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과정에 있는 형제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경당에 감실이 있습니다. 이 감실의 감실 등이 수명을 다했나 봅니다.
전구를 갈아 끼워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질문이 제기되었다고 합니다. 공동체에 붉은색 전구가 있나? 붉은색이 없으면 어쩌지? 그러다 보니, 감실 등은 왜 붉은색인 거요? 하는 질문까지 나왔던 것입니다.
사실 이 질문을 받고는 제가 그 형제들에게 답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상식적 수준의 것이었고, 그들도 이미 속으로는 그 답을 찾아냈을 것이라 어림합니다. 독자분들께서도 답을 내리실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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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실 옆에 붉은색 감실 등이 켜져 있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
아마도 여러분의 본당에 있는 감실 등이 꺼졌다고 하고 일단 갈아 끼울 전구가 없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십중팔구 촛불을 감실 옆에 켜 놓으실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 성당에서 복사 활동을 했었는데 어느 날 성당에 갔더니 촛불이 밝혀져 있었습니다.
수녀님께 여쭈었더니 전구가 고장 나서 임시방편으로 그렇게 하셨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성당에 감실(tabernacle)이 생겨난 것은 4-5세기로 추정합니다.
언제인가부터 감실 앞에는 성체를 모셔 둔 것을 알리고 성체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작은 램프를 켜 두도록 했습니다.(가톨릭대사전, “감실” 항 참조)
전구의 발명 이후, 램프나 촛불이 전구로 대체된 것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램프의 빛이나 촛불의 빛과 비슷한 색을 찾았을 것이라 상상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성령의 색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고, 예수님의 심장 혹은 열정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는 붉은색이 좀 더 의미 있는 색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 마음의 자연스런 흐름이, 성체 등의 색으로서 붉은색을 선호하도록 하였을 것임이 일반적으로 가능한 설명이 되겠습니다.
정리해 보면, 감실 등은 꼭 붉은색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기분을 따스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색이라면 그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에서 성체조배를 기대한다면, 너무 밝은 촉수의 등은 오히려 방해가 될 것입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촉수의 전구가 효과적입니다.
현실적으로도 촉수가 낮아야 전기 사용료도 적게 나오겠지요. 감실 등은 성체가 감실에 있는 한 계속 켜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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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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