 희망의 상징, 천상 생명으로 새로 태어난 기쁨의 상징으로 장례식 때 또는 순교자들 무덤에서 촛불을 켜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물론 당시 이교도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지던 관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 지도부에서는 예식 때 촛불을 켜는 것을 오히려 못마땅해 했다고 합니다.
촛불을 밝히는 것이 이교도의 관습일 뿐 아니라 빛을 만드신 분이자 세상에 빛을 주시는 분께 예배를 드리면서 촛불을 켜 드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4세기 이후부터는 교회에서도 기도 모임이나 예식 때에 촛불을 켜는 관습이 지켜지기 시작합니다. 촛불이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에 대한 기쁨을 상징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성체성사 때는 물론이고 세례
식과 장례식, 서품식에서도 촛불을 켰습니다.
촛불만 아니라 아로마 향 등을 첨가한 등잔불로 성당을 화려하게 수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등잔불을 사용하는 관습은 점차 사라지고 12세기 쯤에 와서는 초를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규범이 됐습니다.
촛불이 교회 예식에서 사용되면서 그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촛불이 불꽃과 심지, 밀랍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 것을 삼위일체에 비겼습니다.
또 밀랍을 그리스도의 육신에, 심지는 그리스도의 영혼에, 불꽃은 그리스도의 신성에 비기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초가 타는 것은 또한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에 비길 수 있겠지요.
◇정리합시다
촛불을 켜는 것은
◇알아둡시다 관찰력이 뛰어난 신자라면 미사 때에 제대 위에 켜는 초 개수가 때마다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사 때 제대 위에 켜는 초 개수는 그날 전례의 성격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일이나 기념일에는 2개의 초를 켭니다. 그러나 주일이나 축일에는 4개의 초를 켜지요. 또 대축일에는 6개의 초를 켭니다.
그런데 제대에 초를 7개 켤 때가 있습니다. 주교가 미사를 드릴 때입니다. 대사제인 주교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하나를 더 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