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부재, 현존의 또 다른 이름
(제1독서 사도 1,1-11 / 제2독서 에페 1,17-23 / 복음 마르 16,15-20ㄴ)
이제 겨우 다 되었다고, 안심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새로운 불안… 승천이라는 사건을 대할 때 느끼게 되는 당혹감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라는 극도의 슬픔과 좌절의 시간을 거쳐, 짙은 어둠의 시간을 뚫고 빛과 생명으로 오신 부활로 이제 겨우 희망을 품게 되었는데, 얼마 안가서 그 빛과 비전을 끊어버리는 듯한 멀어짐, 사라짐, 떠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러나 오늘 전례의 본문들은 예수님의 승천이 결코 떠남과 멀어짐으로 해석되어야 할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어떤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고 그분의 현존을 지금 여기에서 온전히 함께하게 된 사건이라는 것,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는 것, 매 순간 언제나 함께 머무르시는 분을 모시게 된 은총을 충분히, 온 마음 다해 기뻐하고 축하해도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 본문의 맥락
오늘 복음과 독서는 마르코 복음의 결론과 사도행전의 시작으로 되어 있습니다. 모두 각각의 책 전체를 요약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처럼 중요한 본문들이 전하는 내용은, 예수님 지상 생활의 마지막이 곧 교회의 시작과 연계된다는 점입니다.
곧 예수님의 마지막 당부와 가르침을 계속하는 것이 이제 새롭게 시작된 교회의 일이고 사명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사도행전 전체는 스테파노와 베드로, 바오로, 그 외의 제자들의 증언을 통해, 어떻게 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이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전파되었는지, 그 선포의 여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마르코 복음의 결론 부분에 강조된 표현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말씀을 기조로 하여 구현된 역사입니다.
복음서의 마지막에 당부된 대로, 온 세상에 구원의 기쁜 소식을 알리고 그 증인이 되는 것, 이것이 초대 교회가 이해했던 자신들의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의 여정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항구히 그들과 함께 계셨음을 증언하는 것이 사도행전과 서간의 내용들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예수님의 승천은 정확히 교회의 사명이 시작되는 지점과 맞물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떠남’과 ‘시작’이라는 이중적 기능은 오늘 복음의 서두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본문은 예수님의 승천이 ‘하늘에 오르심’을 목적에 둔 사건이라기보다, 제자들을 멀리 ‘파견’하시기 위한 의도와 연결되어 있음을 차례로 알려줍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셨지만 사실은 교회 안에 언제나 함께 계신다는 약속은 오늘 복음의 17-18절을 통해 분명히 확인됩니다.
이러한 놀라운 표징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강력한 힘과 권위를 지니시는 것이었고, 이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16,19)고 묘사합니다.
■ 유기체적 공생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오른편에 좌정하심은 제2독서에서도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예수님의 인성(人性)은 이제 하느님의 권좌로 옮아가게 되며, 그 어떤 통치와 권력보다 더 강한 권한을 지니시게 됩니다.
■ 성령강림을 고대하며
우리가 그분과 한 유기체를 이룬다는 놀라운 사건은 사실 성령에 의해 가능해지는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현존과 부재의 딜레마는, 단순히 오늘 전례의 본문들이 제작될 때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오늘날에도 시험과 도전이 되는 주제입니다.
※ 김혜윤(베아트릭스) 수녀는 로마교황청립성서대학원(S.S.L.)과 우르바노 대학교(S.T.D.)에서 수학한 후 광주가톨릭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총원에서 소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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