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9.05.18. 부활 제4주간 토요일

dariaofs 2019. 5. 18. 06:03



먼저 5.18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이하여 민주화 영령들을 위하여 엄숙히 묵념합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덕분에 피조물에 불과한 제자들이(우리가) 신과 만나고 사귀고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승과 제자로 너무 가깝게 지낸 나머지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통해 성부 하느님도 함께 만나고 있다는 걸 자주 놓치는 제자들은 성부 하느님을 직접 좀 뵙게 해주십사 예수님께 부탁을 드리지요.

이에 예수님은 이렇게 답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요한 14,7) 예수님께서 누차 말씀하시듯이, 아버지와 아들은 한 분이십니다.


아들을 겪으면서 그 아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아버지를 알게 되고, 아들을 들음으로써 그 아들이 그대로 전하는 하느님의 뜻을 압니다. 예수님은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십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요한 14,10.11) 성부와 성자,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깃들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품고 있고, 서로를 담고 있습니다.


서로 안에 현존하기에 늘 함께이고 뜻과 생각과 지향과 의지와 마음, 사랑을 공유합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성부의 말씀과 행적 그대로이기에 뭐가 더 있으신지 따로 더 여쭤볼 필요조차 없습니다. 예수님 존재와 말씀, 행적이 곧 세상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요한 14,10) 예수님은 당신의 의지를 모두 비우신 채 당신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모든 걸 맡기십니다.


절대 선이시고 사랑 자체이신 분이 이루시는 모든 일을 완전히 신뢰하고 따르십니다.


 어쩌면 예수님 당신이 바로 성부의 선과 사랑의 열매시지요. 예수님께는 성과나 결과보다 철저히 아버지께 내어맡기고 의탁한 채, 오로지 아버지와 하나로 일치하여 나아간 과정이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제1독서에서는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안티오키아 선교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이틀 전에는 바오로의 입을 통해 구약의 구세사가 일목요연하게 펼쳐졌고(사도 13,13-25), 어제는 그 하느님의 약속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실현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사도 13,26-33),


오늘은 하느님 구원의 약속이 이스라엘의 경계를 넘어 땅끝까지 퍼지게 되는 출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민족들에게 돌아섭니다."(사도 13,46)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새로운 길"에 들어선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모독하고 박해하는 유다인들 앞에서 두 사도는 "이민족을 위해 구원의 빛으로 세워진"(사도 13,47 참조) 자신들의 소명을 당당히 밝힙니다.


이때 놀랍게도 다른 민족 사람들이 기뻐하며 주님의 말씀을 듣고 찬양합니다.


바오로에 의하면 유다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받기에 스스로 합당하지 못하다고 판단"(사도 13,46)해 거부와 배척의 우를 범한 것이고, 오히려 이방인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정해진"(사도 13,47) 이들인 것입니다.

"제자들은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다."(사도 13,52) 동족에게 박해받고 내쫒기면서도 기쁨과 성령에 가득 차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중요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즉, 제자들 역시 예수님처럼 자기 뜻과 생각으로 말하지 않고 그들 안에 계신 주님께서 움직이시도록 자신을 비웠기에 이런 반응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자기 명예와 영광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성령께서 떠올려 주시고 이끄시는 대로 움직였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미 자아를 비운 이는 자신을 움직이시는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기에 성공에 으쓱하거나 실패에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주님의 제자들이 사람들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특히 실패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여전히 기쁨과 성령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은, 그들이 말하고 행한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내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맡기고 그분이 하시도록 허용하는 영혼은 복됩니다. 일을 시작하신 분이 마치시리라는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서 있는 그에게서, 모욕도 배척도 실패도 죽음도 그 무엇도 "성령과 기쁨"을 앗아갈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5.18 민주항쟁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기도하는 오늘, 어떠한 거짓도, 정치적 계략도, 불의한 왜곡도, 그 어떤 악도 진리를 무너뜨릴 수 없고 진실의 거대한 물줄기를 틀어막을 수 없음을 되새깁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이 겪어온 무수한 비극들이 아직 과거가 되지 못했기에 이를 떠올릴 때마다 우리의 눈물도 아직 마르지 않았음을 체험합니다.


우리의 눈물은, 아직 하느님께서도 인류의 고통 앞에서 울고 계시다는 반증입니다. 우리의 눈과 가슴에서 솟구치는 뜨겁고 아픈 눈물은 바로 하느님의 눈물입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