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이지만,
통상적으로 한국 교회는 다가오는 주일(올해는 22일)에 경축 이동하여 모든 신자들과 함께 지내지요. 그래서 오늘은 보편교회 전례력에 따라 연중 제24주간 금요일의 말씀을 묵상합니다.
복음은 예수님의 선교 여행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루카 8,1)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직접 다니시면서 전하셨습니다. 앉아서 당신을 찾아 오는 사람들만 상대하신 것이 아니라 몸소 하느님 백성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신 것입니다.
그분의 동선을 관상하노라면 움직이는 교회가 보입니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루카 8,1) 그리고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가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루카 8,2)다고 하지요.
그들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며 예수님께서 말씀으로 전하시는 하느님 나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들입니다.
아직 저마다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말한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1티모 6,11)하면서 말입니다.
특별히 예수님 곁에 모여든 여성들에 대한 서술이 눈에 들어옵니다.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가 낫게 된 몇몇 여자들, 그리고 다른 여자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된 저마다의 역사가 있듯이, 그들도 우리처럼 예수님과 사연을 간직한 이들입니다.
어떤 이는 극적이고 어떤 이는 평이한 체험을 소유하고 있겠지요. 중요한 건 그들 모두 예수님이라는 구심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거기 예수님이 계시기에 그들이 모인 것입니다.
예수님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아직 불완전하나 교회의 완전성을 지향합니다. 남녀, 중년과 청년, 기혼과 미혼, 존재와 선포, 시중과 섬김... 특히 여성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루카 8,3)고 하지요.
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담론이 매우 민감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조심스런 부분이나, 당시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참으로 헌신적이고 포용적이었으리라 짐작하게 됩니다.
그녀들은 자발적으로 자기들의 재산을 사용해 섬김의 수고까지 완수하였으니까요.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에게 "사실 돈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악의 뿌리"(1티모 6,10)라면서 물질, 특히 돈의 덧없음과 해악을 강조합니다.
이 시각으로 보면 복음 속 여인들의 공로는 "자기들의 재산으로"라는 표현보다 "시중을 들었다"라는 말씀에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재산은 인간이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아주 작은 부분일 겁니다. 모든 인간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1티모 6,7)기에 기껏 하느님께 받은 것을 도로 내어드리는 정도일 뿐이니까요.
"시중을 들다"는 말씀은 "섬김"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 주님께서 이 세상에 "섬기러 왔다"(마태 20,28 참조)고 피력하실 만큼 귀하고 소중한 가치입니다.
다만, 이 역시 남성 중심의 교계 제도 안에서 균등한 기회와 자발성이 배제된 채 차별적으로 부여될 때는 진정한 교회 정신을 잃고 표류하게 됩니다.
섬김은 상하고저 남녀노소를 떠나 누구든 예수님을 사랑해 닮고자 하는 이에게서 앞다투어 발휘되어야 하는 덕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또한 "신심이 이득의 수단으로"(1티모 6,5) 사용되는 해악을 우려합니다. 복음 속 여인들처럼 오로지 주님과 하느님 나라 때문에 직접적인 봉사와 재산의 헌납까지 불사하는 이들이 신심을 미끼로 이용당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지요.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으신 예수님께서도 이 지상 삶의 여정 동안 도움을 받으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예수님 덕분에 악령과 질병에서 해방된 이들은 물론 다른 이들도 예수님 곁에 머물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 자체가 곧 완성을 향해 가는 하느님 나라이고, 교회의 못자리입니다. 나눔과 마찬가지로 섬김 역시 주님의 허락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하느님의 일입니다.
오늘 내가 하느님께 받은 것으로 섬기는 날 되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강 론 말 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9.09.22.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경축이동) - 서광휘 신부 (0) | 2019.09.22 |
|---|---|
| 2019.09.21. 성 마태오 복음사가 축일 (0) | 2019.09.21 |
| 2019.09.19. 연중 제24주간 목요일 (0) | 2019.09.19 |
| 2019.09.18.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0) | 2019.09.18 |
| 2019.09.17. 연중 제24주간 화요일 (0) | 2019.09.17 |