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리스도교의 인간관은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Imago Dei)으로 창조되었다고 정의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건 모르건,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 하건 저마다 하느님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분의 닮은 꼴입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 19,2) 거룩한 사람, 즉 성인이 되라고 하시네요.
저같이 부족하기 짝이없고 죄인이고 성질 더러운 사람이 어떻게 성인이 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그분이 그렇게 명하시니 어떻게 하든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어떻게 해야 성인이 될 수 있을까요?
거룩함은 하느님의 본성입니다. 하느님께만 붙여질 수 있는 속성입니다. 그분은 인간과 구별되는 존재,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권능과 영광, 신비의 존재이십니다.
물론 사람에게도 일상에서 따로 떼어져 성별된 존재나, 또는 그런 모습을 드러낼 때 거룩하다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지요. 말하자면 욕구나 욕망 등의 세속 원리와 다르게 존재하고 사는 모습에 부여하는 것이 일반화된 거룩함의 통념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소에 계신 하느님의 영광 앞에 향을 올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인간으로서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예를 갖추었습니다.
그런데 독서에서 하느님이 모세를 통해 요구하시는 거룩함의 실천은 경신례 문제가 아닙니다. 소위 '나에게 더 잘 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어지는 금지 명령들을 보면, 사람을 해치거나 불이익을 주는 모든 일,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모든 일, 사람을 위축시키고 부끄럽게 만드는 모든 일, 하느님 백성의 일치와 조화를 깨뜨리는 모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곧 거룩함입니다.
이제 거룩함은 어떤 개념으로 지성소에 갇혀 있지 않고, 사람 사이, 실패와 눈물과 슬픔이 흥건한 세상 한복판으로 내려왔습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
하느님께서 요구하시는 거룩함의 실천들은 결국 이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이처럼 거룩함의 요구는 이웃 사랑의 요구로 1차 매듭이 지어지는 듯 보이는데, 먼 훗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이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말씀과 함께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을 이루게 되지요.
이제 우리는 복음에서 그 유명한 최후 심판 이야기를 만납니다.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또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마태 25,45)
'나처럼 거룩해지라'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시던 구약의 거룩하신 하느님,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주님께서, 때가 차자 세상 한가운데로 들어오시더니, 이제는 "내가 바로 그들이다." 하고 폭탄 선언을 하신 겁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이들과 당신을 동일시하시면서요.
누가 예수님인가요? 굶주린 이, 목마른 이, 나그네, 헐벗은 이, 병든 이, 감옥에 갇힌 이... 이들이 예수님입니다.
이제 거룩함은 저 하늘 끝에서 땅 위 성전 안 깊숙한 지성소로 내려오신 것도 모자라, 세상에서 가장 천대받고 소외된 이들 한가운데로 들어가신 겁니다.
이제 우리는 거룩함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고맙게도 예수님은 우리의 거룩함, 우리의 구원을 위해 도처에 현존하시면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거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의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오늘 하느님께서는 우리 보고 거룩한 사람이 되고, 의인이 되라고 하시네요.
거룩한 사람은 신에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에게 잘 하는 사람이라네요. 의인은 나보다 나은 사람들에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잘 하는 사람이라네요.
벗님 여러분은 거룩한 사람이고 의인이지요? 그러시리라 믿습니다. 그러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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